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선두 삼성생명 전체인원 15% 구조조정… 위기 현실화
정체 빠진 보험업계 온라인 상품ㆍ전자청약 도입 등 새로운 실험
종이서류 줄어 비용절감ㆍ환경보호 효과도…혁신기법 도입 활기
정체 빠진 보험업계 온라인 상품ㆍ전자청약 도입 등 새로운 실험
종이서류 줄어 비용절감ㆍ환경보호 효과도…혁신기법 도입 활기
■ 위기의 보험산업, IT융합으로 해법 찾는다
보험산업이 위기다. 상품으로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자산운용으로 버티는 사업구조는 위태위태하다. 불완전판매 문제 등 내부 영업으로 인한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하나 둘씩 늘어난 규제들은 보험사 CEO들의 미래 사업계획 구상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수 년째 지속중인 저금리ㆍ저성장 등 거시적인 흐름의 지표 역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 4월 생명보험업계 선두 삼성생명은 전체 인원의 15%에 이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생보업계는 이를 예의 주시하며 자사 상황 점검에 나서는 등 삼성생명의 변화를 `보험업계 위기 현실화`의 대표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손해보험업계 역시 지난 10년간 누적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매출을 쥐어짜고 있지만 이 같은 구조는 손보업계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저해시키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외부 요인도 있지만 혁신에 몰두하기보다 우선 유사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단기간에 승부하려는 업계 스스로의 탓이 크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 베끼기 논란에 대해 업계 스스로도 할 말이 없다"며 "어느 회사가 히트상품을 내면 곧바로 따라서 만들고 어느 정도 수익을 냈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사상품 난립ㆍ자산운용으로 버티기 한계 직면=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던 암보험은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자취를 감췄지만 2010년 한 손해보험사에서 암보험 카드를 다시 꺼내들자 경쟁적으로 다시 뛰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생명보험 빅3가 다시 암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암보험 상품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며 큰 차별점이 없는 상태다.
A손해보험사에서 `장기요양간병비'까지 보장하는 간병보험 신상품을 만들자 1년도 안 돼 줄줄이 유사 상품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비슷한 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보험, CI보험 등도 베끼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같은 베끼기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허술한 제도 탓이 크다. 보험사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에 `배타적사용권'을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최장 6개월까지만 인정되는데다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 교차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력이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손보사 상품개발팀이 수 년간의 노력을 투입해 선보인 혁신적인 신상품을 생보사에서 1~2달 뒤에 즉시 `베끼기'로 출시해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영업 중시 문화에 따른 고질적인 `불완전판매' 문제도 보험업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규제를 불러일으키는 구태다. 금융당국의 규제 남발과 세부적인 규제 강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불완전판매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자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무너진다는 점에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율규제 노력을 업계 스스로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 상품 전용 자회사ㆍ전자청약 등 IT융합 통해 새로운 실험 눈길=이처럼 보험산업의 성장이 정체하고 위기에 처한 것은 과거의 영업행태와 마케팅 등에 얽매여 스스로 위기를 키워온 탓이 크다. 특히 금융권 내에서도 은행이나 카드, 증권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보험권의 `혁신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권이 `스마트 브랜치', 카드업계가 `모바일 카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선보이고 고민하면서 미래지향형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는 것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들의 파격 실험 행보가 정체돼 있는 보험 시장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인터넷생명보험 판매 전문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을 출범시키고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젊은 층을 노리는 심플한 상품 구조와 설계사 없는 사업비를 뺀 저렴한 가격의 보험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아웃바운드콜(텔레마케터들의 영업) 없이 순항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이 같은 실험은 앞서 사업부 형태로 온라인 보험 상품을 판매중인 경쟁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청약 시스템 및 태블릿PC를 통한 보험 영업 문화가 확산되는 것도 보험업계의 경영에 IT가 융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선제적으로 전자청약 시스템을 준비하고 도입한 회사들은 자연스럽게 실적뿐만 아니라 불완전판매 비율까지 줄이고 있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자청약을 통해 상담을 받고 계약을 체결하면 가입자 스스로 태블릿PC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는지 서명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보험 가입 이후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낮다.
