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위기의 한미FTA, 현실진단과 해법](http://contents.dt.co.kr/images/201710/2017101602102351607001[1].jpg "[시론] 위기의 한미FTA, 현실진단과 해법")
그 논란의 내용은 만약 정책결정자가 국가전체의 사회후생을 극대화한다고 가정할 경우, 자해행위에 가까운 보호무역정책들을 선택하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으나, 정책결정자의 목적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극대화로 설정할 경우, 그 동안의 모든 비이성적으로 보였던 보호무역정책들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비이성적인 무역정책의 사례로 거론되는 대표적인 사례인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일본에 적용했던 자유수출규제(VER)정책도, 이처럼 현실의 정책결정자는 정치적인 자기앞가림에만 매몰돼 있다는 정치경제학적 이론을 통해 분석하면, 가장 합리적인 정책으로 확인된다. 그런 맥락에서 트럼프가 지난 1월 이래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든 행태는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분석틀을 완벽하게 뒷받침하는 사례들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이라면, 과거 레이건 행정부나 부시행정부의 경우, 브레턴우즈체제를 통해 구축된 전후 국제질서와 천부인권에 대한 문명사회적 태도를 벗어나지 않으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트럼프는 모든 역사적 가치와 국제질서를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목적만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맥락에서 트럼프행정부의 북한과의 말 폭탄전쟁과 안보위기고조전략은 정확히 트럼프 자신의 이익극대화를 위한 최선의 전략이라는 차원에서 트럼프행정부의 '벼랑 끝 전술'은 트럼프 임기 말까지 계속될 공산이 크다. 트럼프 스스로가 자신이 대통령의 될 수 있었던 배경은, '누적된 사회불평등과 백인노동자들의 실질소득감소는 시장개방에 따른 저가수입품 때문이기에, 보호무역정책을 통해 백인노동자들의 소득을 높여주겠다'는 포퓰리즘 공약이 주효했기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행정부는 내년 11월에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전까지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보호무역정책들을 최대한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대표적인 시범케이스로 얻어걸린 경우가 한국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즉 미국입장에서는 중국이나 EU에 비해 훨씬 손쉬운 상대일 뿐만 아니라, 촛불시위의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성조기를 흔들고 있는 극우 보수세력들과 보수언론이 한미FTA폐기나 미국과의 통상마찰은 곧 한국의 안보위기로 이어지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한국정부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음을 미국정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안보위기 역시, 한국내의 보수세력과 보수언론들이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신성시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는 트럼프정부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한반도의 안보위기가 고조될수록 노다지에 가까운 군수품의 대한국 수출급증과 트럼프 지지율이 상승하는 만큼, 한반도의 위기증폭전략은 한국에 대한 무차별적 통상압력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남는 장사다. 이런 노다지 장사에 미치광이 전략까지 보태면 트럼프의 이익은 더욱 크게 단기에 실현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처럼 트럼프행정부가 가장 쉬운 상대인 한국을 상대로 본보기 통상압력과 안보위기고조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배경은, 단지 한국이 상대적으로 약소국이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내의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이 한미동맹을 신성시하면서, 한국정부의 협상력을 무력화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와 일방주의의 결과, 다자간 통상규범인 WTO체제와 다자간 국제안보체제가 점차 무력화되고 있는 것도 그 주요원인이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한미FTA재협상과 철강, 가전제품 등에 대한 미국의 긴급수입제한 조치 등의 통상압력과 향후 방위비분담확대를 포함한 다양한 안보압력에 대해 우리정부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트럼프가 미치광이전략으로 흔들고 있는 한미동맹카드에 한국의 보수세력들이 동조하면서 우리정부의 협상선택지를 줄이는 악순환이 중단되어야 한다. 동시에 점점 그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다자간 통상규범인 WTO체제와 지역집단안보체제 재건을 위한 국제적 노력을 우리정부가 주도할 경우, 트럼프의 미치광이전략에 우리정부가 굴복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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