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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 살인법' 이름이 무시무시한 이 법은 2007년 영국에서 제정, 시행됐다. 이를 통해 기업이 노동자의 사망 등 산업재해에 대해 충분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주체로 설정돼 직접적인 배상과 상한선 없는 벌금 등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안전 관리 체계 미비 등에 대해 과실치사의 혐의도 받을 수 있게 됐다. 2015년 한국에서는 하루에만 5명, 한 해 181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했다. 노동자 1만명당 영국보다 20배나 많은 수치다.
급격히 증가하는 산업현장, 그만큼 늘어나는 일 하다 죽는 사람들. 기업과실로 인한 산업재해 1983년부터 10년간 5477명 사망, 산업보건법 위반 기소됐지만, 낮은 벌금이 전부였다. 1987년 제브뤼해 연안에서 459명의 승객이 탑승한 배가 출항 후 1시간 만에 침몰했다. 193명 사망, 4명 실종. 침몰 원인은 부 갑판장이 잠이 들어 선수 문을 연 채로 출항한 것. 하지만 조사결과 진짜 원인은 선박회사의 안전미비로 밝혀졌다. 선박회사 임원들과 기업은 살인죄로 기소됐으나 결과는 '무죄.' 기업의 성질상 살인죄를 집행할 수는 없다는 이유였다. 이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지하철 킹스크로스역 화재사고(1987년, 31명 사망), 북해 유정 굴착기지 폭발사고(1988년, 167명 사망), 자동경보시스템 미작동으로 인한 사고(철도노동자 7명 사망 및 151명 부상, 1997년) 등. 그때마다 기업은 산업보건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대부분 낮은 벌금 처리로 끝났다. 여론이 들끓었다.
어떻게 기업에 살인죄를 물을 수 있단 말인가? 법 이름이 너무 과격하다? 거센 논쟁 끝에 2007년 집권당이던 노동당 정부는 '기업 과실치사 및 기업살인법'을 통과시킨다. 적용 대상은 기업, 경찰조직을 포함한 공공기관, 노동조합, 경영자협회 등이었다(제1조 2항). 기업 과실치사죄가 인정된 경우 해당 기업은 벌금형을 선고받게 되며, 벌금의 상한에는 제한이 없다(제1조 6항). 이 새로운 형사법의 핵심은 '기업이 업무와 관련된 안전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아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2008년 안전장치 미비로 숨진 지질학자에 대해 해당 기업에 최초로 기업 살인죄가 적용됐다. 선고된 벌금은 38만5000파운드, 한화로 약 6억7300만원이었다. 당시 이 판결을 내린 판사는 "벌금 때문에 회사가 파산한다 해도, 불행하지만 필연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영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산재사망국가이다. 반면 한국은 수년째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일하다 사람이 죽는 일에 대해 기업에 강력한 책임을 묻느냐의 여부가 상이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영국의 '기업살인법'을 통해 바라본 우리나라 산업재해의 문제를 다룬 지식채널ⓔ '이미 충분히 늦었다'편에서 방송된다.
김지영기자 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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