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상황과 동떨어져 투자 외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해지가 급증하며 가입자 수 자체가 순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ISA 가입자 수는 240만2708명을 기록했다. 전월(240만5269명) 대비 2561명이 줄어든 규모다. 그동안 ISA 가입자 증가율이 줄기는 했지만, 가입자 수가 순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ISA는 지난 3월 도입된 이래 6월까지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회사들의 가입자가 증가해 왔으나 7월부터 증권사를 중심으로 가입자 이탈이 시작됐다. 7월 증권사 가입자 1만129명이 해지한데 이어 8월 증권사와 보험사에서 3954명, 9월 3023명, 10월에는 5787명이 해지하는 등 이탈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은행 가입자 수는 여전히 순증하고는 있지만, 증가율 자체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 증권·보험업권과 마찬가지로 조만간 가입자 순감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총 투자금액의 경우 증가세는 위축됐지만 순증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월 2조6022억원이었던 총 투자금액은 8월 2조7968억원, 9월 2조9659억원, 10월 3조1423억원으로 늘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ISA 제도가 설계 단계부터 현재 가계 상황과 동떨어져 있어 투자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의무 가입기간이다. ISA를 통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은 각각 5년과 7년 의무 가입기간(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는 3년)을 거쳐야 한다. 빚만 늘어나고 소득은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중산층, 서민층이 3~5년 가까이 자금을 묶어두는 일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ISA가입자들 가운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 소득 3500만원 이하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6월 말 기준 24%로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층(5%)을 합쳐도 30%에 채 미치질 않는다.
이 밖에도 ISA가 가입대상을 한정해 주부, 은퇴자 등 소외계층이 발생하는 점, 그리고 세제 혜택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이 때문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약이 많은 제도 탓에 ISA 투자 요인이 부족하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SA를 도입 취지에 맞게 국민의 자산형성 계좌로 정착시키려면 가입 대상자를 20세 이상으로 확대하고 자유로운 중도인출을 허용하는 등 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정기자 click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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