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이슈와 전망] `민생 법안` 빨리 처리하라](http://contents.dt.co.kr/images/201611/2016110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민생 법안` 빨리 처리하라")
박근혜 대통령이 또 대국민 사과를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4년여 동안 한 일 중에 이렇다할만한 것은 '기업 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 등 핵심 법안의 국회 처리를 여러 차례 호소한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것도 잔소리 정도로 들렸는지 효과는 거의 없었다. 야당은 원샷법,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 노동개혁법 등 핵심 법안을 반대하고 있다. 세대 간 상생 고용 생태계를 만들며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을 정치권은 왜 가로막는지 모르겠다.
예컨대, 과거 노무현정부에서도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적극 추진했었다. 그런데 지금 야당이 근거도 없이 법안(서비스법)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그들이 집권당일 때 추진하던 사업을 지금은 야당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인가. 그 밖에도 국회에 계류 중인 대부업법, 자본시장법, 서민금융생활지원법 등 경제 관련 법안들도 깔고 앉아있다. 국회가 말로만 서민 걱정을 하지 말고 민생 법안을 통과시켜야 서민들이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국회가 입법 행위를 사보타주한다면 도대체 무얼 하자는 것인가. 국회가 스스로 존재 의의를 부정하고도 존속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기이한 일이 아닐까.
그동안 경제살리기에 필요한 법안 처리를 막아온 정치권이 최근에는 오히려 경제 공약으로 '성장'을 제시하는 기만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연초 '더불어 성장론'을 발표한 이래 일견 그럴듯해 보이는 성장담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민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성장 동반성장 복지성장 공생성장 등 개념도 알 수 없고 보도 듣도 못한 잡다한 성장론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뭘 어떻게 해서 성장을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포퓰리즘에 빠져서 나눠먹는 데만 열중하고 경제성장에는 관심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말장난 같다. 다시 말해서 온갖 장식어를 달고 있는 성장론은 위장된 나눠먹기일 뿐이다. 그들이 성장을 외치면서 경제살리기 법안 처리는 반대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알고 기만하는 일이다.
오죽하면,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이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공정성장론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민성장론, 정운찬 전 국무총리의 동반성장론을 동시에 겨냥해 '한가한 소리'라고 비판했겠는가. 아직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개념조차 명확치 않으나, 이처럼 분배에 치중하는 경제 정책으로는 그들이 내세우는 '성장'은 구호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그는 "국민성장이네, 공정성장이네, 동반성장이네 등 정치권에서 양산하고 있는 다양한 '성장론'들이 다 성장하지 말자는 이야기"라면서 "수식어가 붙는 성장론은 다 가짜"라고 말했다.
지금은 격차해소나 경제민주화를 외칠 때가 아니다. 하나도 성장, 둘도 성장, 셋도 성장이다.
지금은 경제를 살리는 게 시급하다. 경제가 살아나면 반드시 분배를 개선하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그래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 심각한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치권은 국민에게 포퓰리즘으로 일관해왔다. 지금 우리나라가 당면한 정치·경제 환경과 대내외 여건은 불안하고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경제 관련 법안들의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다. 우리 국회의 발목잡기는 '국회선진화법(法)' 이후 관행화했지만, 그 전부터 뿌리 깊은 정치권의 폐습이다. 우리 국회는 상대방의 발목 잡는 데만 골몰하는 듯하다. 정치권이 진실로 성장을 추구한다면 우선 경제 법안을 처리해서 경제 살리기를 마련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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