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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잠들어 있는 `초고성능컴퓨팅법`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전자정부민관협력포럼 공동대표 

입력: 2017-08-27 18:00
[2017년 08월 28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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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잠들어 있는 `초고성능컴퓨팅법`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전자정부민관협력포럼 공동대표
전 세계는 지금, '즉흥적이고' '여과되지 않고' 그래서 무책임한 트윗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이념편향적인 메시지가 SNS를 통해 사이버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 수많은 검증되지 않은 짧은 트위터 메시지 때문에 진실한 정보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제 어느 메시지가 진실하고 어느 메시지가 거짓인지, 구분하기 힘든 세상이 됐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모든 정책이 SNS의 영향을 받고 있다. 중요한 국책사업 마다 정부의 주장이 옳은 것인지, 반대편 주장이 옳은 것인지 판단할 수도 없다. 수많은 '검증되지 않은' 트윗이 '트윗 홍수'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SNS 등장은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서 부정부패를 줄이고, 집단지성을 통해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정책을 많이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SNS는 정책을 둘러싸고 찬성하는 집단과 반대하는 집단을 만들고, 이들 사이에 극렬한 대립과 투쟁을 만들어 내고 있고, 정책은 표류하고 있다.

이제, 이런 상황을 빠져 나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수많은 요인이 서로 상호작용해 복잡한 세상을, 불확실한 미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사건을 종합적 객관적으로 고려하는 '정책 시뮬레이터'를 만들어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건전한 정책토론 문화를 만들 때가 됐다. 다행히 우리에겐 '국가초고성능컴퓨팅 활용 및 육성에 관한 법령'(이하 초고성능컴퓨팅법)이라는 수단이 있다. 2011년에 의원입법으로 발의되고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정책시뮬레이션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 법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해 정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10개 부처를 선정하고, 이들 부처로 하여금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정책 시뮬레이션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 법은 부처 사이에 데이터의 공유가 어려웠고, 대규모의 복잡한 시뮬레이션 모델을 개발해 운영할 수 있는 전문가도 부족해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물론 관련부처의 무관심도 한몫했다.

다행히 제4의 물결을 몰고 온 새로운 ICT 기술이 이 법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주고 있다. 과거와 달리 빅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됐고, 부처 간 협업도 어느 정도 진전되고 있다. 그리고 '알파고' 충격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책 시뮬레이터의 가능성과 개발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초고성능컴퓨팅법을 리모델링해 제4차산업혁명 시대의 총아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이 법의 내용 중, 슈퍼컴퓨팅의 공공분야 활용에 관한 조항의 소관부처를 차세대 지능형 전자정부를 담당하는 부처로 통합해 주는 일이다. 슈퍼컴퓨팅을 통해 과학기술을 진흥하는 조항은 지금처럼 과기정통부가 맡고, 정부 부처 대상의 슈퍼컴퓨팅 활용 관련조항은 전자정부를 총괄하는 행안부가 맡는 것이 맞다. 현재 이 법 시행령에서 행안부는 국가초고성능위원회에서도 빠져있다.

둘째, 제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시행령에 나와 있는 이 법의 적용대상 부처를 현재의 10개 부처에서 모든 부처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분야별 슈퍼컴퓨터 기반의 정책 시뮬레이터를 만들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시급하다. 대학이나 전문연구소를 통하여 전문가를 양성하면, 현 정부가 추진하는 일자리 창출, 청년 고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넷째, 행정규제기본법 상의 규제영향평가를 이 법과 연계해, 규제영향평가에서 슈퍼컴퓨팅 기반의 정책시뮬레이터 활용을 의무화해 규제영향평가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데이터 공개 및 공유가 보다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정책 시뮬레이터 구축을 위해서는 부처 간의 벽을 넘어서 민간 데이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 것이다.

정책 시뮬레이션이 제 기능을 하면, 무책임하게 쏟아지는 트윗의 홍수 속에서 건전한 정책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또 정책 시뮬레이터로 예상되는 정책 부작용을 미리 막아서 정책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즉흥적이고' '여과되지 않는' 트윗이 만들어 낸 감정적이고 즉흥적이고 비논리적이고 이념편향적인 토론 문화가 객관적이고 논리적이고 문제해결중심의 토론 문화로 바뀌는 날을 기대해 본다. 새 정부의 관심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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