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학 칼럼] 건강한 뇌의 비밀](http://contents.dt.co.kr/images/201410/2014100802102251607001[1].jpg "[의과학 칼럼] 건강한 뇌의 비밀")
뇌는 최고위 중추기관으로 학습과 기억, 감정, 운동, 감각, 언어, 의식 및 고위 정신기능을 수행한다. 뇌세포의 손상이나 기능 이상은 다양한 뇌기능 장애로 이어져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 지는 것은 물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뇌는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 되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뇌의 건강이 중요함은 명백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신체의 다른 기관의 건강에 대해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나 뇌의 건강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능장애나 정신질환 등의 뇌기능 장애는 일부의 사람에서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병이어서 치료가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기 쉽고, 정상적으로 태어난 경우 불의의 사고에 의해 뇌가 손상되는 경우가 아니면 뇌기능장애가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절반 이상이 우울증, 불안,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면장애 등의 뇌기능 장애를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치매 및 건망증, 뇌졸중 등 고령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을 포함하면 뇌기능 장애는 국민 대부분이 겪는 흔한 질환으로 볼 수 있다.
건강한 뇌의 비밀을 알기 위해 뇌를 구성하는 세포들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에는 천억 개 이상의 신경세포들이 있고 이들이 시냅스라는 구조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신경네트워크를 형성한다. 뇌의 다양한 기능은 신경네트워크, 즉 시냅스를 통한 신경세포 간 소통을 통해 이루어진다. 또한 성인에서도 뇌의 특정 부위에서 새로운 신경세포가 계속 만들어지고 이들이 시냅스를 통해 기존의 신경네트워크에 연결되어 기능을 하게 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인간의 뇌를 구성하고 있는 세포 중에 신경세포는 약 10%정도이고 나머지는 성상교세포, 희돌기교세포, 미세아교세포와 같은 교세포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교세포는 신경세포를 보호하고 신경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중 미세아교세포는 뇌세포의 약 10-15%를 차지하는 면역세포로 골수의 조혈모세포에서 분화된다. 미세아교세포는 감염원이나 손상된 신경세포를 제거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감염원이나 신경세포의 손상에 의해 뇌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면 미세아교세포는 이를 감지하여 활성화되고 또한 변화가 생긴 부위로 몰려들어 포식을 통해 이들을 제거한다. 과거 학자들 사이에서 뇌는 면역회피기관으로 인식되어 면역세포나 면역물질이 뇌에 존재하는 것은 외상이나 감염 또는 신경퇴화의 상태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발생 초기에 미세아교세포들이 혈액-뇌 장벽을 투과하여 뇌 속으로 들어와서 일생 동안 뇌 전체를 돌아다닌다고 한다. 또한 해로운 물질을 제거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밝혀졌다. 특히 흥미로운 사실은 정상상태에서 신경세포와 미세아교세포의 상호작용이다. 미세아교세포에는 신경전달물질의 수용체가 존재하는데, 신경세포에서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된다.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는 사이토카인, 케모카인, 성장인자 등을 분비하게 되는데, 이들이 다시 신경세포에 작용하여 신경세포의 발달 및 기능을 돕게 된다. 미세아교세포에서는 여러 종류의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들은 종류에 따라 시냅스 생성을 촉진하기도 하고 억제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을 포함하여 포유류의 신경세포는 초기에 많은 시냅스를 형성하는 데, 발달과정에서 필요치 않은 시냅스는 점차 제거가 되고 성숙한 시냅스만 남아서 안정적인 신경네트워크를 만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세아교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미세아교세포의 기능을 억제하면 신경세포의 미성숙한 시냅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미세아교세포의 기능 이상은 다양한 정신질환을 유발한다. 지속적인 스트레스는 우울증을 유발하는데, 스트레스는 미세아교세포의 수를 감소시키고 이로 인해 새로운 신경세포의 생성이 억제됨으로써 우울증이 발병한다는 것이 최근의 연구에서 알려졌다.
약물을 이용하여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할 경우 스트레스 및 우울증에 더 저항성을 가짐을 발견했다. 또한 최근의 연구에서 미세아교세포에서 발현되는 특정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게 되면 생쥐에서 결벽증이 유발되었고, 정상인 생쥐의 골수를 돌연변이 마우스에 이식했을 때 결벽증이 치료된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외에도 미세아교세포의 기능 저하는 지능장애, 치매, 만성피로 등 다양한 뇌기능 장애를 유발하며, 자폐증 및 과잉행동장애, 그리고 신경재생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학자들은 면역결핍이나 면역질환에서 지능장애가 흔히 나타나고 다양한 정신질환이 동반됨을 발견하였으나 그 원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신경세포와 면역세포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가 증가됨으로써 이에 대한 수수께끼가 점차 풀리고 있다.
미세아교세포에서 분비되는 물질 이외에도 몸의 면역계에서 분비되는 물질 중 크기가 작은 것들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여 뇌 속으로 들어와서 신경세포의 기능을 조절한다. 뇌는 신경계로 구분되지만 신경세포와 면역세포가 공존하는 기관이며, 다른 어떤 조직보다 신경-면역 상호작용이 활발히 일어나는 기관이다.
지난 수십 년간 신경네트워크를 통해 뇌의 기능을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근 신경네트워크와 면역계의 상호작용에 대한 실험적 증거들이 쏟아지면서 신경-면역 네트워크라는 개념이 정립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이에 대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정신질환, 퇴행성 뇌질환, 척수손상 등의 치료에 신경-면역 네트워크 조절을 통해 시냅스 기능 회복과 신경재생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현재 인류가 극복해야 할 난제이고 국민의 행복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신경-면역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결과가 우리에게 줄 영향은 매우 클 것이다.
김명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MRC 신경면역 정보저장 네트워크 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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