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뉴스와 콩글리시] "할 말 하는 `앵커`를 구합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입력: 2017-09-13 18:00
[2017년 09월 14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뉴스와 콩글리시] "할 말 하는 `앵커`를 구합니다"
김우룡 한국외대 명예교수·언론학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 위기를 맞았다가 간신히 조건부 승인을 받은 TV조선이 눈에 보이는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원로방송인을 회장으로 영입하고 비판적 우파 논객 전원책(全元策)을 밤 9시 뉴스의 앵커로 기용했다. 시사 토크 쇼 '썰전'에 출연해서 입담을 자랑하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이것이 정치다'의 진행을 맡던 그는 지난 7월 3일부터 뉴스쇼의 앵커로 변신, 우리 앞에 나타났다.

그는 TV조선 입사에 앞서 "할 말은 하는 뉴스, 포장하지 않은 정직하고 진실한 뉴스로 시청자에게 다가가겠다"고 다짐했다. 뉴스 진행과 함께 그날의 이슈 대담과 현장 인터뷰 등 다양한 포맷을 선보일 것이라고도 했다.

방송에 자주 출연해 왔던 논객 혹은 입담꾼이 어느날 갑자기 텔레비전 방송의 간판 뉴스에 메인 앵커로 등장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지만 그가 진행을 맡은 뒤 한 주간의 시청률을 보면 개편 전 메인 뉴스의 평균이 0.99였으나 개편 후 7일간 평균은 1.42였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유지될지 알 수 없으나 그의 스카우트는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 저명한 방송저널리스트이자 앵커우먼 바바라 월터스(Barbara Walters)가 있다. 바바라와 인터뷰하지 못했으면 세계적인 명사가 아니라고 할 만큼 그는 영향력 있는 방송인이었다. '인터뷰의 여왕'으로 불리던 바바라는 '위대한 방송인 50인' 가운데 3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미국 방송의 역사에서 1976년은 매우 의미있는 해였다. 1961년부터 1976년까지 NBC의 투데이를 진행하던 바바라 월터스는 1976년 연봉 100만달러를 받고 라이벌 방송사 ABC로 이적했다. 간판 스타의 이적 못지않게 그의 연봉 100만달러는 당시로서는 매우 쇼킹했다. 바바라의 이적은 그 자체가 큰 뉴스였고 거금을 들인 ABC는 바바라 덕분에 시청률이 치솟아서 100만달러의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바바라는 게스트 출연자나 입담꾼 출신이 아니고 ABC에서 잘 훈련된 전문방송인이었다.

누가 앵커인가? 요즘엔 라디오 TV케이블에 출연하는 진행자들이 모두 앵커 행세를 하고 있지만 장삼이사(張三李四)를 앵커라고 부르지 않는다. 앵커(anchor)는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 파도에 떠밀려 가지 않게 줄이나 사슬에 달아 해변에 고정해두는 무거운 금속 물건(a heavy metal object)이다. '닻'을 가리키던 앵커가 어떻게 방송 용어가 됐는가? 1952년 CBS보도국장이던 시그미켈슨(Sig Michelson)은 장시간에 걸친 전당대회(全黨大會)의 생중계를 맡는 진행자를 앵커맨(anchorman)이라고 이름했고, 방송사상 최초의 앵커맨으로 당시 무명의 애송이 기자 월터 크롱카이트(Walter Cronkite)를 발탁했다. 비중이 큰 프로그램을 '떠내려 가지 않게 붙들어 매듯' 진행의 중심이 되라는 뜻이었다.

1961년 크롱카이트는 30분짜리 뉴스쇼의 앵커가 되어 18년 동안 TV저널리즘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뉴스쇼(news show)는 기자들의 현장보도(report on the spot)와 목격보도(eyewitness news)를 중심으로 구성된 요즘의 종합뉴스를 말한다. 앵커는 때에 따라 해설자, 논평가, 인터뷰어로서 역할도 맡는다. 미국의 3대 메이저 방송사 앵커는 '신문의 1면' 같은 존재로 뉴스룸의 총괄 책임자다. 그런 뜻에서 보도본부장을 겸직했던 KBS의 박성범(朴成範)은 우리나라 최초의 앵커다운 앵커였다.

한 때 MBC는 인사 발령에 "앵커를 명(命)함"이라고 나온 일이 있었다. 메인 뉴스의 진행을 전담하라는 뜻이겠지만, 좀 우스꽝스럽다. 앵커는 조직 내의 지위가 아니고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사발령은 신문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대기자(大記者)를 명함." 명령한다고 대기자, 대PD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원로가 큰 업적이 있고 타의 귀감이 되는 경우 언론계 안팎에서 존경의 마음으로 부르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어디 대학에서 '대학자'라고 인사발령을 내면 대학자가 되겠는가?

뉴스쇼나 보도 관련 대형 프로그램 진행자를 앵커라고 하지만 일반 뉴스 블리틴(bulletin)과 스트레이트 뉴스의 진행자는 뉴스캐스터(newscaster) 또는 뉴스리더(news reader)다. 토론프로는 모더레이터(moderator), 정보제공이나 해설 프로는 프리젠터(presenter), 일반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MC(master of ceremonies), 미스 유니버스 등 행사중계는 호스티스(hostess)라고 하듯 프로그램 성격에 따라 호칭도 달라진다.

저널리스트의 사명은 공직자를 격분하게 만드는데 있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
연예 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