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대선이 가시화 되면서 '번갯불에 콩 볶는'식의 대선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광장의 민심은 보수냐 진보냐보다 제대로 일하고 먹고 살만한 나라를 만들 수 있는 후보를 원하고 있다. 짧은 대선 기간이지만 후보들은 뚜렷한 정책으로 승부 해야 하고 정책과 공약 검증이 어느 때보다도 꼼꼼하게 이뤄져야 할 때다.
차기 정부의 경제 리더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후보들은 너나할 것 없이 경제 정책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4차 산업혁명'이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또 최악의 실업난을 겪으면서 민생과 직결되는 일자리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경제 분야
◇4차 산업혁명 정확한 이해가 우선= '4차 산업혁명' 이슈에 가장 적극적인 대선주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대표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안 전 대표는 벤처 기업가 출신이라는 이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에 접근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민간 주도의 4차 산업혁명을 주장한다. 정부의 역할은 기반 구축에 한정했다.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5대 개혁과제로 △국가 연구개발사업을 통합 관리할 정부조직 개편 △기술개발 연구 결과에 대한 감사에서 연구 과정에 대한 감사로 전환 △기초연구 분야 중복과제 허용 △기초연구 분야 민간 주도 체제 확립 △응용연구 분야 중소기업·벤처기업 우선 지원 등을 제시했다.
반면 문 전 대표의 '4차 산업혁명'은 정부 주도 성향이 강하다. 문 전 대표는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를 만들고, 과학기술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차원의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세계 최초로 초고속 사물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스마트하우스·스마트도로·스마트도시 등 21세기형 뉴딜정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을 민간혁신과 인적자원에 뒀다. 교육체제 개혁과 인프라 구축, 마중물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4차 산업혁명을 경제 성장의 '기회'가 아닌 극복해야 할 '위기'로 판단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일자리 대책과 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4차 산업혁명 대응위원회를 만들어 기업이나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 일자리가 주는 사회적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내세우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경제 전문가'를 자처하고 있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4차 산업혁명을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유 의원의 '혁신성장' 공약은 4차 산업혁명과 맥을 같이 한다. 유 의원은 "신림동 고시촌과 노량진 고시학원을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에서 창업·벤처가 중심이 되는 '혁신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대선 주자들은 앞다퉈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주도'냐 '정부주도'냐의 차이만 있을 뿐 '창업지원'이나 '컨트롤타워 구축' 등 대부분이 엇비슷하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과학계에서는 "후보들의 4차 산업혁명 정책은 실체가 없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창업'이 능사라는 접근도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실패를 낙인찍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주환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회와 도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반도체·휴대전화·자동차·조선 등 기존 성장산업의 혁신적 변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인공지능 관련 산업 육성,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화에 적합한 미래 일자리 창출, 창업·스타트업 활성화와 창업생태계 규제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일자리 정책 재원 대책이 핵심= 올해 대선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공약은 일자리 부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지키고 있는 문 전 대표의 일자리 공약은 소방관, 경찰, 사회복지공무원 등 공공 분야의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 핵심이다. 그러나 문 전 대표의 공약은 공감보다 비판의 대상이 됐다. 17조 원의 예산을 인건비로 써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발상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안 지사는 민간부문인 기업에서 일자리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해법의 방점을 새로운 기업들의 성장에 두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안 전 대표 일자리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공공부문 직무형 정규직을 도입해 비정규직 양산을 억제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재배분하겠다는 발상이다. 유승민 의원은 혁신성장 공약의 일환으로 벤처 투자를 활성화해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과 함께 '칼퇴근법'. '안식월 도입'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정책 공통 분모는 최대한 많은 일자리 창출, 임극격차 해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법이나 정책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장인성 연구원은 "좋은 일자리를 새롭게 만들어내겠다는 공약은 좋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힘들다"면서 "지난 반세기동안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면서 규제를 철폐하고, 친기업 정책을 폈으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