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기기조작 서툴러
사람보고 금융거래해야 신뢰"
인터넷·모바일뱅킹 확대추세
고령층 거부감 커 '금융사각'
사람보고 금융거래해야 신뢰"
인터넷·모바일뱅킹 확대추세
고령층 거부감 커 '금융사각'
은행 창구 이용 '60대 이상 고령층'
전남 목포서 자영업하는 조태빈씨
전라남도 목포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조태빈씨(67)는 3일마다 한 번씩 인근에 있는 주거래은행인 NH농협은행을 찾는다. 3일마다 입금되는 카드결제 대금을 찾아, 거래처에 물품대금을 송금하거나 임대료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동안 대금 확인부터 대금 납부, 계좌 이체를 모두 은행 매장에서 처리해 오다 보니, 조씨는 간혹 개인 업무로 은행 영업시간인 오후 4시를 맞추기 어렵게 되면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젊은 사람들은 영업점이 문을 닫은 시간 이후에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뱅킹으로 대금 확인은 물론 계좌이체 까지도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조씨는 인터넷뱅킹은 물론 자동화기기(ATM)도 어려워 그동안 모든 은행업무를 직접 매장을 찾아 해 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은행가는 일이 큰 업무중에 하나였던 조씨에게, 최근 걱정이 늘어나고 있다. 은행 점포가 해마다 100여개씩 줄어들고 있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 점포도 혹시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들은 비대면 등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영업점을 대폭 통폐합 하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영업점은 2014년 5595개에서 매년 줄어 들어 올해 3월에는 5230개를 기록했다. 불과 3년 만에 은행점포 365개(6.5%)가 감소한 것이다. 특히 디지털금융 전환 이후, 은행 영업점 감소 추세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최근 씨티은행은 하반기부터 전체 영업점의 80%를 통폐합 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시중은행들은 금융 고객들이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 등 디지털금융 서비스와 전국 곳곳에 있는 ATM 등을 통해 금융거래를 하고 있고, 금융거래 중 90% 이상이 비대면으로 이뤄지고 있어 영업점을 줄여나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조씨 처럼 수십년 동안 오프라인 매장에 익숙해진 고령층들은 여전히 비대면 서비스 보다는 직접 영업점 창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디지털금융 시대에 오히려 금융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 있다.
시중 은행들은 영업점을 줄이면서,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 확대로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큰 고령층들은 아예 금융서비스가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조씨 역시 당분간은 오프라인 영업점을 계속 이용할 생각이다. 조씨도 젊은이들 처럼 스마트폰에 금융앱도 설치하고, 디지털금융 서비스를 받을까 생각도 했지만, 기기조작이 서툰것 뿐만 아니라 아직은 직접 창구에서 사람을 보고 금융거래를 해야 믿음이 가는게 사실이다. 조씨는 "휴대전화로 은행거래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용하는데 쉽지 않고, 이래저래 많은 궁금증이 발생하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은행을 직접 찾을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 점포가 계속 없어지고 있어 거래하는 은행도 문을 닫을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조씨 처럼 60대 이상 고령층 10명중 9명은 여전히 은행 영업점을 이용한다. 디지털금융 시대를 맞아, 은행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쉬운 모바일금융 앱을 내놓고 있지만, 고령층에는 디지털금융이 여전히 큰 숙제가 될 전망이다.
모바일뱅킹이 익숙한 '20·30 밀레니엄 세대'
세무사 사무실 근무하는 최소라씨
서울 양천구 세무법인 택스홈앤아웃에 근무하는 최소라씨(25)는 아침 출근길에 '오늘은 얼마를 저축하시겠어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사회초년생 부터 차곡차곡 돈을 모아보자는 생각에 최씨가 가입한 은행 적금 알림메시지다. 최씨가 '5000원'이라고 답장을 보내자, 미리 지정해 놓은 예금통장에서 적금통장으로 이체가 완료됐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커피숍에 들러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수다를 떨었다. 다음 달 생일이라는 직장동료에 돈을 모아 생일선물을 사주자는 의견이 나왔다. 최씨는 선물가게에 함께 가지는 못할 것 같다며 스마트폰을 꺼내 옆에 있던 동료 계좌로 5만원을 송금해 줬다.
퇴근 후 지하철에서는 최근 가입한 로보어드바이저 펀드가 얼마의 수익을 냈는지 확인했다. 수익률이 1% 수준으로 높지는 않았지만, 목표한 성과를 못 내면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약정 했으니 걱정은 없다.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계는 오후 11시를 가리켰다. 소액대출을 받기 위해 인터넷은행에 접속해 마이너스통장을 만들기로 했다. 미리 인터넷은행 계좌를 개설해둔 터라 복잡한 서류제출 없이 손가락 지문과 자동응답서비스(ARS) 인증만으로 5분 만에 마이너스 통장이 뚝딱 개설됐다.
최씨는 "일일이 은행을 찾아다니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며 "요즘에는 사무실에서 은행에 갔다 오겠다 하면 오히려 인터넷뱅킹도 하지 않느냐는 핀잔을 듣는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을 활용하는 것이 수수료 면에서도 저렴하고 금융상품도 다양해 앞으로도 꾸준히 이용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바야흐로, 디지털금융 시대다. 특히 최씨와 같이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금융은 손안에서 간편하게 구현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중에 하나다. 굳이 혼잡스런 은행 매장을 찾지 않아도, 스마트폰으로 통장계좌도 개설하고 간편하게 송금이체도 가능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상담역을 거치지 않더라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한 로봇이 주식투자 상품도 골라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뱅킹을 포함한 인터넷뱅킹 이용자 수는 1억2254만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모바일뱅킹 이용자는 7468만명 으로, 지난해 말보다 15% 증가해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자의 61%를 차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2.1%로 가장 높았으며, 20대와 40대, 50대도 각각 53.0%, 56.1%, 40.3%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 반면, 60대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13.7%로 다른 세대에 비해 낮았다.
조은국기자 ceg4204@ 김민수기자 min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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