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대통령 지지율 '상고하저' 뚜렷
기존 권위주의적 리더십 부작용 제기
소통·설득 과정 거치는 포용력 필요
정치·철학·능력·비전 등 능력 갖춰야
기존 권위주의적 리더십 부작용 제기
소통·설득 과정 거치는 포용력 필요
정치·철학·능력·비전 등 능력 갖춰야
■ 2017 조기대선
국가 리더십 재정립 '대통령의 자격'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정국으로 조기 대선이 예상되면서 집단지성의 역할과 국가 리더십 재정립이 절실해 지고 있다.
현재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당하며 직무 정지상태에 놓여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공백을 메우고 있다. 우리나라는 실질적인 리더십이 훼손됐고 국가 리더십은 부재상황에 직면했다. 사실상 다음 대선 때까지는 국가 리더십은 없는 상태다. 금리 인상, 도이치방크 위기, 경제성장률 둔화와 같은 계량적이고 눈에 보이는 지표보다 더 크고 무서운 균열이 생긴 것이다.
특히 외교·안보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정상 공백 상황에서 현상유지에도 버거운 우리나라 외교는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동맹 중시 기조를 확인받아야 하는 등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였다. 붕괴된 국가 리더십에 대한 회복이 중요하고, 제대로된 본질을 꿰뚫고 해결법을 제시돼야 한다고 국민들은 입을 모은다. 혼란 기간을 최대한 줄이고 하루빨리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무너진 국정을 정상화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역대 대통령 긍정적인 평가 못 받아…'능력과 자질, 비전' 중요=역대 대통령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 못한다. 우리나라 대통령뿐만 아니라 외국의 정상들도 역사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처음에는 열렬한 지지와 기대를 모았다가 임기 도중은 물론이고 퇴임 후에 혹독한 평가에 시달리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 정권인 박 대통령 역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과 좌절을 안겼다. 마침내 국가 리더십이 실종되기까지 이르렀다. 헌법재판소가 3월 안에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5~6월쯤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냐 재집권이냐의 차원을 넘어 새 시대의 비전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가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제 국민들도 진영 대결을 넘어 더 날카로운 눈과 엄격한 잣대로 새 시대를 이끌어갈 대통령을 선택할 것으로 관측된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대통령의 자격'이라는 책에서 대통령은 능력과 자질, 비전이 더 중요하다며 전문직업인으로서의 리더 대통령을 제시했다. 윤 전 장관은 "후보의 경력을 포함한 전 생애를 통해 구현된 가치 자체가 비전"이라며 "어떤 화려한 경력을 쌓았는가보다 어떤 가치를 추구해 왔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능력을 보여주었는가가 보다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권력분립, 균형과 견제 조화=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미국과 비교해 볼 때 행정부의 권한이 강한 편이다. 권위주의적이며 제왕적 대통령제 전통이 이어지다 보니 국회가 대통령제에서 담당해야 할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뭇매를 맞고 있다. 특히 여당이 대통령과 수평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정권의 실패를 자초한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물론 미국의 대통령도 행정부와 군 최고 통수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가 완전히 독립돼 운영된다. 감사원을 의회가 통제하고 청문회 제도도 활성화돼 있는 등 의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여러 수단도 확보돼있다. 사법부 즉 미국 연방 법원 역시 위헌심사권으로 의회와 행정부를 견제한다.
미국의 대통령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을 때는 의회와 자주 소통하면서 설득하는 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해 협조를 구하는 방식으로 돌파해 오곤 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화당 등 반대세력까지 포용하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수평적 리더십 대이동 필요=우리나라도 권위주의적 리더십에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대이동이 필요해 보인다. 개헌이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중심으로 한 '1987년 헌법 체제'의 구조적 폐해가 극단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다. 다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정운영 체제를 수평적으로 전환하는 개헌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권력을 분산시켜야 하는데 한사람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집단적 리더십에 의해 운영이 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치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 수습 후 바로 개헌 정국으로 돌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국정 농단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특별감찰관과 감사원 개혁 방안을 추진한다.
인명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각종 비위를 제대로 적발, 처벌하고 사회부조리를 근절하기 위한 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특별감찰관제와 감사원 제도의 개혁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감찰 대상 확대 △감찰 독립성 강화 △특별감찰관 권한 강화 △감찰기간 1개월→최소 2개월로 연장 △감찰관 임명 대상자 확대를 골자로 하는 특별감찰관제 개혁안을 내놨다.
바른정당은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국민직선으로 뽑힌 대통령이 외치를, 국회에서 선출되는 국무총리가 내치를 맡는 6년 단임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안했다.
◇전 세계 '혼돈' 속 집단지성의 역할 중요= 전 세계는 지금 '카오스'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전에 볼 수 없던 리더십으로 세계 질서 재편에 나서고 있다.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간 갈등 수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라는 폭탄을 맞은 유럽은 올해도 각종 리스크가 산재해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깝게는 오는 4월 프랑스 대선이 예정돼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총선을 통해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우리나라 역시 대선을 앞두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조기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뢰가 붕괴됐고, 신뢰의 붕괴는 리더십 붕괴로 이어졌고 다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경제 분야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도 혁신적인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전 세계적으로 보호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존에 사회를 지탱했던 시스템이 약해졌고, 국가·지역·글로벌 차원의 신뢰가 깨지고 있는 점도 리더십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집단지성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집단지성을 통한 통찰력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각각의 개인들의 소통과 협조, 이해를 통해 상생발전을 하고 조직의 잠재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집단지성이다. 집단지성은 보통 사람들도 이성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이며 집단은 개인이 가진 능력의 합이나 똑똑한 소수의 전문가보다 나은 판단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집단 구성 △권한 분산 △상호독립적인 구성원을 통해 구성원의 의견을 정리하고 모아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리더십 부재' 상황…국가 리더십 재정립 절실=대선 주자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국가 리더십 재정비를 외치며 표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 덕목으로 '포용'을 언급했다. 문 전 대표는 "적폐청산, 국가 대개조 대의에 찬동하는 분들이라면 어떤 정치세력이나 정치인도 함께 할 수 있다"며 "생각이 다르더라도 적어도 야당과 협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시대와 새로운 대한민국의 비전과 리더십을 누가 보여드리냐의 문제이고 저는 그런 점에서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의 이 낡은 국가운영 체제와 리더십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주도형 국가운영시스템과 즉 관 주도형 경제정책과 이런 옛날 방식의 국가운영 체제로부터 우리는 정부를 이끄는 방법, 의회와 행정부가 협업을 하는 방법,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서 협치를 이루어내는 민주주의 리더십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정의로운 사회, 국가 안보가 튼튼한 사회'를 이상적으로 꼽으며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극복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대한민국은 헌법 질서 안에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있다. 이제는 미래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며 "그 역할을 우리 지방의회와 지자체가 힘을 합해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정기자 lmj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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