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위치ㆍ자극 강도 따른 신체 반응 정리
파킨슨병ㆍ자폐ㆍ정신분열 치료길 한걸음
생각만으로 모바일기기ㆍ로봇 작동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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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 메가융합` 미래 연다
(4) 뇌과학과 치매 예측
지난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 통합의학연구소 실험실. 연구진이 뇌 특정 부위를 초음파로 자극해 손끝에 다양한 촉감을 느끼게 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모니터로 보이는 대상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자극할 뇌 부위 좌표를 확인하고 초음파를 쏜 후 뇌의 활성 반응을 분석한다.
연구팀을 이끄는 정용안 인천성모병원 교수(영상의학과)는 "인체에 무해하고 정확도가 높은 `저강도 집중초음파'를 이용해 뇌신경 조직을 자극함으로써 실제 접촉 없이도 촉감을 느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 방법으로 손끝에 간지러움이나 찌릿함, 뜨거움이나 차가움, 무거운 물체를 든 느낌 등을 주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3mm 단위로 뇌 위치와 자극 강도를 바꿔가며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촉감과 관련한 `뇌기능지도'를 만들어 가상세계에서도 실제와 같은 촉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 교수가 참여하는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의 핵심과제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입체 영상을 안으면 실제와 같은 온기와 감촉 등을 뇌 자극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치매나 파킨슨병, 우울증 등 다양한 뇌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뇌질환이 뇌와 신경의 전기신호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초음파 자극을 통해 뇌의 신경 반응을 조절해 수술 없이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이나 정신ㆍ신경병 진행을 더디게 만들거나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 활용범위 `무궁무진'=인간의 고등정신 기능을 관장하는 사령탑인 뇌의 신비를 풀고자 하는 뇌과학은 21세기 첨단과학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뇌 기능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뇌 기능 향상이나 뇌질환 진단,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융합기술을 통해 미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과학은 기초과학, 의학, 공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어 뇌신경생물학, 뇌질환, 뇌인지, 뇌공학 등 다양한 융합연구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뇌-IT 융합 기술인 `BMI(뇌ㆍ기계인터페이스)'나 `BCI'(뇌ㆍ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두뇌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인 뇌파를 컴퓨터나 다양한 기기와 직접 연결해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제어하는 것으로, 생각만으로 휠체어나 로봇을 조종하거나, 터치 없이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나 웨어러블 기기를 작동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바텔연구소와 오하이오주립대가 개발한 `뉴로브릿지' 기술은 환자의 뇌 특정 부위에 4mm 크기 칩을 삽입해 머릿속 생각을 감지한다. 이를 컴퓨터 신호로 변환해 환자 팔에 매달린 전극장치로 전달, 팔 근육에 전기자극을 줘 환자 생각대로 팔이 움직이게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척수마비 환자나 부분 신체마비를 겪는 뇌졸중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래에는 인간의 뇌와 뇌를 직접 연결하는 `BBI'(뇌ㆍ뇌인터페이스) 기술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말이 아닌 뇌파로 상대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성공할 경우 전쟁 상황 등에서 발성 없이 명령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라제시 라오 교수팀은 한 사람의 뇌파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 상대방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IT 분야에서도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혁신 기술이 개발 중이다. IBM은 뇌의 신경세포를 모방해 데이터 저장과 계산을 동일한 칩에서 처리하는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구글은 컴퓨터가 인간의 뇌처럼 인지, 학습, 추론하는 인공지능시스템 `딥 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뇌지도'로 난치성 질환 치료=지난 2010년 TED 강연에서 한국계 뇌과학자인 승현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뇌를 머리카락 1000분의 1 두께로 자른 뒤 신경세포들을 잇는 망을 추출한 뇌신경망 지도인 `커넥톰' 개념을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인간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든 기본적 행동이 뇌 속 신경세포 간 전기ㆍ화학적 신호전달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커넥톰이 인간의 유일함을 결정한다는 것이 승 교수의 생각이다.
아직까지 뇌의 작동원리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같은 `뇌지도' 연구를 통해 치매나 파킨슨병, 자폐, 정신분열 같은 뇌질환이 왜 생기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길을 열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를 모은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도 미지의 프런티어 개척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인간 뇌지도를 작성하는 `브레인 프로젝트'를 차세대 과제로 선정, 10년간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뇌질환 극복 등을 위해 유럽 전역 86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뇌과학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인간 뇌 프로젝트'를 시작, 향후 10년간 11억9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치매와 관련해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한국인 표준 뇌지도'를 오는 2016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치매 원인 규명이나 치료제 개발 등 연구가 일부 이뤄졌지만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대상으로 치매 전 단계의 조기진단 방법을 확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0∼80대 치매 위험군의 혈액을 채취해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측정하고, 치매유발 위험환자군을 선별해 MRI와 PET(양전자단층촬영) 등 뇌영상장비를 통해 추가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치매 예측 뇌지도와 비교해 치매 진행 상태와 향후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다. 2017년에는 의료기관과 연계한 치매 조기예측 및 진단 시범 서비스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혈액, 유전체, 뇌영상을 종합 분석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알 수 있게 되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엄청난 국가적ㆍ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부는 "뇌연구는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학기술의 마지막 영역이자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새로운 미래시장 창출도 가능한 만큼 핵심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4) 뇌과학과 치매 예측
지난 22일 인천 부평구 인천성모병원 통합의학연구소 실험실. 연구진이 뇌 특정 부위를 초음파로 자극해 손끝에 다양한 촉감을 느끼게 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모니터로 보이는 대상자의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자극할 뇌 부위 좌표를 확인하고 초음파를 쏜 후 뇌의 활성 반응을 분석한다.
