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쌀자급률 100% 달성
농작물 품종 개발 발전 토대
농작물 품종 개발 발전 토대
■ 사진으로 보는 과학기술 50년
(8) 굶주린 국민 구한 '통일벼'
"식사는 하셨습니까."
196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만나면 끼니를 해결했는지 먼저 물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보릿고개'란 말이 흔했다. 보릿고개는 지난해에 수확한 쌀이 충분치 않아 이듬해 늦봄 보리가 생산되기 전에 이미 식량이 바닥나 굶주리며 버텨야 하는 기간을 일컫는다.
보릿고개 해방은 당시 국가의 최우선 정책과제였다. 쌀 생산량이 인구증가를 따라가지 못하자 정부는 쌀의 소비를 줄여보고자 혼식과 밀가루 분식을 장려했고, 심지어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저런 노력에도 국민들의 굶주림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다.
1960년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교수였던 허문회 박사는 당시 식량부족 해결책은 품종개량밖에 없다고 보고 생산성이 높은 벼 품종 개발에 나섰다. 1964년부터 2년간 필리핀의 국제미작연구소에서 품종실험을 하던 허 박사는 이 연구소에서 개발한 'IR8'과 일본의 '유카라', 대만재래종인 '타이충1호'을 삼원교배해 새로운 형질의 종자인 'IR667'을 얻었다. 이는 예전에 시도되지 않았던 창의적인 육종방법이었다. IR667은 품종 육성에 걸리는 기간을 줄이기 위해 여름에는 한국에서, 겨울에는 필리핀을 오가며 시범재배를 반복한 끝에 마침내 1971년 '통일벼'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통일벼는 당시 다른 품종들보다 30% 정도 생산성이 높았을 뿐만 아니라 병해충에도 강했다. 정부에서는 통일벼 재배를 적극적으로 권장했고, 1976년 통일벼의 재배 면적이 전체의 농지의 44%까지 늘어나면서 평년보다 21.8% 늘어난 521.5만 톤의 쌀을 생산해냈다. 역사상 최초로 쌀 자급률이 100%에 이른 해다. 1977년에는 600.5만 톤의 쌀을 생산했으며, 생산성은 현미 기준으로 ㏊당 5.31톤으로서 세계 1위에 이르렀다. 이렇게 통일벼는 국민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농작물의 품종개발과 재배기술 발전의 토대가 됐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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