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 건국대 금융IT 특임교수ㆍ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이슈와 전망] 포퓰리즘적 `기본소득`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609/2016092602100151607001[1].jpg "[이슈와 전망] 포퓰리즘적 `기본소득` 안된다")
대구에서 야당의원으로 당선되어 주목을 받았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일 4년만에 대정부질문자로 나서 청년 비정규직과 실업자를 대상으로 기초연금 수준의 청년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같은 날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도 아동·청년·노인 기본소득제 등을 추진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2010년 무상복지 파동과 같은 포퓰리즘이 다시 도질 수 있는 조짐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정객은 다음 선거만 생각하고 진정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고 한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지도자들이 다음 세대를 생각하기 보다는 오직 다가오는 선거만 의식하는 듯한 이러한 발언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은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의 백척간두에 서 있다. 북한은 핵탄두 경량화 소형화를 성공한 것으로 보이는 5차 핵실험을 마치고 미국대륙까지 날아갈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미사일 발사실험을 조만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70년대만 하더라도 30% 수준이었던 예산에 대한 국방비 비중은 10%로 추락한 반면 70년대 10%에 미치지 못했던 복지비 비중은 30%를 넘어섰다. 기업들은 과중한 노동비용과 강성노조, 과잉규제 등으로 해외로만 탈출하고 국내투자는 빈사상태를 지속해 일자리는 날아가고 있다.
6·25 동란 후 최악의 안보위기 속에서 방위력 강화를 위한 방위비 증액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업투자환경 개선이 절박한 상황에서 이미 한국경제의 체력에는 과도한 복지비용을 다시 천문학적으로 늘리게 될 기본소득 도입 주장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는 당연히 대기업 법인세와 고소득계층의 소득세 인상 주장으로 이어져 이미 전체 법인세와 소득세의 80%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상위 20% 기업과 가계의 세금부담 증가로 이어져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으로 2000년에 도입한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있다. 지난해 7월부터는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맞춤형 제도를 도입해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127만원, 의료급여 176만원, 주거급여 189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현재 수혜자는 165만 명 정도다. 그런데 왜 고소득 재벌회장이나 아들 손자들에게도 예외 없이 막대한 재정부담이 수반되는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지난해 스위스에서는 기본소득 도입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 결과 국민 77%가 반대했다. 이것이 국민 수준이다.
현재 한국은 재정사정도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다. 국가부채/GDP 비율이 40%라고 하지만 이는 한국에만 있는 국가재정법 기준이다. 공무원·군인 연금 충당금, 공공기관 중 국가기능 수행부분 등을 포함한 국제기준으로는 이미 재정위기 수준에 도달해 있다. 현재의 복지제도만으로도 예산의 30%다. 고령화 추세로 경직성 복지지출이 증가해 20여년 후면 예산의 40~50% 수준까지 차지해 정상적인 재정운용이 어려워 재정위기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설상가상 북핵문제로 대두된 방위비 증가, 지진발생으로 인한 국민안전 강화비용 등을 고려하면 복지를 추가로 확대하기 보다는 오히려 누수현상 중복수혜 등 복지전달체계 합리화 등 조정이 필요한 할 상황이다.
청년들의 노동 의욕 저하도 문제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구직난이 훨씬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누구든지 건강하면 일하고 부족한 부분만 보상받는 근로촉진형 복지가 중요하다. 독일 등 유럽복지제도도 1990년대 모두 이런 방향으로 바뀌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하게 되어 양산될 실업자들에 대한 대책으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한다. 20~30년 전 컴퓨터 출현 시 사무직 일자리가 많이 없어질 것으로 우려했지만 오히려 컴퓨터를 사용하는 새로운 일자리가 더 늘었다. 소득주도성장론도 개방경제에서는 반드시 국내에서 소비된다는 보장이 없어 유효성이 낮다.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고 부족한 부분을 사회안전망으로 보호해 가는 것이 정도다. 비정규직, 양극화 등 한국경제 당면과제에는 투자환경개선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 최선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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