연구팀을 이끄는 정용안 인천성모병원 교수(영상의학과)는 "인체에 무해하고 정확도가 높은 `저강도 집중초음파'를 이용해 뇌신경 조직을 자극함으로써 실제 접촉 없이도 촉감을 느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 방법으로 손끝에 간지러움이나 찌릿함, 뜨거움이나 차가움, 무거운 물체를 든 느낌 등을 주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3mm 단위로 뇌 위치와 자극 강도를 바꿔가며 반응을 살피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촉감과 관련한 `뇌기능지도'를 만들어 가상세계에서도 실제와 같은 촉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정 교수가 참여하는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의 핵심과제다. 예를 들어 가상세계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입체 영상을 안으면 실제와 같은 온기와 감촉 등을 뇌 자극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 기술을 활용해 치매나 파킨슨병, 우울증 등 다양한 뇌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뇌질환이 뇌와 신경의 전기신호나 신경전달물질 이상으로 인해 발생한다"며 "초음파 자극을 통해 뇌의 신경 반응을 조절해 수술 없이 치매나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이나 정신ㆍ신경병 진행을 더디게 만들거나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 활용범위 `무궁무진'=인간의 고등정신 기능을 관장하는 사령탑인 뇌의 신비를 풀고자 하는 뇌과학은 21세기 첨단과학의 최전선으로 꼽힌다. 뇌 기능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 뇌 기능 향상이나 뇌질환 진단, 치료제 개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융합기술을 통해 미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과학은 기초과학, 의학, 공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와 연관돼 있어 뇌신경생물학, 뇌질환, 뇌인지, 뇌공학 등 다양한 융합연구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뇌-IT 융합 기술인 `BMI(뇌ㆍ기계인터페이스)'나 `BCI'(뇌ㆍ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두뇌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인 뇌파를 컴퓨터나 다양한 기기와 직접 연결해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제어하는 것으로, 생각만으로 휠체어나 로봇을 조종하거나, 터치 없이 스마트폰 등 휴대기기나 웨어러블 기기를 작동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미국 바텔연구소와 오하이오주립대가 개발한 `뉴로브릿지' 기술은 환자의 뇌 특정 부위에 4mm 크기 칩을 삽입해 머릿속 생각을 감지한다. 이를 컴퓨터 신호로 변환해 환자 팔에 매달린 전극장치로 전달, 팔 근육에 전기자극을 줘 환자 생각대로 팔이 움직이게 한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척수마비 환자나 부분 신체마비를 겪는 뇌졸중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래에는 인간의 뇌와 뇌를 직접 연결하는 `BBI'(뇌ㆍ뇌인터페이스) 기술까지 등장할 전망이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말이 아닌 뇌파로 상대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하는 `사일런트 토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성공할 경우 전쟁 상황 등에서 발성 없이 명령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워싱턴주립대 라제시 라오 교수팀은 한 사람의 뇌파를 다른 사람에게 보내 상대방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IT 분야에서도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혁신 기술이 개발 중이다. IBM은 뇌의 신경세포를 모방해 데이터 저장과 계산을 동일한 칩에서 처리하는 반도체를 개발 중이다. 구글은 컴퓨터가 인간의 뇌처럼 인지, 학습, 추론하는 인공지능시스템 `딥 러닝'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뇌지도'로 난치성 질환 치료=지난 2010년 TED 강연에서 한국계 뇌과학자인 승현준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는 뇌를 머리카락 1000분의 1 두께로 자른 뒤 신경세포들을 잇는 망을 추출한 뇌신경망 지도인 `커넥톰' 개념을 소개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인간이 생각하고 움직이는 모든 기본적 행동이 뇌 속 신경세포 간 전기ㆍ화학적 신호전달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커넥톰이 인간의 유일함을 결정한다는 것이 승 교수의 생각이다.
아직까지 뇌의 작동원리는 밝혀진 것보다 밝혀야 할 영역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이같은 `뇌지도' 연구를 통해 치매나 파킨슨병, 자폐, 정신분열 같은 뇌질환이 왜 생기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길을 열어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를 모은다. 이 때문에 각국 정부도 미지의 프런티어 개척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인간 뇌지도를 작성하는 `브레인 프로젝트'를 차세대 과제로 선정, 10년간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를 투입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은 뇌질환 극복 등을 위해 유럽 전역 86개 연구기관이 참여해 뇌과학을 공동으로 연구하는 `인간 뇌 프로젝트'를 시작, 향후 10년간 11억9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치매와 관련해 치매를 예측할 수 있는 `한국인 표준 뇌지도'를 오는 2016년까지 구축할 계획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치매 원인 규명이나 치료제 개발 등 연구가 일부 이뤄졌지만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대상으로 치매 전 단계의 조기진단 방법을 확립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0∼80대 치매 위험군의 혈액을 채취해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측정하고, 치매유발 위험환자군을 선별해 MRI와 PET(양전자단층촬영) 등 뇌영상장비를 통해 추가 분석할 계획이다. 이를 치매 예측 뇌지도와 비교해 치매 진행 상태와 향후 발병 가능성을 예측한다. 2017년에는 의료기관과 연계한 치매 조기예측 및 진단 시범 서비스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자신의 혈액, 유전체, 뇌영상을 종합 분석해 치매 발병 가능성을 조기에 알 수 있게 되면,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엄청난 국가적ㆍ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부는 "뇌연구는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학기술의 마지막 영역이자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새로운 미래시장 창출도 가능한 만큼 핵심 원천기술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도영기자 namdo0@
사진=유동일기자 eddie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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