또 서류 원본이 보험사의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설계사가 서류를 임의적으로 조작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종이 청약에 비해 낮아진다. 종이 청약에서는 설계사가 서명을 대필하거나 위조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이런 가능성 자체가 없어졌다.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지난해 하반기 20% 안팎의 전자청약률(전체 신계약 체결 중 서류 청약이 아닌 전자청약으로 보험에 가입한 비율)을 기록하며 전자청약 시스템을 업계 전체로 확대시키는 선봉장에 서 있다.
금융당국 역시 전자청약을 통한 계약 체결이 기존 종이를 통한 계약보다 불완전판매율을 크게 낮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자청약 시스템 도입과 적극적인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청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 전자청약 시스템 도입 이후 최대 19분의 1까지 민원이 감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업을 위해 하루에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접촉해야 하는 FC(설계사)들에게도 전자청약과 모바일 시스템 등 IT기기 활용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에는 고객들에게 상품 설명을 하기 위한 서류 등을 빼곡하게 들고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태블릿PC 한 대만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 영업을 위한 동선 확보와 시간 절약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보험사에서 사용하는 종이들의 절대량이 줄어들면서 비용절감과 환경 보호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장분석제안서, 가입설계서, 각종 청약관련 장표 등의 인쇄물 감소로 인해 연간 12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손보 역시 2012년 1월 모바일 전자청약 도입 이래 300만장 이상의 종이를 절약하고, 약 27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을 활용한 보험상품 조회 모바일 련 플랫폼 개발 및 활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 산업군이 IT를 접목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임직원들의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보험권도 모바일-태블릿PC 흐름에 발맞춘 전자청약으로 IT융합을 시작한만큼 더 많은 부문에서 혁신적인 경영 기법을 도입해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규기자 dkshin@
보험산업이 위기다. 상품으로는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자산운용으로 버티는 사업구조는 위태위태하다. 불완전판매 문제 등 내부 영업으로 인한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하나 둘씩 늘어난 규제들은 보험사 CEO들의 미래 사업계획 구상을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수 년째 지속중인 저금리ㆍ저성장 등 거시적인 흐름의 지표 역시 나아질 기미가 없다.
지난 4월 생명보험업계 선두 삼성생명은 전체 인원의 15%에 이르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생보업계는 이를 예의 주시하며 자사 상황 점검에 나서는 등 삼성생명의 변화를 `보험업계 위기 현실화`의 대표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손해보험업계 역시 지난 10년간 누적된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해 다른 분야의 매출을 쥐어짜고 있지만 이 같은 구조는 손보업계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저해시키고 있다.
하지만 보험업계의 성장이 정체된 것은 외부 요인도 있지만 혁신에 몰두하기보다 우선 유사한 상품으로 시장에서 단기간에 승부하려는 업계 스스로의 탓이 크다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품 베끼기 논란에 대해 업계 스스로도 할 말이 없다"며 "어느 회사가 히트상품을 내면 곧바로 따라서 만들고 어느 정도 수익을 냈기 때문에 이 같은 관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사상품 난립ㆍ자산운용으로 버티기 한계 직면=2000년대 중반 인기를 끌던 암보험은 손해율이 급증하면서 자취를 감췄지만 2010년 한 손해보험사에서 암보험 카드를 다시 꺼내들자 경쟁적으로 다시 뛰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생명보험 빅3가 다시 암보험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현재 시중에 나온 암보험 상품은 거의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며 큰 차별점이 없는 상태다.
A손해보험사에서 `장기요양간병비'까지 보장하는 간병보험 신상품을 만들자 1년도 안 돼 줄줄이 유사 상품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비슷한 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어린이보험, CI보험 등도 베끼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같은 베끼기 논란이 반복되는 것은 허술한 제도 탓이 크다. 보험사가 신상품을 개발하면 생명보험협회나 손해보험협회에 `배타적사용권'을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최장 6개월까지만 인정되는데다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 교차 인정이 안 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력이 거의 없다.
