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인문학] `감성 공학`과 인문학](http://contents.dt.co.kr/images/201502/2015022702102251607002[2].jpg "[디지털인문학] `감성 공학`과 인문학")
나는 인문학자이지만 비교적 자주 공학자들과 교류하는 편이다. 그 교류를 통해 현재 공학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에 대해 전해 듣는다. 그러한 이슈 중의 하나가 감성공학이다.
감성은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지성사적 흐름에서 그리고 그 이후는 상업주의적 이유에서 지대한 관심을 끄는 주제이다. 특히 상품의 영역에서 감성을 건드리지 않으면 성공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 가장 극명한 예는 현대인의 일상에서 결코 결여될 수 없는 것이 되어 버린 스마트폰이다. 이제 만짐(터치)와 촉감(햅틱)은 바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그 자체가 되었다. 그리고 소위 터치마케팅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선포되며 마케팅의 미래가 감성에 찾아지고 있다. 이렇게 감성은 오늘날 이성에 의해 배제되었던 과거의 설움을 벗고 경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품문화의 핵심코드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은 감성을 중심으로 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과학기술은 상업주의의 지원을 받으며 감성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기술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위험이 있다.
감성 공학적 연구가 작위적으로 인간의 전체적 삶으로부터 감성이란 차원을 분리해내어 공학적으로 조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만일 자연스러운 인간의 삶에서 이성과 감성이 분리가 불가능하다면, 그리하여 사실상 두 차원은 상호 스며들어 인간의 삶을 가능하게 한다면, 기술적 조작으로 통해 감성을 이성으로부터 분리하여 감성적 자극을 극대화하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간실존 방식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소비상품에 의한 감성적 차원의 과잉비대와 조작은 따라서 인간실존의 문제와 포괄적 연관성 속에서 성찰되어야 할 것이다.
바로 여기서 인문학이 그 본연의 임무인 성찰을 통해 개입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선 인문학은 과학이나 일단의 사회과학에서 실종된 감성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회복하여야 한다. 감성은 시대를 거치며 그 의미와 역할이 다르게 이해되었지만 주로 이성 보다 열등한 인간 실존의 차원으로 고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감성과 이성의 관계에 대해 현대 인문학은 전혀 방식으로 접근한다. 여기서 잠시 하이데거의 입장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하이데거의 철학에서는 감성 대신 분위기(Stimmung)라는 용어가 출현하여 그의 철학적 성찰을 지탱하는 중심개념 중의 하나로서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하이데거는 인간이 늘 어떤 분위기에 빠져있음을 강조한다. 감성을 논할 때 종래의 공학자들은 어떤 물리적 자극을 받는 몸을 연상했지만 사실 외부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도 우리는 늘 어떤 종류의 분위기 예를 들면 권태롭고 지루한 분위기에 빠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현재 빠져 있는 이런 분위기를 바꾸려 할 때 어떤 자극을 의도적으로 찾아 나선다. 심지어 우리가 냉철하게 사고하고 어떤 감성적 상태를 허용하지 않으려 할 때에도 오히려 우리는 무미건조하거나 냉랭한 분위기에 빠지는 것이다. 결국 분위기에 빠져있음은 인간이 결코 벗어버릴 수 없는 인간 실존의 본질적 조건이다. 여기서 대체 왜 인간은 분위기에서 헤어나질 못하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하이데거에 따르면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불안이라는 분위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안은 다시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문제 삼는 존재자라는 인간 고유의 존재론적 실존방식에 근거하는 것이다.
물론 감성에 대한 향후 논의가 하이데거적인 입장에 의해서만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문학이 감성을 전혀 다른 길을 통해 성찰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기서 감성은 인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인간 실존 그리고 나아가 존재의 문제를 결코 망각하지 않는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결국 인문학은 다음과 같은 기대 앞에 서는 것이다. 인문학은 기존의 논의구도를 탈각한 상태에서 또 감성의 조작이라는 상업주의적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인간 삶에 대한 감성의 역할과 그것의 존재론적 의미를 밝혀내야 할 것이다.
이종관 성균관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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