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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한국 정치, 총선 이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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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포럼] 한국 정치, 총선 이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2대 총선과 한국정치의 명암

유권자는 선거를 기다린다. 선거만큼 주권자이자 권력자로서 자기 의사를 분명하게 표출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2대 총선은 유권자에게 얼마나 많은 기다림과 설렘을 준 선거였을까? 높은 투표율과 역대급 정권 심판이라는 결과를 놓고 보면, 유권자는 그 어느 총선보다 22대 총선을 기다리고, 참여하고, 심판한 것으로 보인다.

유권자는 권력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엄중하게 심판받는다는 무서움을 보여주었다. 대통령과 여당이 오만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되고, 불통하는 태도를 바꾸고, 민생을 제대로 챙기라고 경고장을 보냈다. 권력이 선거를 통하여 민심의 무서움을 느끼고 변화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내는 것은 한국정치의 밝음이다.

한편 22대 총선은 분노라는 감정에 기반한 심판 중심의 선거였다. 정권 심판론이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흡수하였다. 정책과 인물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준비가 부족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었고, 자질이 의심되는 후보들도 공천을 받고 당선되었다. 유권자는 상대방을 혐오하고 조롱하는 막말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민생 문제 해결과 지역 발전을 위한 정치권의 고민과 노력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상대방의 실수로 반사이익만을 노리고, 정서적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현실은 한국정치의 어두움이다.

◆국민의힘은 왜 적은 의석을 받았나?

민주화 이후 실시한 한국의 선거에서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온 적은 없었다.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도, 경제 상황이 안 좋아도 22대 총선과 같은 역대급 정권 심판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민주화 직후 실시한 13대 총선에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지역구 224석 중 87석(38.8%)을 얻었던 적이 있다. 그 기록이 22대 총선에서 깨졌다. 국민의힘은 지역구 254석 중 90석(35.4%)을 차지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2022년 3월에 실시한 20대 대선에서 득표율 0.7%p 차이로 신승하며 정권 교체를 이끌었다. 같은 해 6월에 실시한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이 압승을 거두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대통령 탄핵과 개헌을 저지할 수 있는 100석의 의석을 지켜달라고 호소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전체 300석 중 108석(36.0%)을 차지하였다. 최후의 방어선을 지켰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이 되고 있다.

도대체 지난 2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것일까? 정확한 복기가 필요하다. 크게 다음의 세 가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문제이다. 대통령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총선은 중간평가 성격이 강하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평가가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지속해서 30%대를 유지하였다.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권자의 비율은 꾸준히 두 배 정도의 차이를 유지하였다. 중간평가가 이루어지는 총선에서 승리하기 힘든 구조적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높지 않았나? 따지고 보면 너무도 많은 이유가 있었다. 도어스테핑과 기자회견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면서 국민과 소통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의 법적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야당 대표를 정식적으로 단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비판을 수용하지 않고,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국민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테러 발언(정부와 갈등이 있던 MBC를 상대로 과거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기자가 칼로 허벅지를 찔린 적이 있다고 한 발언)도 나왔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끊임 없는 의혹 제기와 명품 수수 논란(2022년 9월 300만원 상당의 디올 파우치를 선물로 받은 영상의 공개)이 있었다.

대통령 부부가 함께 투표하지 못하였다. 이태원 참사(2022년 이태원에서 할로윈 축제에 많은 인파가 모여 시민 159명이 압사한 사건)와 채수근 상병 사망사건(2023년 피해 실종자 수색 대민지원을 나갔던 군인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한 사건으로 정부가 사건 축소를 위한 외압을 하였다는 논란이 제기된 사건) 등에 대하여 책임 있게 대처하지 못하였다. 오히려 채 사병 사망사건의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함으로써 당정 갈등을 초래하였고, 여론에 떠밀려 사퇴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대한의사협회 간에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여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던 상황에서 타협의 여지가 적은 53분 특별담화를 발표하였다. 22대 총선 패배에 대하여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 책임론이 가장 크게 제기되는 이유가 있다.

둘째, 경제 상황이 안 좋았다. 중간평가 성격의 총선에서 여당이 정권 심판이라는 구도에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서는 경제 상황이 좋아야 한다. 특히 서민에게는 물가와 금리의 안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22대 총선을 앞두고 고물가와 고금리가 유지되었다. 그 책임을 국정 운영의 최전선에 있는 대통령과 여당에 물으려는 유권자의 심리가 작동하였다.