다시 말해 손보사 상품개발팀이 수 년간의 노력을 투입해 선보인 혁신적인 신상품을 생보사에서 1~2달 뒤에 즉시 `베끼기'로 출시해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
영업 중시 문화에 따른 고질적인 `불완전판매' 문제도 보험업 스스로 신뢰를 깎아내리고 규제를 불러일으키는 구태다. 금융당국의 규제 남발과 세부적인 규제 강화 흐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불완전판매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자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무너지고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무너진다는 점에서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이 아닌 자율규제 노력을 업계 스스로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온라인 상품 전용 자회사ㆍ전자청약 등 IT융합 통해 새로운 실험 눈길=이처럼 보험산업의 성장이 정체하고 위기에 처한 것은 과거의 영업행태와 마케팅 등에 얽매여 스스로 위기를 키워온 탓이 크다. 특히 금융권 내에서도 은행이나 카드, 증권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유독 보험권의 `혁신 속도'가 느린 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권이 `스마트 브랜치', 카드업계가 `모바일 카드', `모바일 결제' 플랫폼을 선제적으로 선보이고 고민하면서 미래지향형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는 것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보험사들의 파격 실험 행보가 정체돼 있는 보험 시장에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인터넷생명보험 판매 전문 자회사인 `라이프플래닛'을 출범시키고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젊은 층을 노리는 심플한 상품 구조와 설계사 없는 사업비를 뺀 저렴한 가격의 보험상품을 전면에 내세워 아웃바운드콜(텔레마케터들의 영업) 없이 순항하고 있다. 교보생명의 이 같은 실험은 앞서 사업부 형태로 온라인 보험 상품을 판매중인 경쟁사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자청약 시스템 및 태블릿PC를 통한 보험 영업 문화가 확산되는 것도 보험업계의 경영에 IT가 융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선제적으로 전자청약 시스템을 준비하고 도입한 회사들은 자연스럽게 실적뿐만 아니라 불완전판매 비율까지 줄이고 있어서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자청약을 통해 상담을 받고 계약을 체결하면 가입자 스스로 태블릿PC를 통해 관련 사실을 확인했는지 서명을 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보험 가입 이후 문제제기를 할 가능성이 낮다.
또 서류 원본이 보험사의 서버에 저장되기 때문에 설계사가 서류를 임의적으로 조작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종이 청약에 비해 낮아진다. 종이 청약에서는 설계사가 서명을 대필하거나 위조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이런 가능성 자체가 없어졌다.
삼성화재, 한화손해보험, 동부화재 등 일부 보험사는 지난해 하반기 20% 안팎의 전자청약률(전체 신계약 체결 중 서류 청약이 아닌 전자청약으로 보험에 가입한 비율)을 기록하며 전자청약 시스템을 업계 전체로 확대시키는 선봉장에 서 있다.
금융당국 역시 전자청약을 통한 계약 체결이 기존 종이를 통한 계약보다 불완전판매율을 크게 낮춘다는 점을 인식하고 전자청약 시스템 도입과 적극적인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자청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의 경우 전자청약 시스템 도입 이후 최대 19분의 1까지 민원이 감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업을 위해 하루에 한 사람의 고객이라도 더 접촉해야 하는 FC(설계사)들에게도 전자청약과 모바일 시스템 등 IT기기 활용은 반가운 일이다. 과거에는 고객들에게 상품 설명을 하기 위한 서류 등을 빼곡하게 들고 다녀야 했지만 이제는 태블릿PC 한 대만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가능해 영업을 위한 동선 확보와 시간 절약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보험사에서 사용하는 종이들의 절대량이 줄어들면서 비용절감과 환경 보호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 한화생명의 경우 보장분석제안서, 가입설계서, 각종 청약관련 장표 등의 인쇄물 감소로 인해 연간 12억원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한화손보 역시 2012년 1월 모바일 전자청약 도입 이래 300만장 이상의 종이를 절약하고, 약 270톤이 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모바일을 활용한 보험상품 조회 모바일 련 플랫폼 개발 및 활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전 산업군이 IT를 접목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해 임직원들의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하고 있다"라며 "보험권도 모바일-태블릿PC 흐름에 발맞춘 전자청약으로 IT융합을 시작한만큼 더 많은 부문에서 혁신적인 경영 기법을 도입해야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동규기자 d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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