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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중기 `기울어진 운동장` 바꾸자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18-01-08 18:00
[2018년 01월 09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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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중기 `기울어진 운동장` 바꾸자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불공정거래를 연상하는 경우가 많다. 일감몰아주기, 기술탈취, 단가압박, 비용부담전가 등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기울어진 운동장'은 대중소기업간 관계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내에도 존재한다. 중소기업 사업주가 근로자들을 저임금으로 부려먹으면서 자신의 이익만 챙기면 근로자들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돌아가지 않아 열악한 근로조건을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을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근로조건이 더욱 열악해진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대중소기업간, 중소기업내 사업주-근로자간, 정규직 근로자-비정규직 근로자간에 중층적으로 존재하면 바닥에 있는 근로자는 희망을 갖기 어렵다. 또 근로자들은 경영에 대해 알 필요없다는 생각으로 불투명한 경영과 독불장군식 경영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현장실습을 나온 특성화고 학생이 저임금에 무리한 작업을 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구조로 되어 있으면 낙수효과는 커녕 정책자금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해도 지원에 따른 이익이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으로 흘러가는 빨대효과가 작동해 중소기업의 성장이 어려워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지원을 해도 사업주만 이익을 챙기는 빨대구조로 돼 있으면 우수인력의 중소기업 기피와 인력난은 해소되지 않고 임금격차는 커지고 양극화는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중소기업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중국이나 개도국의 추격이 거세고 창의성이 핵심경쟁무기로 되고 있는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더이상 저임금전략으로는 생존하기 힘들다. 이제는 창의적 인재에 걸맞는 보상과 인적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여 도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소기업 사업주들의 생각도 임금비용 절감에만 주력하는 경영에서 우수인재 확보와 육성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지불능력이 취약해서 당장 높은 수준의 보상을 해주기 어렵다면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 능력개발 등의 미래비전을 통해 생애보상의 기대수준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영실상의 투명한 공개와 미래비전의 공유노력이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중소기업 인력지원정책도 전면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중소기업 사업주를 지원하면 근로자들에게도 자동적으로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낙수효과와 같은 암묵적 전제를 버리고 지원요건에 사업주와 근로자가 지원성과를 공유하는 계획과 규칙을 명확히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벤처나 이노비즈, 메인비즈와 같은 혁신형 중소기업의 평가지표에도 기술 못지 않은 비중으로 성과공유계획이 중시되어야 한다. 또 이러한 성과공유계획은 구직자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 등에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공개된 성과공유계획은 우수인력의 유입동기가 될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혁신노력의 목표이자 동기가 되어 경쟁력 강화의 선순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현장실습도 사업주의 저임금 착취가 되지 않도록 실습기회를 제대로 제공하는 기업을 선정하고 이들 기업에 실습에 따른 기회손실을 충분히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 이렇게 대중소기업간의 '기울어진 운동장'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내 '기울어진 운동장'도 제대로 바꾸어야만 중소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성장하고 양극화가 해소되는 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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