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륜구동 고집 버리고 전륜내놔… 롤스로이스, SUV 개발계획 공식화도
BMW가 100년 역사의 전통을 내려놓고 대세에 맞춰 처음으로 개발한 전륜구동 차량 액티브 투어러가 지난 25일 국내에도 출시됐다. 'BMW=후륜구동'이라는 공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BMW는 그동안 주행감을 위해 무게 중심이 골고루 배분돼 가속이나 코너링 시 안정감이 큰 후륜구동이나 사륜구동 차량에 집중해왔으나, 생활 방식 변화로 실내 공간이 중요성이 나날이 커지자 공간 활용에 적합한 전륜구동 차량 출시를 결정한 것이다.
후륜구동 차량은 엔진의 힘을 뒷바퀴에 전달해 차량을 움직인다. 따라서 하중이 고르게 분배되고 제동력 또한 좋다. 실내공간은 적다는 게 단점이지만 엔진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커지기 때문에 그만큼 고성능 대형엔진을 탑재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전륜구동 차량은 앞쪽 엔진에서 뒤쪽 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구동축이 없어서 실내공간을 상대적으로 넓게 설계할 수 있다.
BMW코리아는 액티브 투어러를 출시하면서 차명 앞에 붙어 있던 2시리즈라는 숫자도 과감히 생략했다.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를 국내 출시하면서 5시리즈를 생략했을 때와 같다.
이와 비슷한 예로는 액티브 투어러의 경쟁 상대이자, 마찬가지로 전륜구동 해치백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B-클래스가 있다. 벤츠 또한 과거 B-클래스에 '마이B'라는 국내 판매명을 부여한 바 있다. 기존 세단 이미지가 워낙 공고한 탓에 B-클래스의 차별화된 특징을 살리고자 한 전략이었다. 벤츠가 정식 제품명 외에 별도로 이름을 사용한 사례는 마이B가 최초로 기록돼 있다.
벤츠 B-클래스는 그동안 벤츠가 고집해 온 싱글 클러치인 MCT 변속기를 대신해 듀얼 클러치인 7단 DCT 변속기를 적용한 출발점이기도 하다. 벤츠는 B-클래스를 시작으로 DCT의 적용을 늘려가고 있다. 두 차 모두 대량 판매를 노리는 차는 아니지만,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감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상위 차급으로도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MINI 역시 '공간'이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55년 역사상 처음으로 소형 해치백 모델에 문 2개를 더 단 미니 5도어를 올해 출시한 바 있다. MINI만의 미니멀리즘 정체성과 마니아적인 인기를 동시에 놓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업계의 우려와 달리 초기 반응이 긍정적이라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미니 5도어는 차체를 키우고 내부공간을 늘리는 한편 서스펜션도 부드럽게 조정해 기존 MINI와는 완벽하게 차별화된 시도를 했다. 비좁고 불편한 차로 인식되던 MINI가 대중의 취향으로 노선을 바꾸는 순간이었다.
수억원대의 고가 스포츠카나 세단만을 전문으로 생산해오던 수입차 업체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바람이 불고 있는 SUV의 인기에 따라 내년부터 각 브랜드의 첫 SUV 모델을 시장에 속속 내놓을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롤스로이스는 18일(한국시간) 최고경영자(CEO)인 토스텐 뮐러 위트비스 명의로 SUV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롤스로이스가 2017년 양산을 목표로 '컬리건'이라는 프로젝트명 아래 SUV를 개발하고 있다는 업계의 소문을 확인한 것이다. 벤틀리는 아우디 Q7을 기반으로 한 벤테이가, 마세라티는 2년 전 선보인 콘셉트카 쿠팽에 기초한 르반떼를 내놓을 예정이다. 람보르기니도 2017년 양산을 목표로 첫 SUV인 우루스를 개발 중이다.
이처럼 고성능 스포츠카나 고급 세단에 한정해 제품을 제작해 팔던 이들 업체가 SUV로 눈길을 돌린 까닭은 생활 방식의 변화로 SUV가 세계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데다 구매층이 극소수로 한정된 스포츠카나 초호화 세단보다 SUV의 저변이 훨씬 넓어 수익 창출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닛산은 최근 자동차 시장의 또 다른 대세 키워드인 '디젤' 시장을 잡기 위해 닛산 브랜드 최초의 디젤 SUV 캐시카이를 지난해 말 국내에 선보여 인기몰이하고 있다. 일본 업체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서만 강점을 보인다는 편견을 깨기 충분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형차 브랜드는 대형화를 추구하고 스포츠카 브랜드가 SUV를 생산하는 등 각자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던 자동차 업체들이 이제는 대중의 요구에 발맞춰 자신들의 색깔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며 "이는 브랜드 전체의 색깔을 지우는 작업이라기보다는 일부의 작은 변화를 통해 전체 판매량을 늘리려는 흡수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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