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지원 옥스팜코리아 대리
![[발언대] 세상을 바꾸는 `인생 기부 프로젝트`](http://contents.dt.co.kr/images/201703/2017033102102269788001[1].jpg "[발언대] 세상을 바꾸는 `인생 기부 프로젝트`")
국제구호개발기구에서 일하면서 아시아, 아프리카의 빈곤지역 사업현장에 다니다보면 누군가는 '아직도 그럴까'라고 생각하는 가난의 문제들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뭄과 대지진, 태풍, 계속되는 내전과 폭력사태 등으로 인한 극심한 식수 및 식량부족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는 2017년 3월 현재, 동아프리카 4개국의 2000만 명이 당장 겪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러한 극심한 빈곤지역의 주민들은 마실 수 있는 물을 구하러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다녀야만 한다. 그러다보니 마실 물을 구하기 위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고, 물을 구하러 먼 길을 다녀오는 길에 아이들을 잃게 된 엄마들도 있다. 지금 옥스팜코리아에서 준비 중인 트레일워커 프로젝트는 물을 얻기 위해 매일 수십 킬로미터를 걸어야만 하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됐다.
'옥스팜 트레일워커'는 순위와 기록을 다투는 경쟁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가난한 이들의 생존을 위한 외롭고 고달픈 여정을 생각하며 4명이 한 팀이 되어 38시간 동안 100㎞를 걷는 도전형 기부 프로젝트다. 구성원 모두가 출발부터 종료지점까지 함께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며, 팀별 사전 기부펀딩을 통해 자발적으로 후원받은 기부금과 참가비는 전액 가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식수, 위생, 생계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는 5월 구례군과 지리산 일대에서 처음으로 열리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인생 기부 프로젝트'로 명성이 높다. 1981년 홍콩에서 시작돼 36년간 전 세계 11개국 17개 도시에서 20만 명의 참가자가 도전했다. 한국의 첫 행사는 지리산 성삼재부터 노고단, 피아골을 지나 지리산 둘레길과 구례군 곳곳을 잇는 아름다운 코스에서 열린다.
걷다 보면 오르막도 있고 내리막도 있고 좋은 풍경도 있고 어려운 순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가장 힘겹고 어려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가난의 악순환에서 일생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의 고통을 생각하며 걷고 또 걸을 때에, 참가자들은 누군가의 삶의 고통에 동참하는 평생 잊지 못할 여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트레일워커 참가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직접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전 세계 트레일워커에 참가했던 20만 명이 발견했던 것처럼 말이다.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기부 프로젝트, 용기를 내서 그 값진 도전의 주역이 되어보길 바란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