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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규제완화와 `금융위기`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입력: 2016-12-18 17:40
[2016년 12월 19일자 1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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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전망] 규제완화와 `금융위기`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여기서 소개할 영화, '인사이드 잡(Inside Job)'은 소니픽처스가 2010년에 제작한 다큐멘터리다. 소니픽처스는 일본의 다국적 기업 소니의 자회사로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한다. 이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진보적 시각에서 파헤친다.

이야기는 2000년 북대서양의 작은 섬나라 아이스랜드(Iceland)가 과감한 금융규제 완화와 은행 민영화를 실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리먼·부러더스가 파산하고 미국 최대 보험회사 AIG가 무너지면서,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맞는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8년, 그동안 수백만, 수천만 명이 일자리와 재산 그리고 집을 잃었다. 아직도 세계경제는 그 후유증에서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 금융위기는 왜 일어나는 걸까. 규제완화와 금융위기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다수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1980년대 이후 금융규제 완화를 주장했다. 정부의 규제를 줄이면 시장기능이 활성화되고 금융산업과 경제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규제완화는 금융시장 생태계를 금융사기 및 부정비리에 노출시킬 위험이 크다. 금융시장은 적절한 규제와 감독이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가 풀리고 감독이 부실할 때 대형 금융사고나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1980년까지 규제가 강화된 기간에는 금융위기 없이 금융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말에는 저축대부조합(S&L) 위기가 발생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은행이 대형화되면서 대마불사(大馬不死)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게 됐다. 거대은행은 부실해져도 정부가 쓰러트리지 못할 것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겁 없이 위험투자를 일삼는다. 1990년대 말에는 글라스-스티갈법(法)이 폐지되면서 규제받지 않는 파생금융상품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더욱 커졌다. 이런 금융시장의 변화는 장기간 지속된 규제완화가 뒷받침했다.

금융위기에 불을 댕긴 것은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대출해준 주택담보대출(Subprime loan)이었다. 투자은행들은 이런 부실자산을 다른 금융자산과 합치고 쪼개고 섞어서 복잡한 파생금융상품을 만들어냈다. 금융공학(Financial engineering) 전문가가 개발한 난해한 신상품의 신용위험은 누구도 평가하기 어렵다. 신용평가기관은 이들이 만들어낸 정크본드에 대부분 높은 신용등급(AAA)을 주었다.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위한 모든 여건이 갖춰졌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많은 전문가들, 저명한 경제학자, 투자은행 전문가, 정부의 고위 정책담당자, 월가의 CEO 등이 등장한다. 그들은 월가의 금융생태계에서 먹이사슬을 이루는 내부집단이다. 이 영화는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를 '인사이드 잡(Inside job)' 즉 내부자들이 공모한 범죄로 규정한다. 안타깝게도 금융위기의 피해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커다란 고통을 줬다. 오히려 금융위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 즉, 규제완화를 주도했던 내부자들, 규제완화를 지지하고 바람 잡았던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거액의 보너스와 연봉, 좋은 직책 등을 챙겼다.

금융위기는 재발할 것인가. 세계 각국은 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여러 가지 제도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시장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감독 이외에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민들이 분노하고 월가를 점령한다고 위기 사태가 근절될 수는 없다. 저명한 교수, 사회의 지도급 인사 등이 공모해서 금융위기를 일으켰다는 주장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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