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위원회 기능강화 실질적 분리운영 가능
NCR 완화 증권·자산운용사 영업 자율성도 높아져
NCR 완화 증권·자산운용사 영업 자율성도 높아져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지난해 금융당국이 잇따라 발표한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은 '규제 완화'라는 큰 뿌리에서 출발하고 있다. 거래대금 축소, 증시 침체 등으로 최악의 불황을 겪는 자본시장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자본 유입을 가로막는 각종 문턱을 낮추는 것이 결국 최선의 해법이라는 판단에 다른 것이다.
자본시장 규제 완화의 축은 크게 두 가지다. 거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시장 진입 문턱을 완화하는 것과 자본시장의 플레이어인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영업활동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상장 문턱 낮춰 증시 활성화 견인= 당장 증시 입성을 위한 기업들의 상장 문턱이 대폭 낮아졌다. 상장 규제 완화의 가장 큰 영향권에 든 곳은 코스닥시장이다. 코스피시장의 '2부 리그'로 퇴색해가는 시장의 정체성부터 바로 잡기 위한 것이다. 코스닥시장을 창업 투자자금의 회수시장, 모험자본 공급시장으로 역할을 정립하는데 규제 완화의 방향도 집중됐다.
코스닥시장의 독자적 운영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실질적인 분리운영이 가능하도록 코스닥시장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했다. 코스닥시장위원회에 코스닥시장본부의 사업계획, 예산 등에 대한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을 부여하고 상장제도-심사-폐지 업무를 코스닥시장위원회로 이관해 통합수행하도록 했다.
기술주 중심의 시장 확립을 위해 기술평가 상장특례제도를 도입한 것도 대표적인 규제 완화다. 업종이나 기업규모에 상관없이 기술력과 미래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술평가 상장특례기업의 특성을 감안해 자기자본 요건을 15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자본잠식이 없어야 한다는 진입기준도 삭제했다.
국내 대표 시장인 코스피시장은 우량기업의 상장심사를 간소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량기업의 증시 입성을 통해 거래 활성화를 견인하기 위한 조치다. 규모와 경영 실적이 일정 수준 이상인 우량기업에 대해서는 기업 연속성 심사를 면제하고 상장 심사기간도 45영업일에서 20영업일 이내로 대폭 단축했다. 또 주식 분산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유가증권시장 진입 요건이었던 일반주주수 1000명을 700명으로 완화했다.
코넥스시장의 규제 합리화를 위해 코스닥으로 신속히 이전할 수 있는 이전상장 제도도 전면 재손질했다. 창업초기이거나 규모가 작더라도 코넥스시장에서 뛰어난 경영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은 코스닥 신속 이전상장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 이전 상장의 매출액 요건을 매출액 2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낮춘점도 눈에 띄는 변화다.
◇'손톱 밑 규제 완화'로 자본시장 플레이어 영업 자율성 높인다=자본시장의 플레이어인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영업활동 자율성도 대폭 높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완화다. 그동안 NCR은 금융회사의 경영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NCR이 실제 경영 상황을 반영하는데 부족함이 있고 과도하게 상향 평준화 돼있어 투자 기회 등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경영 보폭을 제한한다는 한계도 있었다.
이에 따라 증권사는 NCR규제체계를 개편하고 순자본비율 제도를 도입했다. 업무 단위별로 필요유지자기자본을 산출 항목에 넣어 경영 건전성 지표로서의 실질적인 효율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더 나아가 자산운용사는 아예 NCR을 폐지했다. 자산운용사는 고객자산을 운용하는 업계의 특성상 금융사 고유재산의 신용위험을 측정하는 NCR규제와는 그 적합성이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자산운용사는 경영실태평가가 규제 실익에 비해 규제 부담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라 경영실태평가도 폐지했다. 다만 경영실태평가 중 투자자 보호와 준법감시 기능을 평가하는 내부통제 적정성은 지속적으로 감독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자산운용사 운영위험 평가' 제도를 신설했다. 이는 자산운용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현황을 평가하는 것으로 감독상 참고 지표로만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투자은행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신용공여와 기업금융관련 규제도 대폭 손질했다. 증권사가 자기자본 이내에서 신용 공여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투자자보호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파생상품 시장 운영의 자율성이 높아진 점도 특징이다.
이 같은 금융투자업 전반의 규제 완화에 업계는 크게 환영하고 있다. 다만 실질적인 규제 완화 실효가 나타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법률 개정 및 필요한 후속조치가 발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자본시장의 규제완화가 비교적 큰 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는 업계 내에서도 고무적"이라며 "영업력 강화와 증시 활성화에 실질적인 효과가 신속하게 나타날 수 있도록 업계에서도 필요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정기자 sj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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