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뼈 맞춤절삭ㆍ모의수술 등 다방면 기여
의사 접근 어려운 환경에 투입 대체작업도
한국 기술력 우위… 각국서 잇단 벤치마킹
의사 접근 어려운 환경에 투입 대체작업도
한국 기술력 우위… 각국서 잇단 벤치마킹
■ `바이오 메가융합` 미래 연다
(9) 의료로봇
지난 26일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수술실. 의료진이 다음날 있을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한창 준비중이었다. 수술 침대 옆에는 약 2미터 크기의 수술로봇 `로보닥'(ROBODOC)과 소프트웨어를 처리하는 로봇 컨트롤 캐비닛(RCC), 수술 진행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 등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고관절) 등 관절 부위 연골이 심하게 마모되거나 파손된 환자에게 금속, 세라믹 등으로 된 관절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것이다. 기존 수술 방식에서는 의사가 마치 조각가같이 망치와 전기톱 등으로 인공관절에 맞도록 직접 뼈를 깎고 다듬었다. 완벽히 모양이 다듬어지지 않으면 한쪽으로 힘이 쏠려 인공관절이 빨리 마모되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기술이 필요했다. 이 뼈 절삭 작업을 의사 대신 해주는 수술로봇이 바로 로보닥이다.
집도를 맡은 김병근 박애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의사도 실수를 할 수 있다"며 "로봇 수술의 장점은 안전하고 실수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80세 이상 환자의 경우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가 많아 생각지 않은 부분에서 오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로봇은 무릎의 모양을 정확히 인식해 계획대로 정교하게 깎아나가기 때문에 고령환자도 사고 없이 수술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법은 1∼5년 장기 비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3∼6개월 단기적으로 볼 때는 연부조직에 상처를 덜 주기 때문에 회복속도와 통증 정도가 30% 정도 개선된다"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고령환자에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매우 유용한 수술법"이라고 덧붙였다.
◇오차 없이 안전한 수술 제공=로보닥 시스템은 크게 수술 전 계획을 수립하고 사전 모의 수술을 수행하는 워크스테이션 `올소닥(ORTHODOC)'과 수립한 계획대로 정확한 절삭을 하는 `로보닥'으로 나뉜다.
수술을 받을 환자는 우선 해당 부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수술 계획을 수립한다. 올소닥은 CT 영상을 기반으로 환자의 뼈를 3D 입체영상으로 재구성하고, 어떤 임플란트를 어느 부위에 어떻게 삽입하는 게 최선일 지 가상 수술을 통해 결정한다.
수술에 들어가면 의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수술 계획 데이터를 컨트롤 캐비닛에 입력하고 환자의 수술 부위를 로봇에 고정시킨다. 계획된 가상 뼈 모델의 좌표와 같은 부위에 환자 뼈를 일치시키는 것.
로봇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BMM'(Bone Motion Monitor) 장치가 달려 있어 환자가 움직여 위치가 바뀌면 자동으로 멈춘다. 절삭 수행 부위에도 로봇에 가해지는 외부 힘과 압력을 감지하는 `힘센서'(Force Sensor)가 작동해 커터가 어긋나거나 정상 부위가 아닌 곳에 위치하면 로봇이 이를 알아채고 스스로 정지한다.
로보닥은 국내 의료기기 전문업체 큐렉소의 미국 자회사인 큐렉소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하고 있다. 로보닥은 2008년 고관절전치환술(THA)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고, 지난달에는 핵심부품인 매니퓰레이터(사람의 팔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계)를 국산으로 교체한 새로운 시스템이 FDA 승인을 받았다. 로보닥 본체와 컨트롤 캐비닛을 일체화하고, SW 처리 속도와 기능을 대폭 강화한 `로보닥2.0'을 개발해 FDA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창훈 큐렉소 기술개발팀장은 "의사가 직접 손으로 모든 조작을 해야 하는 다른 수술로봇과 달리 완전 자동화됐다는 점이 로보닥의 특징"이라며 "현재 허가된 무릎과 고관절 부위 외에 수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치료 효과를 세분화한다면 이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융합기술로 개발된 의료로봇=고도의 첨단 산업기술과 의학기술의 융합체인 의료로봇의 장점은 정밀하고 안정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로봇은 정교하고 안정된 동작을 수행해 의사의 손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수술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위의 수술을 가능케 해준다.
또 다양한 진단영상과 시뮬레이션을 접목해 보다 정확한 시술을 돕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안정된 시술을 가능하게 한다. 방사선 피폭환경 등 의사가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수술로봇에는 로봇 메커니즘 설계와 제어ㆍ운용, 시뮬레이션, 수술, 의료용 내비게이션, 재활 등 다양한 융복합 기술이 적용된다. 단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장비인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 효과성 측면에서 적용되는 엄격한 규격과 인허가 기준이 적용된다.
