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통합으로 연구개발 체질 개선
융합연구단 조성으로 분야간 장벽 파괴
정부·산업·학계 개방형 환경 구축 나서
과기·ICT 결합 비즈니스모델 마련까지
융합연구단 조성으로 분야간 장벽 파괴
정부·산업·학계 개방형 환경 구축 나서
과기·ICT 결합 비즈니스모델 마련까지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1 이건재 KAIST 교수(신소재공학과)팀은 2009년부터 압력이나 구부러짐 등 물리적 힘이 가해질 때 전기를 발생하는 물질을 이용해 소형발전기인 '유연한 압전 자가발전기'를 연구해 왔다. 이 발전기를 인체에 적용하면 심장박동이나 걸음에 의한 진동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배터리가 필요 없는 생체 이식형 의료기기를 개발할 수 있지만, 이 교수팀은 전문 의료지식과 경험이 부족해 연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012년 정보영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교수를 만나 연구의 전기를 맞았다. 이 교수팀은 우수한 성능의 유연한 압전 자가발전기를 개발하고, 정 교수팀은 이를 실제로 심장에 적용하는 실험과 이론적 준비를 맡았다. 그 결과 연구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연한 압전 자가발전기 개발에 성공했다.
#2 김은수 광운대학교 교수(전자공학과)는 영화 속 '홀로그램 아바타'와 같이 사람과 똑같이 묘사된 '홀로그램 휴먼'을 구현하기 위해 홀로그램, 인간 감성, 통합인터페이스·인터랙션, 플랫폼 등 각 분야 전문가 14명을 찾아 융합연구팀을 구성했다. 3개 그룹으로 나뉜 연구팀은 한 그룹은 홀로그램 3D 영상을 자유공간에 보여주는 기술을 개발하고, 두 번째 그룹은 실제 사람의 모습, 행동, 감정을 똑같이 표현해줄 수 있는 감성적 홀로그램 콘텐츠를 합성하고 있다. 세 번째 그룹은 사람과 홀로그램 영상이 교감을 할 수 있는 상호작용 기술을 연구 중이다. 연구팀은 2020년까지 연구를 완성한다는 목표다. 이미 130편의 SCI(과학기술논문색인) 논문과 137건의 지적재산권으로 이어졌다. ◇성장의 한계…"R&D 변화 필요"=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눈부신 경제 성장으로 1960년대 최빈곤 국가에서 현재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세계적 위상을 높여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연평균 국민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1%의 정체가 이어지면서 '성장의 위기'를 맞고 있다. 1953년부터 2013년까지 GDP가 780배 증가했지만, 여전히 GDP 2만달러에 발목이 잡혀있다.한강의 기적을 이룬 저력은 국가 연구개발(R&D) 투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가전 산업 분야에서 선진국의 기술을 빠른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었다.
국가 R&D 투자는 점점 늘어나 GDP 대비 R&D 투자규모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R&D 결과를 사업화하는 실력은 43위, 산업적 가치는 20위에 그치고 있다. 기존 R&D 패러다임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신성장동력을 위해서 R&D 체계의 혁신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그 해결책으로 '융합R&D'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 '융합 전쟁' 중=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융합R&D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융합기술을 각국이 직면한 각종 사회·경제 문제의 해결을 위한 돌파구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2002년 'NBIC(나노·바이오·정보·인지)' 등 4개 핵심분야를 선정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등 융합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융합기술을 통해 신성장 분야를 창출하고 글로벌 이슈를 해결하고 미국의 경제적 리더십과 신뢰도를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EU는 미국과의 경제력 격차 해소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 회복을 위한 신성장 동력 확보를 목표로 융합기술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EU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던 연구 프로그램을 통합 추진하고 있다. EU는 2004년 '지식사회 건설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CTEKS)'을 마련한 바 있으며 현재는 7년간 8000억유로를 투입하는 새 연구혁신프로그램 '호라이즌(Horizon)2020'을 추진 중이다.
일본은 주력 기술 분야의 기반 안정화, 신산업 창출을 통한 고용 증대, 지진 등 자연재해 대응에 융합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2004년 신기술 간 융합을 통해 연료전지, 로봇 등 7대 신성장 산업을 집중 지원하는 신산업 창조전략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융합생태계' 본격 가동=융합R&D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국내에서도 융합연구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융합R&D 정책 발판을 마련한 것은 2005년이다. 지난 2009년에는 '국가융합기술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13년까지 추진해왔다. 이를 통해 미생물을 이용한 가솔린 생산기술 등 원천 융합기술을 확보하고 논문, 특허, 인력양성 등의 일부 성과도 거뒀지만 실용화나 사업화 연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부처간 협력이 미흡해 효과적인 연구개발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에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을 통해 부처간 협력을 확대하고 실용화까지 이어갈 수 있는 체계적인 기반을 구축하고 융합연구의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부는 이 전략을 통해 우리나라 융합기술 수준을 현재 세계 최고 국 대비 74.8%에서 2018년 80∼90%까지 높일 계획이다.
◇연구소 벽 허물기부터 실용화까지=정부는 우선 사회 각 분야에 과학기술과 ICT를 접목하는 '비타민 프로젝트'의 초기 시장 창출을 위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다. 비즈니스모델로 연결이 가능하고 파급효과가 큰 헬스케어, 에너지, 자동차 등 7개 분야를 선정하고 향후 3년간 민관협력을 통해 성공모델 창출한다.
융합기술 사업화를 위해 '신산업 창조프로젝트'도 진행한다. 이 프로젝트는 2년 내 신산업 및 신시장을 창출, 견인할 수 있도록 기획한 사업으로 올해만 총 165억원이 투입된다. 민간 전문가로 구성한 기술사업화 전문가단이 직접 플랫폼형 융합과제를 선정하고, 창업부터 매출 발생까지 기술사업화를 전 주기적으로 관리한다.
연구현장에서의 벽 허물기도 본격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 출범한 미래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보다 효율적인 융합R&D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융합연구단을 출범시켰다. 30~40명의 연구자들이 한 공간에서 융합연구를 할 수 있도록 분야 간 장벽을 파괴하고, 산업계와 학계도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개방형 융합생태계를 조성한다. 지난해 2개의 융합연구단을 출범시킨 데 이어 올해 8개, 2017년까지 총 20개의 융합연구단을 운영하고 총 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성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센터장은 "분절적 기술의 한계 극복과 대형화된 사회·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융합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며 "분야 간 벽 허물기, 제도 개선 등을 통해 건강한 융합R&D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트렌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나영기자 100n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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