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욱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이슈와 전망] 힐러리 vs 트럼프, 그리고 한국경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610/20161017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힐러리 vs 트럼프, 그리고 한국경제")
한국 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왔다. 이러한 발전을 통해 타 개발도상국들의 귀감이 되며, 벤치마킹의 대상으로도 여겨져 많은 경제 전문가가 한국의 성장에 주목했다. 최근의 한국은 어떤가? 전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지만, 세계가 더욱 가까워지고 경제 협력 등이 밀접해 지구 반대편의 영국이 EU를 탈퇴하는 브렉시트의 영향도 당일 국내에 미치게 된다. 또한 몇 년 전 세계 금융 위기 때, 국내의 경제도 타격을 입었으며, 유럽발 금융 위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즉, 한국 경제는 세계와 서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는 것이다. 오늘 필자는 가까운 미래에 한국의 경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칠 것으로 생각되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2016년 11월 8일 화요일,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미국은 경제적 뿐만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많은 영향을 주고받는 나라다. 우리나라와는 이미 한미FTA 등의 자유 무역 협정을 맺어 상호 간의 무역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으로 긴밀한 관계에 있는 미국의 최고 통수권자의 결정은 분명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칠 것이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한미 군사 동맹과 관련해 한국이 비용을 더욱 부담하라는 등의 연설은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트럼프의 당선이 국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게 했다.
하지만 사실상 둘 중 누가 당선이 되었건, 한국 경제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두 후보 모두 보호 무역 주의를 강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호 무역 주의란 국산품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 국가가 무역에 간섭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미국과 같은 경제/산업 강대국이 보호 무역 주의의 노선을 걷게 된다면, 미국에 비해 약소국인 우리 나라는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보호무역주의는 힐러리, 트럼프 중 하나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힐러리나 트럼프 외의 제3의 인물이 미국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이미 우리는 이를 경험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보호 무역 주의가 이미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서로의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경제적으로 큰 지금, 협력이 아닌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무역이 전체 GDP에서 8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의 보호 무역 주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1년 한국은 미국 상대로 130억 달러 정도의 흑자를 냈고, 이후 한미 FTA가 발효되고 난 후인 작년 2015년에는 260억 달러 정도의 흑자로 약 2배 정도의 성장을 이룩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FTA를 전면적으로 다시 고려하거나 탈퇴하겠다는 의지를 비춘 것은 가뜩이나 힘든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수입 규제를 활용하는 국가라기보다는 규제의 대상이 되는 국가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즉, 지금 현재 힐러리가 될 것인가, 트럼프가 될 것인가를 걱정하고 대비하는 것은 문제라고 할 수 없다. 힐러리가 당선되건, 트럼프가 당선되건 미국은 자국의 저성장의 늪과 일자리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자국 무역을 보호하는 보호 무역 주의의 노선을 취할 것이고, 한국은 곧 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취할 보호 무역 주의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 없다. 단, 이미 폭풍우가 몰려올 것을 알았다면 폭풍우를 아예 막을 수는 없어도, 최대한 피해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세계의 수입 규제의 변화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 대응 기관이 필요하다. 규제의 변화에 맞추어 상품의 제조 기준 및 조사 협조 등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보호 무역 자체는 피할 수 없더라도 과도한 규제는 피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이를 위해 유연한 제도와 제품 생산 프로세스를 준비해 미국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 보호 무역 주의에 대응해야 한다. 비온 뒤 하늘이 더 푸르다고 했다. 보호 무역 주의는 타 국가와 국가적 충돌을 가져올 수 있고, 효율적 자원 배분이 어렵다는 점에서 잠시 취할 수는 있어도 계속해서 유지하기는 어렵다. 비온 뒤 푸른 하늘을 기다리며, 지금은 조금이라도 비에 덜 젖기 위해 우산을 준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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