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그 차' 부가티 베이론의 모든 것
10년간 450대 한정판 '희소성'…'라 피날레' 끝 생산 전면중단
10년간 450대 한정판 '희소성'…'라 피날레' 끝 생산 전면중단
예금보험공사가 2011년 부실 저축은행 경영진으로부터 압수한 고급 외제차 한 대의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소식이 최근 화제가 된 바 있다. 예보는 당장 검찰 압수물인 이 차를 팔아 현금화하고 싶지만, 자동차 열쇠를 찾을 수가 없어 차를 팔 수가 없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예보 관계자는 차 열쇠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한정판으로 제작한 차량이어서 국내에서는 열쇠를 구할 수도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본사 측에 문의해보니 열쇠 제작에만 수천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차량을 포함해 다른 차량과 오디오 세트의 보관료로 1년에 3000만원이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쌓인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 가끔 세차하는 데만 회당 30만원씩 들어 예보의 최대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이 차의 정체는 바로 '부가티 베이론'이다.
이 차를 실제로 본 사람은 아마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에 단 450대만 판매했고, 가격이 평균 약 260만달러(약 28억6000만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옵션을 제외한 '깡통차'의 가격이다.
더구나 실제로 이 차를 도로에서 마주했다 해도 정확히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 차는 시속 400㎞가 넘는 최고속도를 내기 때문에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눈앞에서 사라졌을지 모른다.
부가티 베이론은 2005년 모습을 처음 드러냈다. 부가티 소속으로 자동차 경주대회인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한 1930년대 부가티의 전설적인 카레이서인 피에르 베이롱의 이름을 물려받았다.
부가티는 자동차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이나 모델을 기념해 그 이름을 딴 특별 사양의 베이론 모델을 한정 제작해 차례로 선보여 왔다. 2005년 프랑스 몰샤임에 있는 생산 공장에서 만들어진 첫 번째 부가티 베이론 16.4는 8ℓ W16엔진을 탑재해 1001마력을 냈다. 베이론의 엔진은 8기통 엔진을 연달아 붙여 만든 16기통 엔진이다. 공식명칭이 'EB 16-4 베이론'인 이유도 16기통 쿼드(V16X4)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는 것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 엔진은 폭스바겐 잘츠기터 엔진 공장에서 8명의 숙련공이 작업한다. 엔진 하나를 완성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리며 엔진 대부분은 티타늄과 알루미늄으로 이뤄졌다. 3500개 이상의 부품을 사용하고 수작업으로 조립한다.
5년 뒤에는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1184마력을 발휘하는 '16.4 슈퍼 스포츠카'를 출시했고, 최고속도 431.072㎞/h를 기록하며 양산형 자동차 가운데 가장 빠른 차량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튜닝업체인 헤네시가 제작한 '베놈 GT'가 시속 434.5㎞를 기록하자 세계 2위가 떨어졌다.
베이론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차량인 만큼 하나하나가 모두 특별 한정판이다. 외관의 소재나 색상, 실내 가죽 소재나 장식 등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으로 변경할 수 있다. 심지어 외관에 도자기의 포셀린 성분을 넣어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모델들도 베이론 앞에서는 겸손해질 뿐이다. 베이론은 가격, 성능 등 모든 면에서 여느 슈퍼카와 차별화했다. 생태계에서도 가장 상위 포식자는 그 수가 적은 법이고 그래서 더 빛이 난다.
하지만 갑자기 베이론을 구매하고 싶어졌더라도 새 차를 살 수는 없겠다. 이미 생산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이 부가티 베이론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마지막 모델을 판매했다는 부가티의 공식발표가 나온 것이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올해, 450번째 마지막 베이론 '라 피날레'(La Finale)를 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0년의 짧은 세월이었지만, 100년의 다른 슈퍼카 브랜드보다 더 큰 반향을 일으키고 사라진 부가티 베이론은 자동차 역사를 논할 때마다 두고두고 회자할 전설이 될 자격이 충분할 것이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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