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 기반 IoT·모바일 프로세서 등 사업영역 확대… 세계 반도체시장 패권 도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맹주였던 인텔과 퀄컴의 방황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미디어텍이 ARM을 등에 업고 시장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ARM의 저전력 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삼성과 미디어텍은 사물인터넷(IoT), 고성능 모바일 프로세서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15일 현지 언론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핵심 제조단지인 미국 오리건주 생산단지를 구조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의 대상은 오리건의 D1C, D1D 라인이고 14나노, 22나노 공정 등이 주력인 공장이다. 지난해 인텔은 PC 업황 부진을 이유로 전체 인력의 5%를 구조조정할 것으로 알려진 바 있고 이번 조치 역시 그 연장선 상으로 풀이된다.
인텔은 최근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메사추세츠의 팹17 등 노후한 반도체 생산라인을 파운드리(위탁생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최근 5~6개 고객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파운드리 시장 역시 기존 삼성전자, TSMC, 글로벌 파운드리에 이어 중국 업체들도 경쟁적으로 가세하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 PC 시장의 황제로 군림했던 인텔은 ARM을 바탕으로 한 프로세서를 사용한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등장한 이후 주도권을 잃고 비틀대기 시작했다. ARM은 모바일에 특화한 고성능·저전력 코어를 설계해 애플, 퀄컴, 삼성 등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여 시장을 휩쓸기 시작했다. 인텔은 뒤늦게 모바일 시장에 진입해 지난 3년간 고군분투 했지만 점유율 상승은 요원했고 지난해 무려 42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데이터센터 급증과 함께 업계 최대의 격전지로 부상한 서버 시장도 ARM의 바람이 거세다. 물론 아직 인텔은 x86 프로세서로 서버칩 시장의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ARM 계열 파트너 회사들의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인 HP, 델에 이어 최근 레노버가 ARM 서버를 채택할 움직임을 보여 인텔을 긴장케 하고 있다.
모바일 칩셋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퀄컴 역시 대만 미디어텍을 비롯한 중화권 기업들과 삼성의 공세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미디어텍은 범중화권이라는 강점을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확산하고 있다. 출하량 기준 2013년 1분기 14.8%이던 점유율은 1년 만에 24.5%까지 상승하며 퀄컴을 위협하고 있다. 이 와중에 퀄컴은 플래그십 모델인 '스냅드래곤810'이 각종 성능 이슈에 휘말리며 최대 고객사 중 하나인 삼성전자 매출이 급감해 실적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오는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하는 평택 반도체 공장에 1차로 16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최첨단 D램을 우선 양산할 예정인 평택 공장은 이후 증설하는 라인에서 시스템 반도체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향후 1~2년 동안 삼성과 미디어텍 등 신흥 강호가 ARM를 적용한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할 것"이라며 "차세대 IoT 시장에서 이들 기업의 활약이 거세질수록 인텔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황민규기자 hmg81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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