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08, 공인연비 리터당 17㎞… 각종 옵션-편의사양은 최소화
올 하반기 가장 뜨거운 수입차 중 하나인 푸조 2008. 요즘처럼 차량의 옵션이나 기능이 평준화되고 있는 시대에 이처럼 장단점이 뚜렷한 차는 오랜만이다. 그동안 비 독일 유럽산 메이커에서 흔히 접할 수 있었던 '감성'을 내세운 허세 섞인 마케팅은 없애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부분만 확실히 내세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푸조 2008은 철저히 '실속파'를 위한 경제적인 차량이다. 각종 옵션과 편의사양, 겉치레는 최소화하되 가격 경쟁력과 연비는 극대화했다.
푸조 2008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부터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전동시트, 내비게이션, 후방 주차보조 카메라, 스마트키,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시트·핸들 열선, 뒷좌석 공조 시스템….
국산 준중형 이상 상위 트림에 대부분 존재하는 옵션들이다. 수입차의 경우 5000만원대 이상 고가의 차량부터 이 같은 옵션들이 붙기 시작한다. 푸조 2008은 국산차와 수입차 사이에서 적절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 모든 것들을 과감히 포기했다. 그 결과, 2650만원부터 시작하는 '착한 가격'을 맞출 수 있었다.
단순히 가격만을 낮추기 위해 고객들의 편의를 저버리진 않았다. 없어도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적당한 타협을 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외관은 4160㎜ 전장으로 국산 동급 SUV보다 다소 작지만, 소형 SUV치고 실내공간을 최대한 확보해 앞좌석은 물론, 뒷좌석도 성인 3명이 타도 거뜬할 정도다. 항공기의 운전석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내부 디자인을 살펴보니, 곳곳에 미래 지향적인 느낌의 유광 마감재를 선택하고 계기판에는 LED 테두리로 마무리하는 등 세련미를 더하는 실내장식이 요소요소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최상위 트림에 적용되는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어설프게 반쪽만 열리는 일반 파노라마 선루프와 차별화돼 오픈카를 연상시킬 정도의 넓은 개방감을 선사한다. 인조가죽과 패브릭이 조합된 시트도 저렴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수준 높은 착좌감을 제공하며, 아울러 동급 소형 SUV 대비 높은 포지셔닝의 운전석과 버튼을 최소화하고 크기를 줄인 3-포크 타입의 핸들은 운전의 편의성을 높였다.운전에서는 수동변속기에서 착안해 출력 손실을 줄이고 연비를 극대화한 'MCP'라는 푸조만의 독특한 변속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자동변속기에 길든 운전자라면 처음에는 차의 움직임이 다소 낯설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어 변경 시마다 울컥거리는 느낌을 받고, 주차 시 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사이드브레이크를 당겨 올리다 보면 옛 수동차량을 몰던 운전자에겐 향수를 전해주기도 한다. 언덕이나 요즘 같은 겨울철 눈길 위에서, 초심자는 운전에 어려움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수동 운전의 숙련이 어느 정도 필요로 해 보인다.푸조 2008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한 연비는 빼놓을 수 없는 이 차량의 최대 장점 중 하나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에코시스템이 MCP 변속시스템과 어우러져 공인연비 17㎞/ℓ라는 우수한 연비를 실현한다. 실주행 결과 평균속도 10㎞ 내외 시내 출퇴근길에서도 13~14㎞/ℓ의 준수한 연비를 기록했으며, 고속도로에서는 20㎞/ℓ를 웃도는 연비를 달성했다.
1.6 e-HDi 악티브(Active), 알뤼르(Allure), 펠린(Feline) 3개 트림으로 출시된 푸조 2008의 가격은 각각 2650만원, 2950만원, 3150만원이다. 사전계약 물량이 몰려있어 초기 인도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 있음은 참작해야 할 부분이다.
노재웅기자rip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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