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과제 수주경쟁이 산학연 협력ㆍ융합연구 걸림돌
질적평가 시스템 확립해 국가 성장 R&D 주도해야
내달 출범 `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 추진체계 주목
질적평가 시스템 확립해 국가 성장 R&D 주도해야
내달 출범 `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 추진체계 주목
■ 출연연 3.0시대 열자
(상) 융합ㆍ협력R&D 시스템화해야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경쟁력과 세계 8위 무역대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컸다.
출연연은 초기 기업ㆍ산업기술 지원을 위한 목적형 R&D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이후 선진국을 단기간 내에 따라잡기 위한 추격형 R&D를 펼쳐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기업과 대학의 R&D 경쟁력이 높아지고 추격형 R&D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출연연 고유임무 재정립 추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범, 연구성과 산업화 이슈 등과 맞물려 새로운 도약전략과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연연이 국가 업그레이드와 산업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전략을 상ㆍ중ㆍ하로 살펴본다.
<상>융합ㆍ협력R&D 시스템화해야
"융합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요. 출연연간 융합연구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대학, 기업 등과 과제 수주경쟁을 해서 인건비를 확보해야 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환경에선 융합연구는 먼 나라 얘기죠."
출연연간 융합ㆍ협력 연구가 왜 저조하냐는 질문에 대해 출연연 연구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융합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PBS 같은 경쟁 위주의 불안정한 연구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출연연 연구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융합ㆍ협력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3.3%가 `경쟁 중심의 연구환경'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인력교류 등 관련 제도 미흡(15.9%)', `협력ㆍ 융합연구 기획 부족(13.4%)' 등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출연연간 또는 산학연간 협력 및 융합연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PBS 제도에 따른 과도한 연구과제 수주경쟁이 꼽힌다. PBS 도입으로 출연연 연구자들은 인건비 확보를 위해 민간기업, 대학 등과 경쟁해 과제를 따내야 하는 이른바 `앵벌이 신세'로 내몰린 지 오래다. 이렇다 보니 중장기 대형 연구과제로 진행해야 하는 융합연구보다는 3년 미만 단기 연구과제에 매달려 왔다.
양적 평가 위주 시스템도 걸림돌이다. 연구과제 평가가 특허와 논문을 얼마나 양산했느냐에 초점을 두다 보니 연구자들은 융합연구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연간 국가R&D 예산 4조원을 쓰는 출연연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없는 대형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환경은 출연연 R&D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안정적 연구비를 보장해 과도한 과제수주 경쟁을 막고, 연구자의 창의ㆍ혁신적 성과 창출을 유도하는 질적평가 시스템을 확립하는 한편 개별 연구자는 물론 출연연간 경쟁관계를 협력관계로 바꿔야 융합ㆍ협력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연연들이 융합연구를 돌파구로 삼아 정체성 확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연연들이 융합연구를 통해 미래 전략기술을 제시해 신산업 창출에 기여하고, 국가ㆍ사회적 이슈와 현안 해결을 위한 공공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아 국가 업그레이드와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출연연간 칸막이를 없애 유사 연구분야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교류ㆍ협력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출연금 확대를 통한 융합연구 지원 확대, 출연연 메가융합 연구사업 추진, 출연연 연구자간 원활한 인력교류, 융합연구 수행에 따른 유연한 인사ㆍ평가제도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꼽힌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오는 7월 기초ㆍ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범을 계기로 출연연 융합연구 추진체계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한국식 융합연구모델을 마련하고 출연연의 융합연구를 주도할 `융합연구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연구자가 다른 기관에 파견돼 융합연구를 수행할 경우 파견수당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25개 출연연이 공동으로 달탐사 기반기술 연구 등 3개 과제를 출연연 융합연구 시범과제로 선정ㆍ추진하는 등 융합연구를 통한 `출연연 R&D 혁신' 의지가 높다.
고영주 화학연 미래전략본부장은 "융합연구에 대한 출연연의 관심과 의지가 크고, 일부 기관은 직접 융합연구를 기획해 추진하는 등 출연연 스스로 융합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융합연구 수행 시 참여 연구자에 대한 인사 및 평가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등 각종 제도와 규정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섭 IBS 원장직무대행은 최근 열린 출연연 모임에서 "장기간에 걸친 대형 연구 프로젝트 기획으로 융합연구를 활성화해야 출연연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상) 융합ㆍ협력R&D 시스템화해야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과학기술 경쟁력과 세계 8위 무역대국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데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역할이 컸다.
