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 잠금화면 광고만 보면 돈 주는 앱… 출시 1년새 누적가입 1000만명
(6) NBT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이 뭘까. 2012년 9월, 옥탑방에 모인 네 명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다. 네 명 중 세 명은 억대 연봉을 받던 보스턴 컨설팅을 박차고 나온 상황. 이들의 고민은 '앞으로 뭐가 뜰 것이냐'였다. 회사 이름도 넥스트 빅 띵의 앞글자를 따와 NBT라고 지었다.
10년마다 세상이 한 번씩 바뀌는데, 2010년은 모바일로 넘어가는 주기의 시작점이었다. 3년에서 5년간 '넥스트 빅 씽'은 분명 모바일에서 나올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모바일에 '무엇'을 더할지가 관건이었다. 모바일 더하기 게임, 모바일 더하기 커머스 등 모바일 더하기 고민을 계속하다가 택한 결론은 모바일 더하기 '미디어'였다.
2000년대 이전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 매체가 있었다면, 2010년까지 웹을 주름잡는 네이버, 다음이 이 역할을 했다. 앞으로 모바일엔 또 다른 매체가 등장할 것이란 확신이 생겼다.
모바일에서도 하루에 몇 십 번씩 이용자가 접하는 게 '잠금화면'이다.
이 첫 화면을 활용한 모바일 포털을 만들어보자는 게 첫 걸음이었다.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해제할 때 잠깐 본 광고로 이용자와 일정 수익을 배분하는 방식을 택했다.
'첫 화면을 광고 공간으로 빌려주면 돈을 줄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에 이어 국내 최대 모바일 사용자를 보유한 애플리케이션(앱) '캐시슬라이드'는 옥탑방에서 이렇게 탄생했다.
직관적으로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앱 이름에 '캐시'(돈)를 넣었다.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돈을 준다는 아이디어에 많은 이들이 내려받기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조금이라도 불만 사항을 올리면 바로 수정했다. 일주일에 두 번이나 업데이트하면서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 측으로부터 경고를 당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1년 만에 버전만 6번이나 바뀌었다. 빠르게 이용자 불만사항에 대응하고, 앱을 최적화시키자 안정적으로 내려받기가 늘기 시작했다. 앱 출시 1년 만에 누적가입자만 1000만명이 넘었고, 매일 200만명 이상 이용자가 캐시슬라이드로 스마트폰을 연다. 이 앱에 나온 광고를 접한 페이지뷰만 1억 건이 넘었다.
스마트폰에서 첫 화면에 광고를 보여준다는 아이디어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까지 이와 비슷한 앱이 10개가 넘게 나왔다. 경쟁 속에서 NBT가 살아남은 건 기술력이었다.
NBT는 현재 직원 70명 중 25명이 엔지니어다. 이 엔지니어 대부분이 중급 이상, 고급 엔지니어다. 다른 앱은 한 달에 한 번도 많다고 얘기하는 업데이트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할 수 있었던 것도 일을 좀 한다는 엔지니어가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NBT는 창업 3년 차인 지난해 매출 300억원 돌파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에는 140억원 투자도 유치했다. 앞으로는 중국,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을 본격 공략할 계획이다. 몇 년 내 국내 증시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박수근 NBT 창업자이자 대표는 "전 국민의 첫 화면을 캐시슬라이드로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제품 아이디어에 만족하지 않고, 이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기술력을 갖출 때 앱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대표 앱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선기자 dubs45@dt.co.kr
▶김지선기자의 블로그 바로가기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