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변속기의 다단화 경쟁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불붙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더 뉴 i40를 출시하면서 2개의 클러치가 번갈아 가며 변속을 담당하는 '7단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을 탑재한 것을 전면에 내세웠다. 수입차 업계도 마찬가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더 뉴 E220 블루텍에 E-클래스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9G-TRONIC)를 적용한 것을, 크라이슬러는 200도 동급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한 것을 강조했다.
변속기는 엔진과 함께 자동차의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을 구성하는 핵심 장치다. 변속기 단수가 올라가면 자동차의 주행 성능은 물론,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비도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계단을 예로 들면, 같은 높이를 오를 때 계단이 6개인 것보다 10개면 보다 쉽고 빠르게 올라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변속기 종류는 가장 기본적인 수동(MT)부터 자동(AT), 무단(CVT), 듀얼(혹은 더블) 클러치(DCT) 등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특히 듀얼 클러치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듀얼 클러치는 홀수(1-3-5단)와 짝수(2-4-6단) 두개의 출력축이 따로 있어 빠른 변속을 가능케 한다. 일반 자동변속기보다 구조가 복잡한 데다 다단화로 한층 정교함이 요구된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폴크스바겐이다.
우리나라는 현대차가 2011년 벨로스터에 6단 DCT 변속기를 최초로 탑재하면서 도입됐다. 폴크스바겐은 이미 대부분 차종에 듀얼 클러치 'DSG(Direct shift gearbox)'를 적용하고 있으며, 포르쉐, 람보르기니, 부가티 등 성능을 강조하는 브랜드들도 모두 듀얼 클러치를 사용하고 있다.
수동 변속기는 운전자가 직접 변속기 단수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지만 구조가 간단하고 효율이 우수하다. 반면 자동변속기는 자동차가 알아서 속도에 맞게 변속을 해주는 대신 구조가 복잡하고 연료가 더 소모된다. 우리나라에선 자동 변속기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추세지만, 유럽에선 아직 자동 변속기 선택에 보수적인 편이다. 이에 프랑스 PSA그룹(푸조·시트로엥)의 경우에는 자동변속 위주인 유럽 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MCP(푸조)와 EGS(시트로엥)란 자체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수동을 바탕으로 하되 변속은 자동으로 해주는 기술이다. 이른바 수동 기반 전자제어 변속기로 연비는 보통의 자동변속 모델보다 월등하다.
속속 출시되고 있는 8, 9단을 넘어 '꿈의 변속기'라고 불리는 10단 변속기를 장착한 자동차를 만나볼 수 있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폴크스바겐, GM, 포드 등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10단 변속기의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새로운 10단 DSG 변속기를 골프 GTI, GTD, R 등 고성능 모델에 탑재할 예정이다. 현재의 7단 DSG 변속기와 같은 크기로 설계되면서도, 최대 56.1㎏·m의 토크를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될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변속기를 통해 2020년까지 약 15% 이상 연료 효율이 올라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속에서도 연비를 중요시하는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다단 변속기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면서 "특히 수동 변속기의 효율성과 성능, 그리고 자동 변속기의 편리함을 모두 겸비한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최고의 대안을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재웅기자 ripbir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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