◇본격적인 의료로봇 시대 열린다=2000년 수술로봇 중 세계 최초로 미 FDA 승인을 받은 `다빈치 수술시스템'은 본격적인 로봇수술 시대를 열며 의료로봇 대중화와 기술 발전을 가져왔다.
의료용 로봇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장 진입단계에 있지만 시장조사기관 BCC리서치는 세계 시장 규모가 2016년 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선진국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보조하거나 간호사를 대체하는 로봇, 비숙련의를 위한 수술연습용 로봇, 장애인이나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재활로봇 연구와 상용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학계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점차 상용화 개발이 늘어가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 개발경험을 기반으로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다양한 의료용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다빈치 수술시스템과 유사한 복강경 수술로봇 시스템을, 피앤에스미캐닉스는 보행 재활훈련 로봇을 국산화한 `워크봇'을 개발했다.
권동수 KAIST 교수가 이끄는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은 흉터 없는 내시경 수술이 가능한 `노츠(NOTES)' 수술 로봇과 단일 통로 복강경 수술인 싱글포트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ㆍ나노기술 등을 융합한 마이크로 의료로봇 개발도 활발하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가 이끄는 박테리오봇 융합연구단과 전남대 의대 민정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대장암ㆍ유방암ㆍ위암ㆍ간암 같은 고형암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박테리오봇' 개발에 성공했다. 박테리아와 로봇이 결합된 직경 3㎛(마이크로미터) 초소형 나노로봇은 사람 몸 속에 들어가 암세포 부위에 직접 항암제를 뿌려 암을 치료한다.
◇의료로봇 수술법 개발 주도=의료로봇은 로봇 자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봇을 어디에 어떻게 쓸 지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해 적용 범위를 확장시키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이같은 첨단 로봇수술법을 개발해 세계 의학계에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특히 다빈치 로봇을 활용한 위암과 직장암, 갑상선암 등의 외과 수술법은 국내 의료진이 최초로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 의료진들이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남도영기자 namdo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9) 의료로봇
지난 26일 경기 평택시 박애병원 수술실. 의료진이 다음날 있을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한창 준비중이었다. 수술 침대 옆에는 약 2미터 크기의 수술로봇 `로보닥'(ROBODOC)과 소프트웨어를 처리하는 로봇 컨트롤 캐비닛(RCC), 수술 진행 상태를 보여주는 모니터 등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고관절) 등 관절 부위 연골이 심하게 마모되거나 파손된 환자에게 금속, 세라믹 등으로 된 관절 임플란트를 삽입하는 것이다. 기존 수술 방식에서는 의사가 마치 조각가같이 망치와 전기톱 등으로 인공관절에 맞도록 직접 뼈를 깎고 다듬었다. 완벽히 모양이 다듬어지지 않으면 한쪽으로 힘이 쏠려 인공관절이 빨리 마모되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섬세한 기술이 필요했다. 이 뼈 절삭 작업을 의사 대신 해주는 수술로봇이 바로 로보닥이다.
집도를 맡은 김병근 박애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의사도 실수를 할 수 있다"며 "로봇 수술의 장점은 안전하고 실수가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80세 이상 환자의 경우 골다공증이 심한 경우가 많아 생각지 않은 부분에서 오차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로봇은 무릎의 모양을 정확히 인식해 계획대로 정교하게 깎아나가기 때문에 고령환자도 사고 없이 수술을 마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수술과 일반 수술법은 1∼5년 장기 비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3∼6개월 단기적으로 볼 때는 연부조직에 상처를 덜 주기 때문에 회복속도와 통증 정도가 30% 정도 개선된다"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고령환자에게 로봇 인공관절 수술은 매우 유용한 수술법"이라고 덧붙였다.
◇오차 없이 안전한 수술 제공=로보닥 시스템은 크게 수술 전 계획을 수립하고 사전 모의 수술을 수행하는 워크스테이션 `올소닥(ORTHODOC)'과 수립한 계획대로 정확한 절삭을 하는 `로보닥'으로 나뉜다.
수술을 받을 환자는 우선 해당 부위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수술 계획을 수립한다. 올소닥은 CT 영상을 기반으로 환자의 뼈를 3D 입체영상으로 재구성하고, 어떤 임플란트를 어느 부위에 어떻게 삽입하는 게 최선일 지 가상 수술을 통해 결정한다.
수술에 들어가면 의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수술 계획 데이터를 컨트롤 캐비닛에 입력하고 환자의 수술 부위를 로봇에 고정시킨다. 계획된 가상 뼈 모델의 좌표와 같은 부위에 환자 뼈를 일치시키는 것.