특히 윤 대통령이 특판으로 나온 대파 한 단 가격 875원(당시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파 한 단 가격은 3,000~4,000원 수준)을 합리적이라고 한 발언은 논란을 일으켰다.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행사를 어떻게 기획하고 준비하였는가의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유권자는 대통령이 고물가 상황에서 서민의 고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였다. 대파 875원과 관련한 다양한 밈이 출현하고, 정권 심판의 상징물로 활용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셋째, 국민의힘이라는 정당이 잘 안 보였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정당정치를 통하여 성장한 정치인이 아니다. 개인의 힘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고, 어려운 시기에 총선을 이끌었다는 인식이 강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을 정당에 대한 부채의식이 없는 대통령과 비대위원장의 주도하에 치렀다. 대통령은 인기가 없었고, 비대위원장은 선거 경험이 없었다. 총선 상황이 녹록치 않자 당정관계에 불협화음이 자주 나왔다. 국민의힘이 대통령과 비대위원장 사이에서 사전에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였다. 전체 선거판을 기획하여 대비하는 모습도 보이지 못하였다. 정부 여당의 자원을 활용한 지역 맞춤형 공약 제시와 예산 투입, 정권심판론의 프레임을 약화할 수 있는 지역일꾼론 등의 대안 프레임 제시 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승과 조국혁신당의 돌풍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22대 총선의 최대 승리자는 누구일까? 외형적인 선거결과만 놓고 보면, 당연히 전체 300석 중 175석(58.3%)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다. 유권자 다수는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국회와 더불어민주당에 주겠다는 선택을 하였다.


하지만 22대 총선 결과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더불어민주당 역시 승리에 도취해 있기에는 고민거리가 많다. 첫째,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선거에서 50.5%의 득표율로 전체 254석 중 161석(63.4%)을 차지하였다. 국민의힘은 45.1%의 득표율로 90석(35.4%)의 의석을 확보하였다. 정권 심판에 대한 목소리가 그렇게 컸음에도 불구하고, 일등만 뽑는 소선거구제가 아니었다면, 5.4%p의 표차로 이렇게 큰 의석 차이가 발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미래가 차지한 비례대표 의석비율도 39.1%(18석)에 달하였다. 이것은 1인 2표제가 도입된 17대 총선 이후 여당이 받은 성적표와 비교하여 나쁜 수준이 아니다.
정권 심판에 대한 열망이 컸지만 더불어민주당을 싫어하는 유권자의 표심도 만만치 않았다. 선거는 분노의 강도를 1인 1표라는 평등선거의 원칙을 통하여 표준화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비례대표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은 국민의미래가 36.7%를 기록하여 더불어민주연합의 26.7%보다 10.0%p 앞섰다. 비례대표선거에서는 조국혁신당이라는 대안이 존재하였다. 그래서 지역구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조국혁신당이라는 분할투표 조합에 기반한 야권 승리라는 평가는 가능하다. 하지만 조국혁신당 돌풍에는 정권 심판에 대한 열망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불만도 내포되어 있다는 점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도 힘들다.

셋째, 조국혁신당의 정당투표 득표율이 24.3%에 달해 더불어민주당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더욱이 호남 전체, 그리고 부산과 세종에서는 조국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높은 정당 득표율을 기록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구선거와 비례대표선거에서 표를 몰아줄 것을 유권자에게 호소하였다. 하지만 이와 같은 현상이 나왔다.

22대 총선의 조국혁신당 돌풍을 명확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설문조사 데이터에 기반한 경험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다만 현 상황에서 다음의 두 가지 가설을 제시하는 것은 가능하다.

첫째, 거대 양당에 불만을 가진 유권자들이 조국혁신당을 지지하였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중심의 진영 정치와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 속에서 이에 불만을 느낀 유권자도 많았다.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소위 제3지대가 존재하였다. 이 정치공간을 노리고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등이 창당하였다. 제3지대 빅텐트 구성을 위한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 간의 통합이 내부 반발과 입장 차이로 무산되자 조국혁신당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였다.

국민의힘에는 정권 심판의 경고를, 더불어민주당에는 이 대표 친정체계 구축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에 대한 경고를 동시에 보내고 싶은 유권자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거대 양당에 불만이 있던 유권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였다.

