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황·저금리 기조 영향
은행권 대출심사 강화 '풍선효과'
가계부채 대책 실효성에 의문
은행권 대출심사 강화 '풍선효과'
가계부채 대책 실효성에 의문
지난해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 사상 최대치인 1344조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2금융권의 대출 증가가 두드러져 부채의 질이 더욱 악화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가계부채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21일 발표한 '2016년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잠정)'을 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은 1344조3000억원으로, 전 분기(1296조6000억원)보다 47조7000억원(3.7%) 증가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내놓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잔액이 1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간 증가액도 141조2000억원으로 2015년(117조8000억원)을 뛰어넘어 역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부채가 폭증한 것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강남 등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시장 열기가 뜨거웠고 분양권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수요로 청약이 과열 양상을 보였다. 한은이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연 1.25%까지 낮추면서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진 요인도 한몫했다.
가계신용을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 잔액은 1271조6000억원으로 1년 사이 133조6000억원(11.7%) 늘었다. 제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비은행금융기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여신심사 가이드 라인으로 은행들의 리스크(위험) 관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로 상호저축은행·새마을금고의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탁·우체국예금 등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291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2조6000억원(17.1%) 불어났다. 연간 증가액은 사상 최대치일 뿐만 아니라 2015년 증가액(22조4000억원)의 거의 2배 수준이다.
지난해 은행권의 대출심사 강화에 따른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의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으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저신용·저소득층이 제2금융권으로 대거 몰렸다.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비은행권 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신심사 강화 정책은 서민층에 큰 충격이 발생하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정책서민금융 지원을 받기 어려운 서민층에 대해서는 복지, 연체 전후 채무조정, 자활 프로그램 등과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혜원기자 hmoon3@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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