로봇에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BMM'(Bone Motion Monitor) 장치가 달려 있어 환자가 움직여 위치가 바뀌면 자동으로 멈춘다. 절삭 수행 부위에도 로봇에 가해지는 외부 힘과 압력을 감지하는 `힘센서'(Force Sensor)가 작동해 커터가 어긋나거나 정상 부위가 아닌 곳에 위치하면 로봇이 이를 알아채고 스스로 정지한다.
로보닥은 국내 의료기기 전문업체 큐렉소의 미국 자회사인 큐렉소테크놀로지에서 개발하고 있다. 로보닥은 2008년 고관절전치환술(THA)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획득했고, 지난달에는 핵심부품인 매니퓰레이터(사람의 팔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기계)를 국산으로 교체한 새로운 시스템이 FDA 승인을 받았다. 로보닥 본체와 컨트롤 캐비닛을 일체화하고, SW 처리 속도와 기능을 대폭 강화한 `로보닥2.0'을 개발해 FDA 심사를 진행 중이다.
이창훈 큐렉소 기술개발팀장은 "의사가 직접 손으로 모든 조작을 해야 하는 다른 수술로봇과 달리 완전 자동화됐다는 점이 로보닥의 특징"이라며 "현재 허가된 무릎과 고관절 부위 외에 수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치료 효과를 세분화한다면 이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도의 융합기술로 개발된 의료로봇=고도의 첨단 산업기술과 의학기술의 융합체인 의료로봇의 장점은 정밀하고 안정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로봇은 정교하고 안정된 동작을 수행해 의사의 손 기술에 의존하던 기존 수술방식으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부위의 수술을 가능케 해준다.
또 다양한 진단영상과 시뮬레이션을 접목해 보다 정확한 시술을 돕기 때문에 숙련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안정된 시술을 가능하게 한다. 방사선 피폭환경 등 의사가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서도 작업이 가능하다.
수술로봇에는 로봇 메커니즘 설계와 제어ㆍ운용, 시뮬레이션, 수술, 의료용 내비게이션, 재활 등 다양한 융복합 기술이 적용된다. 단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장비인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 효과성 측면에서 적용되는 엄격한 규격과 인허가 기준이 적용된다.
◇본격적인 의료로봇 시대 열린다=2000년 수술로봇 중 세계 최초로 미 FDA 승인을 받은 `다빈치 수술시스템'은 본격적인 로봇수술 시대를 열며 의료로봇 대중화와 기술 발전을 가져왔다.
의료용 로봇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시장 진입단계에 있지만 시장조사기관 BCC리서치는 세계 시장 규모가 2016년 4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선진국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를 보조하거나 간호사를 대체하는 로봇, 비숙련의를 위한 수술연습용 로봇, 장애인이나 노년층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재활로봇 연구와 상용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학계가 연구를 주도하고 있으며, 점차 상용화 개발이 늘어가는 추세다. 현대중공업은 기존의 산업용 로봇 개발경험을 기반으로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다양한 의료용 로봇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래컴퍼니는 다빈치 수술시스템과 유사한 복강경 수술로봇 시스템을, 피앤에스미캐닉스는 보행 재활훈련 로봇을 국산화한 `워크봇'을 개발했다.
권동수 KAIST 교수가 이끄는 미래의료로봇연구단은 흉터 없는 내시경 수술이 가능한 `노츠(NOTES)' 수술 로봇과 단일 통로 복강경 수술인 싱글포트 수술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바이오ㆍ나노기술 등을 융합한 마이크로 의료로봇 개발도 활발하다. 박종오 전남대 교수가 이끄는 박테리오봇 융합연구단과 전남대 의대 민정준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대장암ㆍ유방암ㆍ위암ㆍ간암 같은 고형암 진단과 치료가 가능한 `박테리오봇' 개발에 성공했다. 박테리아와 로봇이 결합된 직경 3㎛(마이크로미터) 초소형 나노로봇은 사람 몸 속에 들어가 암세포 부위에 직접 항암제를 뿌려 암을 치료한다.
◇의료로봇 수술법 개발 주도=의료로봇은 로봇 자체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로봇을 어디에 어떻게 쓸 지 다양한 치료법을 개발해 적용 범위를 확장시키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이같은 첨단 로봇수술법을 개발해 세계 의학계에 주목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특히 다빈치 로봇을 활용한 위암과 직장암, 갑상선암 등의 외과 수술법은 국내 의료진이 최초로 개발해 국제표준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세계 의료진들이 기술을 전수 받기 위해 한국을 찾고 있다.
남도영기자 namdo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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