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직장 부위에서 생기는 염증 질환으로 항문 주위 농양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항문에는 점막을 보호하기 위해 항문샘이라는 것이 항문 주변에 360도로 걸쳐져 있다. 항문샘은 배변을 원활히 도와주는 윤활제 역할의 점액을 분비한다. 이러한 항문샘에 세균이 침투해 염증을 유발해 고름집을 형성하는 것을 항문 주위 농양이라고 한다.
고름은 터지면 항문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고름과 함께 항문 주변에 누공(병으로 인해 생긴 구멍)이 만져진다면 치루로 의심할 수 있다. 항문 주위 농양은 외관상 단순한 항문 종기처럼 보여 종기로 오인하고 스스로 짜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항문 종기와 함께 심한 통증이 동반하면서 감기, 몸살 증상도 있다면 항문 주위 농양일 확률이 높아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질환이 만성화돼 치루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루는 내버려둘수록 치료법도 까다로워지고 완쾌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최대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항문 주위 농양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늘고 있지만, 치루 환자는 줄어드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항문 및 직장부의 농양 질병 소분류 통계를 보면 2012년에는 4만7000명이었던 항문 농양 환자는 2016년에는 5만2000명까지 약 111%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항문 및 직장부의 열창 및 누공(치루)으로 병원에 방문한 환자는 2012년 15만9000명에서 2015년 15만 명까지 94%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2016년 15만6000명 정도로 다시 늘었다.
2015년 대비 2016년 치루 환자가 증가하긴 했으나 최근 5년간 치루 환자 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환자들이 치루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항문 주위 농양일 때 조기 진료를 받고 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실제로 단순 항문 주위 농양은 발견 즉시 절개해서 배농시킨 후, 항생제만 투여하면 염증이 가라앉을 수도 있기 때문에 비교적 치료가 쉬운 편이다. 염증이 심하거나 농양의 위치가 깊을 경우에는 척추 마취 또는 전신 마취 후 수술을 할 수도 있지만 비수술적 치료를 우선 시도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루와는 치료법이 다르다. 반면 치루는 괄약근간면에 있는 1차 병소를 제거하고 고름이 빠져나가면서 생긴 누관까지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방치하면 드물게 염증이 암으로도 발전할 수 있어 꼭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항문 주위 농양이나 치루의 발병 원인은 청결과는 무관하며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규칙한 식습관으로 생긴 변비, 설사 등에 의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치루는 오랫동안 방치하면 나무처럼 뿌리를 더 깊게 내리는데 심하면 허벅지까지 진행되는 복잡 치루로 발전하므로 시간을 지체해서는 안 되는 질병이다.
복잡치루는 말 그대로 복잡해서 누관이 있는 곳을 모두 절개하면 괄약근을 크게 손상시킬 수 있어 절개 수술보다는 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을 하거나 수술기간을 길게 잡고 2단계에 걸쳐 수술을 시행한다. 환자에게 적합한 수술법을 권유하고 수술 집도까지 할 수 있는 경험이 풍부한 외과 전문의인지 확인하고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강북구 수유동 방외과 방상일 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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