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기업 이윤 위한 마케팅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
지난1월 카드사 1억400만건 정보유출 국민분노 쓰나미
카드 3사 315만5000건 해지ㆍ영업손실 1000억원대 전망
전문가 "기업 정보관리 허술하면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지난1월 카드사 1억400만건 정보유출 국민분노 쓰나미
카드 3사 315만5000건 해지ㆍ영업손실 1000억원대 전망
전문가 "기업 정보관리 허술하면 나락으로 떨어질수도"
■ 21세기 한국병, ICT로 푼다
신년 벽두부터 국민들은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돼 팔려나갔다는 보도를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총 유출된 정보는 1억400만건. 5100만 국민의 두 배에 달하는 정보가 빠져나갔다.
국민의 분노는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금융기관에서 개인 신상정보와 금융정보가 모조리 유출됐다는 보도가 분노에 불씨를 당겼고, 유출된 1억400만건의 정보 중 `내 정보'가 포함됐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기름이 끼얹어졌다.
지난 2008년부터 옥션, GS칼텍스,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수백, 수천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때마다 피해자들은 `죄송하다'는 사과 외에는 받은 것이 없던 터다. 그런 차에 재산에 직접적인 해악을 미칠 수 있는 금융정보를, 그것도 당국과 해당 기업의 허술한 관리로 너무나 간단하게 유출시켰다는 사실을 이해해 줄만한 소비자는 없었다.
개인정보 유출이 이토록 소비자를 분노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의 `양면적 행태'를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경호 고려대 금융보안연구센터장은 "기업은 그동안 고객에게 각종 개인정보를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해왔다. 정보 제공을 거절하면 해당 서비스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면서 "서비스 이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해당 서비스 용도로만 활용한 것도 아니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 창출을 위한 각종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써먹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정보유출 사고를 일으킨 금융권의 경우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가 대표적인 `정보 유용 허용'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개인정보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에 따라 고객 정보 무단 활용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해당 금융서비스 외에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면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는 신용정보법의 이같은 금지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이다. 이 규정은 금융 지주회사 계열사가 고객 정보를 해당 소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마케팅 등에 활용해도 된다고 허용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대출, 보험 `안내'를 문자와 전화로 짜증스럽게 받아야만 했던 소비자들은 정작 자신의 정보를 돈벌이로만 이용하고 보호에는 허술했던 금융기관과 당국에게 참았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객정보'는 기업에게 `활용과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접점에 놓여 있다.
그간 이 고객정보는 `활용'에 무게중심이 실렸었다. 소비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가 지난 2002년 아무 일 없이 국회를 통과했던 것은 IMF를 극복하고 금융산업을 재건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경제발전이나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기업의 편의를 봐주거나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하경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개인정보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며 자산이다. 과거에는 이 권리가 산업 논리에 다소 희생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 국민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도록 `허락'해 줄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개인정보의 가치와 권리에 대해 각성하면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도 보다 주목을 받게 됐다. 정 위원장은 현행 정보보호 관련 법률과 각종 산업진흥법 들을 검토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법제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을 권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치권도 합심해 이를 위한 법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 대표가 나와 머리를 숙이고 여론의 질타를 `당분간 견디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넘어갔던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현재 정보유출 시 적용되는 법정 형량과 벌금 수위를 두 배 이상 상향조정하는 법률을 발의했다. 해당 기업의 대표를 징역 등 형법으로 처벌하는 규정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활용'만 하던 시대를 지나 이를 함부로 다뤘을 때의 위험도(리스크)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조언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글로벌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한국의 카드정보유출 사태와 유사한 시점에 미국 최대 유통업체 타겟도 1억100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미국 현지 언론은 타겟이 당국으로부터 30억달러(우리돈 3조2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겟의 더 큰 난관은 정부로부터 받는 벌금이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날아들 천문학적인 배상소송이며 무엇보다 사건 이후 소비자들이 타겟의 서비스를 철저히 외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 임원은 경고했다. 이전에 이같은 사고를 냈던 기업이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했던 사례는 극히 드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보를 유출한 기업은 사실상 `기업 영위'를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고객정보를 대량 유출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3사는 지난 2월16일 기준으로 총 312만5000건이나 되는 고객 신용카드를 해지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아예 신용카드 회사와 모든 거래관계를 끊어버리고 떠난 `탈회'는 113만건에 이른다. 불신에 휩싸인 소비자들이 신규 신용카드 발급을 받을 리 만무할 터. 업계는 해지와 신규발급 축소로 최대 1000만장 이상의 신용카드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드3사의 영업손실은 1000억원대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고객 정보를 스마트하게 활용해 기업의 새 먹거리를 창출하는 일도, 그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결국 기업에게 달렸다"면서 "더이상 고객정보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최대 기회이자 리스크로 인식하고 보호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신년 벽두부터 국민들은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돼 팔려나갔다는 보도를 접하고 망연자실했다. 총 유출된 정보는 1억400만건. 5100만 국민의 두 배에 달하는 정보가 빠져나갔다.
