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3500개 제조·유통 적발… 각종 병원균 '2차 감염' 우려
병원 세금 줄여주는 리베이트… 변칙적 영업수단으로 악용돼
병원 세금 줄여주는 리베이트… 변칙적 영업수단으로 악용돼
주름개선 등에 사용되는 보툴리눔 톡신(일명 보톡스) 가짜 제품 유통과 불법 리베이트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에 보툴리눔 톡신 제조공장을 차려 가짜 제품 3500개를 제조·유통한 A업체 영업사원 31살 홍모씨를 구속했다.
홍씨는 지난달 29일 미리 제조한 가짜 보툴리눔 톡신 제품 800개를 인터넷상에서 1개당 5만6000원씩 받고 팔겠다고 속여 총 4480만원을 편취했고, 이달 11일 같은 피해자에게 6840만원 상당을 추가로 판매하려 했던 혐의를 받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라벨과 포장재를 진품처럼 정교하게 위조했고, 소독되지 않은 유리병에 미백제를 넣고 증류수를 떨어뜨린 뒤 입김을 불어 가짜 제품을 완성했다. 이와 별도로 최근 중국에서는 가짜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가짜 히알루론산 필러를 유사한 방식으로 제조해 한국 등의 유명 브랜드 제품처럼 판매한 일당들이 구속되기도 했다.
이 같은 가짜 제품을 사용할 경우 각종 병원균 때문에 2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가짜 보톡스를 시술받은 한 피해자의 피부가 괴사하는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보툴리눔 톡신 주사제가 변칙적인 영업수단으로도 이용된다. 병원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불법 리베이트 방식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영업현장에서는 의원에서 필요로 하는 수량 이상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을 출하하고, 의료기관은 이를 결제한다. 의료기관은 총 구매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소득세를 절감할 수 있고, 영업사원은 의료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 분량을 중국 보따리상을 통해 판매, 수익을 보전한다. 보따리상에게 넘기면서 발생하는 차익은 덤이다. 긴밀한 관계의 의료기관과 보툴리눔 톡신 거래를 두고 상부상조하기 때문에 영업사원 입장에서는 다른 의약품을 해당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영업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보건당국이 바코드와 RFID 태그 등으로 의약품의 유통경로를 파악·추적하지만, 의약품 제조사나 도매업체만 거래·공급내역 보고 의무가 있고 의료기관은 의무보고자에 포함되지 않아 세부 거래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에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 급여와 비급여에 상관없이 표준코드가 있는 약제는 공급내역을 보고 받아 파악이 가능하지만 사용 내역은 모두 파악할 수 없다"며 "최종적인 사용 내역 확인은 관련 법이 개정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가짜 보톨리눔 톡신 유통과 보따리상을 통한 변칙적인 영업 방식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미용성형 붐으로 보툴리눔 톡신의 수요와 공급이 많아지면서 일부 좋지 않은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이 커지고 의료관광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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