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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시가 공유경제 이기겠다는 발상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입력: 2018-01-08 18:00
[2018년 01월 09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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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울시가 공유경제 이기겠다는 발상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금년 겨울 날씨가 매우 매섭다. 연말연시의 모임 후에 늦은 시간에 택시로 귀가하는 시민들은 많은 낭패를 경험했을 것이다. 지방에서 자정이 넘어 KTX를 타고 서울에 도착하는 승객들도 택시 승강장에서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는 경험을 하게된다. 택시호출 앱의 요청에 택시들이 반응 하지 않아서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거나 장거리 고객을 골라 태우기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때에 승차거부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한 때는 서울시의 압력으로 택시조합에서 특정지역의 심야 시간 때에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한 적이 있다. 이 이상한 보조금 제도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자명하다. 택시 호출앱은 택시를 타고 싶은 장소와 시간에 불러주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기사들에게 행선지를 미리 알리기 때문에 근거리 승객의 탑승거부를 합법화해주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2016년말 기준으로 카카오택시 가입자만 해도 1300만이 넘고 다른 앱 사용자까지 하면 대부분의 성인들이 민간의 택시 호출 앱을 사용하고 있는 시점에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서울시는 택시호출 공공앱 '지브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의 발표를 보면 행선지를 표시하지 않는 지브로의 출시 이외에도 카카오택시와 "협의"를 해서 단거리 운행을 많이 한 기사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서울시의 발표의 핵심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는 비효율을 정부의 강제적 수단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이미 민간 사업자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한 앱을 서울시가 개발해서 소비자들이 채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네트워크 서비스는 2등에게는 기회가 대부분 없다. 카카오택시보다 먼저 출시한 재벌 계열사의 택시 서비스마저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승자독식의 현상은 거의 모든 플랫폼 사업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앱은 한번 개발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서비스를 계속적으로 개발하고 개선해야 하는 것이다. 시의 예산으로 개발된 앱이 소비자들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해서 기대되는 성능개선을 지속적으로 해 가며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예산 낭비로 귀결될 것이 뻔하다.

두 번째는 어떤 제도나 기술이건 사용자의 경제적 이해에 반하는 것이 잘 채택될 리가 없다. 택시 기사의 입장에서 경제성이 없는 승객을 태우는 일에 적극 동참할 리가 없다. 효율적 시장은 정보가 더 투명하고 그 투명한 정보에 의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게 해줄 때 달성이 가능하다. 있는 정보를 숨기면서 복권당첨돼듯 택시를 운행하라는 것은 시장의 원리에 부합하지도 않는다.

단거리를 많이 운행한 택시에게 장거리 콜을 우선 배정하겠다는 것도 형평성과 소비자 권익의 침해 가능성이 높다. 택시 승객은 제일 가까이에서 기다림이 적은 택시를 연결해 주는 것이 소비자의 후생에 부합하는데 이러한 알고리즘을 변형해서 서울시 정책에 순응한 원거리에 있는 택시를 배정한다는 것은 소비자의 후생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공차의 운행거리를 증가시키는 모순을 만들고 있다. 카카오택시가 서울시의 이러한 요구에 응한다면 그 또한 소비자가 우선이 아니라 정부, 관치에 굴복하는 것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해야하는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다.

결국 택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시장의 원리에 부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택시들이 우버와 택시호출앱을 동시에 사용한다.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가격을 변동해주는 우버 앱의 수요에 응하게 함으로써 시장의 원리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 우버를 비롯한 차량공유 서비스는 이렇듯 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하는 혁신성으로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우버는 82개국 581도시에서 한 주에 20억번 가량의 탑승을 연결해 주고 있다. 이런 혁신을 거부하고 택시제도가 만들어진 이래 고집해온 표준가격제도와 택시 면허제도를 움켜쥐고 관치를 계속하겠다는 고집이 이런 엉뚱한 예산낭비와 시장의 원리에 반하는 정책들이 탄생하는 배경이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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