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합의로는 문제 해결 못해"
강경화 외교, 절차상 흠결 지적
화해·치유 기금 예산으로 충당
피해자 중심의 재단 운영 계획
평창올림픽 앞두고 마찰 우려
일본은 합의이행 지속적 요구
강경화 외교, 절차상 흠결 지적
화해·치유 기금 예산으로 충당
피해자 중심의 재단 운영 계획
평창올림픽 앞두고 마찰 우려
일본은 합의이행 지속적 요구
문재인 정부가 일본에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일본 측 기금의 처리방안은 일본 정부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에 대한 문재인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강 장관은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2015년 합의가 양국 간 공식합의였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이를 감안해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것은 한일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 장관 직속 '한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TF)'가 한일 위안부 합의를 검토한 결과 △피해자 할머니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아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 합의라는 점 △대통령과 청와대가 주도한 밀실합의라는 점 △주권적 결정을 일본에 넘겨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를 넣은 점 등 절차상 흠결을 지적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절차 상 미비점을 양국 간 공식합의를 파기하는 명분으로 삼지 않았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과의 불필요한 마찰이 불거질 경우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이와 관련해 "무엇보다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돼야 함을 명심했다"면서 "아울러 동북아의 평화·번영을 위해 한일 간 정상적인 외교관계를 회복해야 한단 점도 염두에 두고 신중히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강 장관은 이어 "다만, 일본이 스스로 국제보편 기준에 따라 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피해자들의 명예 ·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줄 것을 기대한다"며 "향후 화해·치유재단의 운영방안은 피해자, 관련 단체, 국민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하고, 피해자 중심의 조치들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했다.
일본은 불가역적 합의였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고노 일본 외무상은 한국 정부의 입장 발표 직후 "한일 합의는 국가 간 약속이어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원칙"이라며 "두 나라가 2015년 합의에서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않는 것은 일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합의이행을 요구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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