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슈와 전망] 한미 자유무역 확대해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06/20170626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한미 자유무역 확대해야 한다")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미국 부통령 마이크 펜스는 역사적인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미국이 재검토한다고 경고했다. 한미FTA가 발효된 이후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 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런 주장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인사들이 내세우는 논리인데 폐쇄적이며 자국 위주(America first)의 주장이다. 트럼프의 보좌관들이 주장하는 미국 무역적자에 대한 불만도 그릇된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펜스 부통령이 지목한 문제도 2012년 발효한 한미자유무역협정과 그 후에 늘어난 미국의 무역적자였다. 그러나 실제로 이 협정으로 인해서 미국의 자동차, 쇠고기, 항공부품 등 광범위한 수출상품들에 대한 한국의 관세가 크게 내렸다. 미국상품의 수출경쟁력은 개선됐고 그만큼 수출도 늘어났다. 반면에 지적(知的)소유권, 근로자의 권익, 환경보호는 강화되었기 때문에 미국 근로자에 유리하게 개선됐다. 또한 한국의 서비스 시장도 미국기업에 개방됐다.
무역협정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한미 양국에 상호 호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한미FTA가 미국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미 양국간의 무역은 세계무역이 침체했던 중에도 증가했다. 제조업과 서비스 분야에서 양국의 수출은 모두 늘었다. 미국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도 크게 늘었다. 무역분쟁은 항상 일어날 수 있지만 무역협정은 분쟁 해결을 위한 합리적인 과정을 마련해 놓았다. 미국의 대한(對韓)무역적자는 2012년 166억 달러에서 작년에는 277억 달러로 확대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한미FTA가 잘못됐기 때문은 아니다. 무역협정이 발효하면서 한국 경제는 심한 경기침체에 빠졌고 한국의 수입도 저조했다. 따라서 무역협정이 미국 수출에 대한 한국의 무역장벽을 낮추지 않았다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욱 확대됐을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양국간 무역적자는 경제적 병리현상이나 트럼프 진영 인사들이 흔히 말하듯이 무역협정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개정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무역적자는 소비자와 기업, 구매자와 생산자들이 시장에서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거래한 결과다. 이러한 자유시장 경제에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으며 개입을 해서도 안 된다. 또한 논의의 초점을 상품무역 적자에 맞추는 것은 광범위한 한미 경제관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지지하는 핵심 국가이며 미국의 외교적, 군사적 파트너이다. 한미 양국은 무역 규모만 해도 년간 1000억 달러에 달한다. 양국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자유시장경제와 공정무역의 가치를 공유한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훨씬 뛰어넘는다.
한미FTA가 개선돼야 할 부분도 없지 않다. 펜스 부통령이 지적했듯이 미국기업이 한국시장을 접근하는데 어느 정도 무역장벽이 남아 있을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의 자동차산업이 한국시장에 진입하는데 필요 이상으로 요식, 절차 등을 요구한다는 불평도 있다. 이 같은 규제완화와 함께 거래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통화조작을 엄격하게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 같은 시장 개선 노력에 초점을 맞추어서 양국이 무역을 확대해 나가면 쌍방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가 공약대로 무역적자 감축에 집중해서 시장개입, FTA개정 등으로 교역상대국을 몰아간다면 자유무역은 위축되고 교역상대국 및 동맹국들과 긴장이 고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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