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이슈와 전망] 난해한 금융상품, 누굴 위한 것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702/20170220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난해한 금융상품, 누굴 위한 것인가")
법원은 한동안 논란이 됐던 '환(換)헤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대해 은행이 상품의 위험성을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체 손해의 30%를 은행이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다. 키코, 환헤지 통화옵션, 이름만 들어서는 무엇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런 상품을 은행이 중소기업들에게 충분한 설명도 없이 팔았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에 유럽의 거대은행, 도이치뱅크도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MBS)의 '불완전 판매'로 거액의 벌금을 물었다. 오늘날 금융상품은 나날이 복잡하고 난해해지지만 투자자들의 이해 수준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
은행에서 예금하고 돈 찾는 일은 간단하다. 대출을 받는 것은 좀 더 복잡하다. 금융회사에서 보험이나 파생금융상품 등을 사는 데는 상당한 정보와 지식이 필요하다.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시장에서 공정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서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는 규제돼야 한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도 복잡한 금융상품이 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 당국은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일차적 원인은 주택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금융기관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과 여러 가지 회사채 등을 한데 묶어 대규모 파생상품을 만들어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따라서 금융위기는 기본적으로 복잡한 파생상품 출현으로 투자자들이 상품의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고 금융감독 및 규제도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와 정보기술의 발달은 혁신을 촉진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신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이 각광을 받고 첨단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들은 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위험관리를 어렵게 해서 금융위기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혁신은 거래의 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금융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악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소비자가 상품의 약점이나 위험을 모른다면 금융사기를 당하기 쉽다. 혁신이 금융 사기나 도덕적 파탄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복잡한 파생상품의 자산 가치나 리스크는 사실상 누구도 알기 어렵다. 투자자는 물론 감독당국, 신용평가기관도 첨단금융상품의 위험과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에서 금융거래에 대한 적절한 규제감독은 어려운 반면 절제 받지 않는 탐욕은 금융사기 등 도덕적 파탄을 초래할 수 있다. 금융기관의 공익성이 강조되던 시대는 지났다. 영리를 목적으로 단기 성과급에 급급한 금융회사에서 공정거래를 담보하는 것은 오직 투명성이다.
금융위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장참여자들이 상품의 위험을 잘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할수록 금융상품은 복잡하고 난해해지는 경향이 있다. 복잡한 파생금융상품 등에 내재한 위험을 줄이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상품구조를 쉽게 단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상품이 반드시 지나치게 복잡하고 난해할 필요가 있을까? 일부에서는 상품규제 보다 다양한 금융수요에 부응해서 신상품을 개발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복잡한 금융상품은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 투자자가 이해할 수 없는 상품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만드는 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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