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슈와 전망] 장기불황에 빠지는 한국경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21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장기불황에 빠지는 한국경제")
경제성장이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년간 경제성장을 5년씩 나눈 연평균 성장률은 2001~05년 4.7%에서 2006~10년 4.1%으로 다시 2011~15년 3.0%로 하락했으며 그 감소폭도 크다. 현재 온 나라를 뒤흔드는 '게이트' 사건과 뜻밖의 미 대선결과가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 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한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뿐 아니라 성장의 질도 악화하고 있다. 정부부문의 성장기여도를 제외하면 다시 말해 정부부문을 제외한 소비, 투자 등 민간부문의 성장은 같은 기간 동안 4.0%, 3.3%, 2.6%로 각각 감소했고 특히 2012년과 2015년의 경우 1.9%로 주저앉았다. 이 추세를 따르면 정부 재정투입 없이 3% 성장은 요원하고 2%도 어렵다.
정부가 성장을 떠받친 결과 나라 빚이 크게 늘어났다. 작년 말 GDP대비 국가채무는 37.9%로 지난 15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국제기구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경제가 재정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이 장기불황에 진입한 1990년 당시 일본정부의 재무건전성이 선진국 가운데 최고였음을 생각해 보면 크게 믿을 구석은 아니다.
요컨대 한국경제는 다운사이징하고 있는 것이다. 다운사이징은 정부를 제외한 경제의 모든 부문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기업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추세는 매출액 등 성장성의 악화를 담보로 일어났다. 마찬가지로 가계 저축률이 늘어나는 것은 소득이 늘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가 줄어든데 따른 결과다.
수출도 예외가 아니다. 수출이 감소하는 것은 일부 세계경제의 대침체에 따른 유가하락으로 수출액이 감소하고 수출수요가 부진한 탓이기는 하나 구조적으로 세계교역증가율이 세계경제성장률에 비해 빠르게 줄어드는데 따른 현상이다. 급속한 기술발전을 이룬 세계의 공장 중국이 한 중 일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글로벌 공급사슬망에 대한 의존도가 급속히 감소하게 된 것이다.
IMF는 올 세계교역증가율이 세계경제성장률보다 작을 것으로 예측했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가 선거기간 내내 비판했듯이 한미 FTA를 '깨진 약속'으로 보고 전면 개정할 것을 주장하면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만약 미 대선이 전세계 보호무역주의의 신호탄이 된다면 한국수출은 암담하다.
침체하는 산업의 골은 깊기만 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3년 이상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해운,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에 집중되고 그 비중이 2010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증가하고 있다.
다운사이징은 우리경제가 처음 경험해 보는 현상이며 그 함의에 대해 사람들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흔히 가계부채가 경제의 시한폭탄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가계부채가 조만간 경제위기를 초래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5조원 가까운 5대 은행의 3분기 영업이익이 '조만간 도래할 경제위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볼 수는 없다. 사실 가계부채의 위험은 금융경제가 아니라 실물경제에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기 위해 빚을 지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 주택을 구입하거나 일부 사업자금을 융통하기 위해 집을 담보로 빚을 진다. 이렇게 빚을 질 때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이미 가계부채는 위기를 초래했다. 다만 이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을 뿐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가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이 시점부터 소비위축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절약의 역설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경제가 다운사이징에 진입하면서 구조적 단절이 일어났다. 한은이 돈을 풀어도 정부가 재정을 풀어도 예전과 같은 효과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더욱이 앞으로 통화 재정정책을 유연하게 운용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늦었지만 정책당국은 우리경제의 진로를 직시하고 그에 걸맞는 거시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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