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선수 선발 시스템, 전담 스태프 부재가 주 원인
과거 2006년과 2009년 열렸던 WBC, 2008년 열렸던 올림픽은 한국 프로야구가 국민적 스포츠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는 점에서 이번 실패는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한국 야구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해버린 것일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로 체계적 선수 선발 시스템의 부재와 주축 선수들의 고사라고 지적한다.
그동안 야구 대표팀은 국제 대회마다 기술 위원회가 꾸려질 뿐 체계적 선발 시스템이 없었다. 이번 대회에서 주전 3루수로 낙점된 박석민은 팔꿈치 부상으로 대회 전부터 많은 우려를 샀다. 하지만 기술 위원회와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박석민 선발을 밀어붙였고, 결국 박석민은 대회에 들어 첫 경기부터 결장했다. 선발 시스템 부재의 대표적 사례다.
이웃 일본은 12개 구단의 출자로 국가 대표팀을 운영하는 회사를 설립하고, 그 아래 상비군을 두고 있다. 국가대표에 선발될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까지 하는 등 대표팀 선발 시스템 자체를 체계화했다.
일본 역시 대부분 메이저리거가 대회 참가를 고사했지만, 체계화한 선발 시스템 덕에 대회마다 급조된 기술 위원회 의존한 우리나라와 달리 이번 대회에서 2라운드에 진출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종목을 바꿔 축구를 보면 대표팀 문제점은 더 명확히 드러난다. 한국은 월드컵에 앞서 감독과 코칭 스태프, 기술위원회를 급조하지만, 일본은 늘 전임 감독과 코칭 스태프가 있어 평소에 선발할 선수들을 면밀히 조사해뒀다 추후 선발한다.
또 한국은 이번 WBC 대표팀을 꾸리며 최적의 선발 시스템을 가동하지 못했다. 대표팀 핵심 선수라 할 수 있는 메이저리거 류현진, 김현수, 추신수, 강정호 중 오승환을 제외하곤 모두 자신의 팀 내 입지나 사정을 들어 고사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메이저리거 선수를 대표팀에 참전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국제대회마다 국내파와 해외파 조화를 통해 강한 전력을 선보였던 우리나라 대표팀으로서는 이번 선수 선발이 뼈아플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메이저리거뿐 아니라 국내파 중에서도 현재 기량보다는 명성을 더 우선해 최고의 팀을 꾸리지 못했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꾸준히 지적하는 점이다.
여기에 해외 선수들은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에 약하다는 야구계 속설을 맹목적으로 믿었던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대표팀은 중간 계투 요원으로 이런 투수를 대거 발탁했지만, 결국 이스라엘전과 네덜란드전 모두 결승점을 내준 것은 이들이었다.
WBC 첫 안방 개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1라운드 탈락이란 고배를 마신 이번 WBC 대표팀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야구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윤원기자 cyw@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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