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IoT, 인간의 미래 어떻게 바꿀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506/2015062602103451607002[1].jpg "[디지털인문학] IoT, 인간의 미래 어떻게 바꿀가")
2~3년전부터 IoT라는 새로운 용어가 출현하며 첨단기술 산업계 나아가 국가의 경제가 가야할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으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사실 경이로운 기술적 야망을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그 야망은 급기야 IoT를 넘어 Internet of Everything, 즉 모든 것의 인터넷이란 용어를 출현시키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야망, 이 야망은 단지 기술적 혁신이 아니라 철학적으로 보면 거대한 존재론적 격변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네그로폰테가 90년대 선언했듯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디지털이며 디지털화될 수 없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시대가 더욱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과연 모든 것이 디지털화될 수 있을까. 디지털화될 수 없으면 존재할 가치가 없을까.
이러한 의문에도 불구하고 IoT는 특히 인간에게 희망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IoT는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들에 센서기능 나아가서 인지기능을 심고 이 도구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인간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제공하기 위해 행동하는 미래를 약속한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과연 그러한 미래가 기술적으로 가능할까. 그리고 설령 그러한 미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할지라도, 진정 인간에게 가장 적합한 환경이 될 것인가. 특히 이 두 번째 의문은 인문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인간의 삶이 의탁하는 모든 도구에 인지, 소통, 행동의 기능을 심는 것이 과연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를 묻는 것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그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IoT의 미래비전에는 인간을 위협하는 근본적인 위험이 잠복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비판적 성찰이 두 번째 의문의 내용이다.
IoT는 인간을 둘러싼 환경의 복잡성과 그 복잡성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위협적인 문제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복잡성을 제어할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IoT에게는 인간의 명령에 따라 타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명령이전에 그 인간이 원하는 것을 그 인간보다 먼저 파악하여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요청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IoT가 행동의 자율성을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할수록, 그리하여 모든 문제를 인간에 앞서 해결해주면 해줄수록, 인간은 자유로운 행위자로서의 존재방식을 상실해간다는 사실이다. 조금 더 기술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IoT에서는 자율적 인지행위 기능이 극소화되고 분산화되어 도처에 스며든다. 그럼으로써 사용자인 인간은 자율성을 IoT에 이양하여 IoT의 일부로 편입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연결망 시스템을 제어하는 사용자로서의 능력을 상실함을 의미한다.
물론 현대 영미철학 일각에서 현대과학의 기본적인 태도인 물질주의에 편승하여 자유로운 존재로서의 인간을 부정하고 인간을 물질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되돌아가 자신을 살펴보면 부정될 수 없는 절대적 실존적 진리가 있다. 그것은 인간 개개인은 어느 누구와도 또 무엇과도 동일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라는 체험이다. 이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이기 때문에 남을 따라하는 선택을 할 수 도 있고 자신으로 사는 선택의 자율성을 갖는다. 또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인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인간 각자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기 자신으로 사는 자율적 행위자라는 사실에 있다. 나아가 이러한 인간의 인간성을 인정함으로써만이 인권을 존중하는 민주적 인도주의적 시민사회가 성립한다. 따라서 인간이 인권이 존중되는 시민사회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은 이러한 자유로운 행위자로서의 인간성을 보존해야 하고 신장시켜야할 사회적 의무를 갖는다.
IOT는 미래의 먹거리를 보장할 것이란 기대 아래 대대적인 자본투자를 흡입하며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IoT개발 현장에서 IoT를 통해 인간의 자율성이 얼마나 신장될 수 있는지를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우려해 본다. 만일 IoT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발전한다면, 인간의 자율성이 탄생시킨 인도적 민주사회는 포기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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