둘째, 조국혁신당 지지는 호남과 부산 유권자의 정서와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호남 유권자는 이 대표 중심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변모하는 과정을 목격하면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자로서 소외감과 불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권력에 의한 피해 경험과 저항의 지역 문화는 조 대표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강도 높은 정권 심판의 요구로 이어졌다. 부산 유권자는 조 대표와 고향이 같다는 특징을 공유하면서 보수 진영의 무게중심이 대구와 경북에 치중되는 모습에 반감을 표출할 가능성도 있었다.

◆22대 총선 이후 한국정치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22대 총선으로 윤석열 정부는 최초로 임기 내내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였다. 더욱이 여야 간 의석수 차이뿐만 아니라 대립 강도도 그 어느 때보다 클 것으로 예견되는 여소야대 상황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향후 한국정치가 타협과 공존에 기반하여 잘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정파적인 갈등이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2대 총선 이후 직면할 가장 큰 정치 변화는 국정 운영의 중심축이 대통령에서 국회로, 국회 내에서도 더불어민주당으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고 변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내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과 개헌 시도를 막을 수 있다. 대통령도 국회가 가결한 법안에 대하여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하지만 야당들이 주도하여 신속하게 처리하는 법안을 지연시키거나 막을 방법은 없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으면, 여당 내에서 8명의 국회의원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등에 반기를 드는 상황도 나타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주어진 21대 국회와 다른, 자신의 임기 내에 새롭게 만들어진 22대 국회와 직면해야 한다. 같은 여소야대 국회라도 정치적인 맥락은 큰 차이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전과는 다른 당정관계를 정립하기 위하여 새로운 당 대표와 원내 대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큰 변화와 혁신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 과정이 잘 이루어진다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안정적인 국정 운영에 필요한 자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수평적인 당정관계 복원, 여야 간 대화창구 마련, 타협과 협치의 정치문화 조성 등은 승자의 여유보다는 패자의 절박함에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만약 이러한 변화와 혁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정치는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한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갈 것이다.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에서 크게 승리하여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는 점은 부담이다. 유권자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아닌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에 국정 운영의 열쇠를 넘겨준 만큼 더는 대안 없는 비판과 반사이익을 통한 정치를 진행하기 어렵다. 조국혁신당과 협력해야 하지만 선명성 경쟁에 뒤져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수도 없다. 국민의힘과 조국혁신당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나타나면 이를 조정하는 균형자의 역할도 담당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본격적인 정치적 실험과 도전은 22대 총선 이후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여기서 어떠한 모습과 성과를 보이는가의 문제는 미래권력으로서 유권자의 신뢰와 선택을 받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제언

오늘날 한국정치는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해안에 놓여 있다. 밀물과 썰물이 크게 자주 밀려오고 빠져나간다. 정치권이 안정적인 해안을 외면하고 자꾸 위험한 해안으로 대한민국호를 몰고 갔기 때문이다. 감동은 적고 분노에 의존한 쉬운 정치가 만연한 결과이다. 어느 정치인과 정당이 얼마나 지혜로운 방식으로 평화롭고 풍요한 해안으로 대한민국호를 옮겨 놓을 것인가의 문제는 향후 한국정치 발전의 핵심이다. 미래권력으로서 유권자의 신뢰와 선택을 받는 기준도 될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은 어려운 일이다. 정치권이 달콤하고 쉬운 유혹들을 극복하면서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가능해지면 한국정치는 크게 도약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The Rhetoric)에서 주장한 바 있듯이,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어 화자의 에토스(Ethos)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정치인의 말이 힘을 가지려면 진정성, 도덕성, 헌신성, 신뢰감이 있어야 한다. 에토스가 있는 정치인의 설득력 있는 말, 이것이 한국정치의 변화를 고대하는 국민의 바람이다. 정치인들이 어느 순간 덜 신경을 써 잃어버린 에토스를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를 22대 총선을 계기로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선거제도 개혁, 위성정당 방지, 정치관계법 개정, 정당 공천제도 개혁, 당내 민주주의 개선 등의 산적한 제도적 문제는 그 이후에나 논의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고의 원문 출처는 '동아시아재단 정책논쟁 213호'임을 밝히며, 원문의 저작권은 동아시아재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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