출연연은 초기 기업ㆍ산업기술 지원을 위한 목적형 R&D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고, 이후 선진국을 단기간 내에 따라잡기 위한 추격형 R&D를 펼쳐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대기업과 대학의 R&D 경쟁력이 높아지고 추격형 R&D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역할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출연연 고유임무 재정립 추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범, 연구성과 산업화 이슈 등과 맞물려 새로운 도약전략과 운영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출연연이 국가 업그레이드와 산업발전에 효과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변화전략을 상ㆍ중ㆍ하로 살펴본다.
<상>융합ㆍ협력R&D 시스템화해야
"융합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다 알고 있지요. 출연연간 융합연구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겁니다. 대학, 기업 등과 과제 수주경쟁을 해서 인건비를 확보해야 하는 연구과제중심제도(PBS) 환경에선 융합연구는 먼 나라 얘기죠."
출연연간 융합ㆍ협력 연구가 왜 저조하냐는 질문에 대해 출연연 연구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출연연 연구자들은 융합연구의 필요성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PBS 같은 경쟁 위주의 불안정한 연구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출연연 연구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설문조사에서 `융합ㆍ협력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3.3%가 `경쟁 중심의 연구환경'을 꼽았다. 그 뒤를 이어 `인력교류 등 관련 제도 미흡(15.9%)', `협력ㆍ 융합연구 기획 부족(13.4%)' 등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출연연간 또는 산학연간 협력 및 융합연구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PBS 제도에 따른 과도한 연구과제 수주경쟁이 꼽힌다. PBS 도입으로 출연연 연구자들은 인건비 확보를 위해 민간기업, 대학 등과 경쟁해 과제를 따내야 하는 이른바 `앵벌이 신세'로 내몰린 지 오래다. 이렇다 보니 중장기 대형 연구과제로 진행해야 하는 융합연구보다는 3년 미만 단기 연구과제에 매달려 왔다.
양적 평가 위주 시스템도 걸림돌이다. 연구과제 평가가 특허와 논문을 얼마나 양산했느냐에 초점을 두다 보니 연구자들은 융합연구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연간 국가R&D 예산 4조원을 쓰는 출연연에서 국민이 체감할 수 없는 대형 연구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 이유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환경은 출연연 R&D의 효율성을 떨어뜨렸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안정적 연구비를 보장해 과도한 과제수주 경쟁을 막고, 연구자의 창의ㆍ혁신적 성과 창출을 유도하는 질적평가 시스템을 확립하는 한편 개별 연구자는 물론 출연연간 경쟁관계를 협력관계로 바꿔야 융합ㆍ협력연구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출연연들이 융합연구를 돌파구로 삼아 정체성 확립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연연들이 융합연구를 통해 미래 전략기술을 제시해 신산업 창출에 기여하고, 국가ㆍ사회적 이슈와 현안 해결을 위한 공공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아 국가 업그레이드와 성장을 주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선 출연연간 칸막이를 없애 유사 연구분야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교류ㆍ협력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출연금 확대를 통한 융합연구 지원 확대, 출연연 메가융합 연구사업 추진, 출연연 연구자간 원활한 인력교류, 융합연구 수행에 따른 유연한 인사ㆍ평가제도 등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꼽힌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오는 7월 기초ㆍ산업기술연구회를 통합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출범을 계기로 출연연 융합연구 추진체계가 갖춰지기 때문이다. 연구회는 한국식 융합연구모델을 마련하고 출연연의 융합연구를 주도할 `융합연구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연구자가 다른 기관에 파견돼 융합연구를 수행할 경우 파견수당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25개 출연연이 공동으로 달탐사 기반기술 연구 등 3개 과제를 출연연 융합연구 시범과제로 선정ㆍ추진하는 등 융합연구를 통한 `출연연 R&D 혁신' 의지가 높다.
고영주 화학연 미래전략본부장은 "융합연구에 대한 출연연의 관심과 의지가 크고, 일부 기관은 직접 융합연구를 기획해 추진하는 등 출연연 스스로 융합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면서 "융합연구 수행 시 참여 연구자에 대한 인사 및 평가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등 각종 제도와 규정 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섭 IBS 원장직무대행은 최근 열린 출연연 모임에서 "장기간에 걸친 대형 연구 프로젝트 기획으로 융합연구를 활성화해야 출연연이 세계적인 연구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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