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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코딩교육 준비 `유감`

김진형지능정보기술원원장, KAIST 명예교수 

입력: 2017-07-09 18:00
[2017년 07월 10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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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코딩교육 준비 `유감`
김진형지능정보기술원원장, KAIST 명예교수

내년 신학기부터 초중고에서 코딩 교육을 전면 실시한다. 그러나 그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걱정이다. 2014년 7월경 코딩을 초중고 정규 과목으로 실시하자는 의견이 나왔을 때 교육부는 차기 교육과정 변경 시, 즉 2023년 실시를 검토해 보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미래부와 컴퓨터 전문가들은 이는 너무 늦다며 2018년 실시를 주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9월 교육과정 심의위원회에서 2018년 코딩교육을 결정했다. 그러나 시수는 많이 줄어서 초등학교는 17시간, 중학교는 34시간이 배정됐다. 본격적인 교육이라기 보다는 맛보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나마 얻어낸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코딩의 중요성을 이해 못하는 교육정책 당국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코딩교육을 넣기 위하여 다른 과목의 시수를 줄여야 하는 현실이었다. 과목 시수가 밥그릇과 직결되는 우리 현실에서 어느 누가 자기 과목을 줄이라고 내놓겠는가?

코딩 교육이 확정된 전후로, 사회 전반에서 코딩교육에 관한 관심이 고조됐다. 대학교수들이 봉사단을 결성해 방과후, 또는 주말학교를 운영하기도 하고, 디지털 기업에서는 사회공헌 차원에서 코딩교육을 실시했다. 강남 일부에서는 사교육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대도 공교육에서의 준비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교육부와 미래부가 공동으로 선도학교를 지정해 시범교육을 실시하고, 교사연수를 실시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 규모는 작을 수 밖에 없었다. 전국의 초중고 학교가 1만1000개가 넘는데 약 1000개의 선도학교를 지정했으니 열 개 중 하나의 꼴이다. 교사 연수도 교양 수준이었다. 선도학교를 신청한 학교는 그 학교에 누군가 코딩 교육에 관심 있는 분이 있다는 것이다. 신청도 안 한 학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런 학교가 90%가 되는 현실을 어떻게 할까?

2013년 교육부 조사에 의하면 중고등학교의 정보 컴퓨터 교사는 3890명이다. 이는 학교 당 0.7명, 특히 중학교는 0.3명 수준이다. 전국의 중학교 3200개 중에서 약 60%, 즉 1900개교가 정보 컴퓨터 담당 교사 또는 강사가 한 명도 없다.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중학교에서 정보 컴퓨터 담당 교사 없이 어떻게 코딩 수업을 진행하나? 보통 문제가 아니다.

컴퓨터 전문가를 급히 채용하고 연수시켜서 정보 컴퓨터 교사로 채용하자는 제안은 일언지하에 거부됐다. 사대 순혈주의 때문이다. 그 대신 다른 과목 담당 교사들에게 정보 컴퓨터 전공을 연수시켜서 정보 컴퓨터 교사로 양성하겠단다. 그런 교사들이 코딩 수업을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을까? 코딩교육이 암기과목이 될까 걱정된다.

코딩 교육이 확정된 이후에도 주무부처인 교육부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미래부가 나서서 주도할 파워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적 악재는 국정역사교과서 파동이다. 교육부 간부들이 코딩교육 준비에 정신을 쓸 여력이 없었다. 정권이 바뀌자 거품처럼 사라진 국정 역사교과서를 보니 안타깝다. 차라리 미래 먹거리인 코딩교육 준비에 집중했었으면 좋았을 걸.

2016년 새해벽두부터 큰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려왔다. 우리에게 큰 행운이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와 알파고의 충격은 이 땅의 모든이들에게 코딩교육의 필요성을 깨우쳐 줬다. 알파고의 충격이 있기 전에 정부가 코딩교육을 결정한 것은 참 잘 한 일이다. 만약에 2023년에 시작한다고 결정했더라면 알파고 사태 때 엄마들의 폭동이 있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식은 땀이 난다. 코딩교육 실시 결정이 지난 정부 최대의 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준비는 충분치 못했지만.

정보 컴퓨터 교사의 확보는 국가적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학생이 줄어서 교사 충원이 일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정보 컴퓨터 교사만을 대규모로 충원한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다행히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담당할 교사 1만명 채용을 약속했다. 잘 지켜지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교육혁신의 물살을 탈 교육부가 코딩교육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차제에 코딩교육은 미래부에 맡기는 것이 어떨까? 최소한 문재인 정부하에서 만이라도. 미래부의 R&D 예산으로 정보 컴퓨터 전문가를 선발해 학교에 파견하자. 그래서 교사와 같이 수업을 진행하게 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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