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뿌리 제조업 성장세 둔화 '심각'
'세계 큰손' 부상 중국… 주력산업 '위협'
IT강국 자존심 스마트폰까지 역전 당해
한·중 FTA체결 위기탈출 새 희망 주목
'세계 큰손' 부상 중국… 주력산업 '위협'
IT강국 자존심 스마트폰까지 역전 당해
한·중 FTA체결 위기탈출 새 희망 주목
■ 2015~2020 `골든타임`…혁신나선 한국경제
대한민국 경제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침체 상황에 직면했다. 세계 1위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과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과 미국, 유럽 사이에서 설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방 이후 우리 경제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했던 제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꾸준한 R&D 투자로 원천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 혁신의 노력 없이는 우리 산업의 뿌리인 제조 성장엔진을 다시 돌릴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내 제조업의 성장성 둔화는 여러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이 시장조사업체 톰슨 로이터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국내 제조업체의 총자산 증가율은 지난 2011년 11.5%에서 2012년 1.2%, 2013년 3.3%로 급락했다. 반면 전 세계 제조업체의 총자산증가율은 2012년 3.7%에서 2013년 5.1% 2014년 상반기 4.8% 등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 증가율 역시 국내 제조업체는 2010년 15.8%에서 2014년 상반기 0.9%까지 낮아졌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세계 제조업체 매출증가율은 6.0%를 기록하며 국내 기업과 차이가 더 벌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산업계에서 느끼는 체감 경기도 이와 유사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10월 매출 기준 600대 기업 중 329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경영환경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81.6%가 최근 경제상황을 한국 제조업 및 수출의 구조적 위기라고 답변했다.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변수로는 저성장·저물가 장기화(36.7%)와 세계 경제 회복 지연(27.2%) 등을 꼽았다.
특히 중국의 가파른 성장세는 세계 정상 수준인 우리 주력 산업을 넘어설 만큼 위협적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우리에게 기회의 땅이었던 중국은 이제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큰 손으로 커버렸다.
전경련에 따르면, IT강국의 자존심처럼 여겨졌던 한국의 대표적인 수출품목인 스마트폰의 경우 2012년 2분기 한국의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34.8%로 중국(14.6%)을 크게 웃돌았으나 2014년 2분기에는 30.1%와 31.3%로 한국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의 시장 점유율(생산량 기준)은 2003년 4.7%에서 지난해 12.5%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5.4%에서 9.8%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자동차 산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2003년 337만대와 291만대였던 한국과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2013년 한국 863만대, 중국 1097만대로 뒤집혔다. 업계 전문가는 "우리나라는 해외 생산을 통해 세계 점유율을 9%까지 늘렸으나 최근 정체기에 접어든 반면,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해외 메이커의 기술을 빠르게 습득해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철강과 정유 산업 역시 중국과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철강산업에서 중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48.5%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 정상급의 경쟁력으로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역시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 최근 중국 베이징시는 반도체 회로 사업 육성을 위해 300억위안(약 5조3000억원)의 투자기금을 마련했으며 톈진 역시 매년 2억위안(약 353억원)씩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의 반도체 설계(팹리스)의 경우 지난해 57억6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년 동기에 비해 28.1%가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양국의 최근 5년 간(2008~2013년) 연평균 매출액 증가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5.6%에 그쳤으나, 중국은 29.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13억 중국 내수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 제조업의 희망이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중국 제조업은 추격형 전략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과 기술력까지 갖춘 '제조업 2.0'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나라 대부분 주력산업이 중국에 따라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한·중 FTA 체결은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주력산업을 다시 구출할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혁신의 속도를 고삐를 늦춘다면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국에 추격당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박래정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의 브랜드 파워가 비슷해지기 전까지 중국 현지 기업 수준의 원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글로벌 시장 내 (한국기업의) 생존 공간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측면에서 국내 기업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를 보는 시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해 11월 한·중 FTA 타결 직후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기업 7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로는 '혜택이 예상된다'는 응답이 51.7%로 '타격이 예상된다(7.4%)를 크게 웃돌았으나 '아직 잘 모르겠다'는 응답도 40.9%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 같은 응답은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면서 가격 경쟁력 이외에 기술력 또한 한국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다는 인식에 기인한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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