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반시설 핵심 '내부 제어시스템' 해커 공격 집중
과거 폐쇄환경 맹신…계정 비번 공용·십수년째 그대로
과거 폐쇄환경 맹신…계정 비번 공용·십수년째 그대로
한울 원전·연합뉴스
■ 긴급진단 흔들리는 사이버안보
(상) 국가기반시설 '두뇌'가 공격받는다
국가기반시설이나 산업시설의 핵심은 내부 제어시스템이다. 이 제어시스템은 접근하기 매우 까다롭고 고도의 가용성을 갖춘 시스템이지만 최근 융복합 시대를 맞아 인터넷 연결 부품이 많아지고 운영체제, 네트워크가 범용화 되면서 외부 침입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이를 노리는 해커들의 공격 위협도 급증하는 추세다. 해외 국가들은 산업제어시스템을 국가 안보차원에서 보호하고 사이버 위협에 대한 방비를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번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문건 유출 사태가 터지기까지 관심이 높지 않았다. 디지털타임스는 산업제어시스템에 대한 사이버 위협 증가와 이에 대한 대비 현황을 긴급 진단했다.
지난 15일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원전 기밀문서'라고 밝힌 몇몇 문건과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직원 개인정보가 담긴 파일이 버젓이 올라왔다. 한수원 측은 자신이 이 문서를 빼냈다고 밝힌 이가 스스로 언론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기 전까지 유출 사실조차 몰랐다. 이후 유출자는 외국 사이트를 이용해 총 5차례에 걸쳐 한수원 내부 문건을 차례로 공개했으며 성탄절까지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중단하라고 협박까지 했다.
천만다행으로 유출자가 예고한 원전 2차 파괴 등의 대형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는 한수원이 막아낸 것도, 수사 당국이 유출자를 검거했기 때문도 아닌, 그냥 공격이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다.
한수원 사태에서 보듯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기반시설 및 산업시설에 대한 사이버 위협 대응 능력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더구나 그간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기간 설비가 ICT 융합 경향에 따라 외부 침투 경로가 늘어나고 취약점이 증가하는 역기능을 낳으면서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방비가 요구되고 있다.
발전소를 비롯해 전력, 교통, 상수, 도시가스, 지하철 등 국가기반시설과 자동차생산 등 공장자동화, 대형 건물에 대한 빌딩자동화 시스템 등은 모두 '제어시스템(Industrial Control System)'을 통해 운영된다. 이 제어시스템은 현장에 설치된 센서 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 처리해 정보를 표시하고, 현장에 설치된 장비에 제어명령을 송수신한다. 일반 IT시스템의 경우 재시동이나 가용성에 대한 편차를 허용하지만, 기반설비를 담당하는 제어시스템은 재시동을 허용하지 않는다. 멈춰서는 순간 지하철 충돌사고나 원전 가동중지, 제2롯데월드 같은 대형 빌딩의 운영 마비 등 국가적 재난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제어시스템은 정보시스템과 완전히 분리된 폐쇄 환경이었고, 각 설비별 제조사의 독자 운영체제와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ICT 융합과 개방형 플랫폼을 채택하고 심지어 모바일 환경과도 연동되면서 네트워크나 USB같은 보조기억장치와도 손쉽게 연동된다. 운영체제도 윈도나 리눅스 같은 범용 운영체제를 채택하는 비율이 늘고 있으며 네트워크 프로토콜까지 표준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추세다. 실제 제주 실증단지 등에 구축한 스마드그리드 사업이나 정부의 스마트카 시범사업 등은 기반 설비와 ICT 융합을 추진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융합화, 표준화가 설비 구축과 운영에 효율성은 가져다줬지만 개방형 환경으로 인한 외부 침투 가능성과 취약점마저 동시에 증가하는 역기능을 일으켰다는 점이다. 산업보안 전문가는 "제어시스템 감시 제어기능을 하는 스카다(SCADA)의 경우 과거 폐쇄환경에서만 운영됐지만 최근에는 기업 네트워크와 인터넷 접속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지보수를 위한 원격 제어까지 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면서 "해커들의 스카다 시스템에 대한 공격 시도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외부 침투 경로가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제어시스템이 개방형 환경으로 전환됨에도 불구하고 보안 정책이나 사이버 위협에 대한 대응은 과거 '폐쇄형'일 때와 다를 바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 산업보안전문가는 "제어시스템의 고가용성을 해치지 않으려고 실시간 보안 감시툴이나 네트워크 모니터링 장비 설치를 꺼리는 것이 제어시스템 운영자들의 특징"이라면서 "심지어 폐쇄 환경에 대한 맹신 때문에 관리자 계정 비밀번호 교체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밀번호를 공용으로 십수년씩 사용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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