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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성희롱 형사처벌 도입해야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희법학연구소장 

입력: 2018-02-12 18:00
[2018년 02월 13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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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성희롱 형사처벌 도입해야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경희법학연구소장
최근 한 여검사의 성추행 피해사실에 관한 용기 있는 고백을 시작으로 법조계, 문단계, 영화계, 스포츠계, 의료계, 기업체 등 전 직종에서 연이어 성폭력 피해사실을 고백하는 이른바 미투(MeToo)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언론방송에서도 이를 적극 보도함으로써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게 고조되고 있고 이에 따라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 범죄를 이제는 완전히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이 전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

성추행은 주로 신체적 접촉으로 범해지고 성희롱은 주로 언어로 행해지는데, 사실 성희롱과 성추행의 경계가 그렇게 확실한 것이 아니어서 성추행만을 딱 골라내어 금지하고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성추행은 명백한 범죄행위지만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희롱도 불법행위로서 인권침해행위가 분명한 이상, 성희롱을 형벌에 처하지 않으면 성추행 또한 적발과 처벌이 쉽지 않다고 생각된다.

성희롱의 정도가 지나치면 이것이 다름 아닌 성추행인 것이다. 성희롱 사건은 어느 분야에서나 발생하고 있지만, 주로 기업체나 행정조직 내에서의 상사에 의한 성희롱, 즉 '직장내 성희롱'이 심각하고, 특히 군부대 내에서의 성희롱, 대학교수에 의한 성희롱, 각종시설 내에서의 성희롱 등이 주목을 받아왔는데, 이번에 그 동안 잘 드러나지 않던 검찰조직에서의 직장내 성폭력이 크게 이슈화된 것이고 이에 용기를 얻은 다수의 피해자들이 문단계, 영화계, 스포츠계 등에서 미투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성과 관련된 육체적·정신적 폭력행위를 포괄하는 개념이 성폭력이며, 성폭력의 정도에 따라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으로 나뉜다. 성폭행은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강제로 성관계를 맺는 이른바 형법상 강간을 의미하고, 성추행은 강간에 이르지는 않지만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는 이른바 형법상 강제추행을 의미한다. 이들 행위는 형법상 범죄행위로 형사처벌 대상이다. 성희롱은 성적 언동으로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언어적·시각적 행위를 의미하지만 육체적 행위가 반드시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성추행과의 경계가 모호한 면이 있다.

성희롱 방지를 위한 입법은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처음 시작됐고 이어서 남녀고용평등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등에서 성희롱 방지규정을 마련해 왔지만,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20년이나 지난 지금에도 성희롱은 조금도 줄지 않고 오히려 더욱 큰 사회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직장내 성희롱은 직장내에서 성적인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에 성립하지만 이와 관련해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도 성립된다. 따라서 이번 여검사의 피해사례처럼 승진탈락, 전직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명백한 성희롱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성희롱 여부의 판단은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과 함께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였을 것인가 하는 객관적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성희롱은 철저히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그 성립여부를 판단하면 족하고 업무능력 저하, 고용상 불이익 등을 피해자가 입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사용자의 입장에서도 공개적인 회식자리 등에서 이뤄진 성폭력 행위를 사용자가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성희롱을 형사처벌하는 외국의 법제도로, 프랑스는 정신적·성적 학대를 불문하고 형법과 노동법에서 모두 금지하여 성희롱피해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고 가해자는 징역과 벌금 등 형벌의 대상이며, 독일은 성희롱을 연방차별금지법상 차별로 규제하고 일정한 경우 형법상 성적 강요죄로 처벌할 수 있다고 한다.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범한 사람들은 대체로 성적 유머였다거나 술이 취해서 잘 모르고 그랬다는 등의 말로 슬쩍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지만, 피해자의 회복불가능한 피해를 고려할 때 이를 보다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성폭력 사건은 이를 오로지 피해자의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특히 직장과 관련해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이 만연돼 있는 잘못된 현상을 제대로 바로잡기 위해서는 부득이 성희롱에 대해서도 형사처벌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성희롱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손상하고 침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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