국민의 분노는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금융기관에서 개인 신상정보와 금융정보가 모조리 유출됐다는 보도가 분노에 불씨를 당겼고, 유출된 1억400만건의 정보 중 `내 정보'가 포함됐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순간 기름이 끼얹어졌다.
지난 2008년부터 옥션, GS칼텍스, SK커뮤니케이션즈, KT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수백, 수천만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때마다 피해자들은 `죄송하다'는 사과 외에는 받은 것이 없던 터다. 그런 차에 재산에 직접적인 해악을 미칠 수 있는 금융정보를, 그것도 당국과 해당 기업의 허술한 관리로 너무나 간단하게 유출시켰다는 사실을 이해해 줄만한 소비자는 없었다.
개인정보 유출이 이토록 소비자를 분노하게 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업의 `양면적 행태'를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경호 고려대 금융보안연구센터장은 "기업은 그동안 고객에게 각종 개인정보를 너무나 당연하게 요구해왔다. 정보 제공을 거절하면 해당 서비스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도 했다"면서 "서비스 이용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공한 개인정보를 해당 서비스 용도로만 활용한 것도 아니다. 기업은 자신들의 이윤 창출을 위한 각종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써먹었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정보유출 사고를 일으킨 금융권의 경우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가 대표적인 `정보 유용 허용' 조항으로 꼽히고 있다.
금융개인정보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에 따라 고객 정보 무단 활용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해당 금융서비스 외에 다른 용도로 이용하려면 소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는 신용정보법의 이같은 금지조항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예외 규정'이다. 이 규정은 금융 지주회사 계열사가 고객 정보를 해당 소비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도 마케팅 등에 활용해도 된다고 허용하고 있다.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 대출, 보험 `안내'를 문자와 전화로 짜증스럽게 받아야만 했던 소비자들은 정작 자신의 정보를 돈벌이로만 이용하고 보호에는 허술했던 금융기관과 당국에게 참았던 분노를 한꺼번에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고객정보'는 기업에게 `활용과 보호'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접점에 놓여 있다.
그간 이 고객정보는 `활용'에 무게중심이 실렸었다. 소비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금융지주회사법 제48조의2'가 지난 2002년 아무 일 없이 국회를 통과했던 것은 IMF를 극복하고 금융산업을 재건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더이상 경제발전이나 국가 경쟁력 향상이라는 거창한 명분으로 기업의 편의를 봐주거나 자신의 권리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정하경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개인정보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권리이며 자산이다. 과거에는 이 권리가 산업 논리에 다소 희생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제 국민들은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업이 어느 정도까지 활용하도록 `허락'해 줄 것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 개인정보의 가치와 권리에 대해 각성하면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도 보다 주목을 받게 됐다. 정 위원장은 현행 정보보호 관련 법률과 각종 산업진흥법 들을 검토해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법제도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개선을 권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치권도 합심해 이를 위한 법제도 개편에 나서고 있다. 대표가 나와 머리를 숙이고 여론의 질타를 `당분간 견디기만' 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넘어갔던 예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현재 정보유출 시 적용되는 법정 형량과 벌금 수위를 두 배 이상 상향조정하는 법률을 발의했다. 해당 기업의 대표를 징역 등 형법으로 처벌하는 규정도 보다 강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기업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활용'만 하던 시대를 지나 이를 함부로 다뤘을 때의 위험도(리스크)를 보다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조언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글로벌 보안업체 고위 임원은 "한국의 카드정보유출 사태와 유사한 시점에 미국 최대 유통업체 타겟도 1억1000만건의 고객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면서 "미국 현지 언론은 타겟이 당국으로부터 30억달러(우리돈 3조2000억원 상당)의 벌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타겟의 더 큰 난관은 정부로부터 받는 벌금이 아니라 소비자들로부터 날아들 천문학적인 배상소송이며 무엇보다 사건 이후 소비자들이 타겟의 서비스를 철저히 외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이 임원은 경고했다. 이전에 이같은 사고를 냈던 기업이 소비자 신뢰도를 회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했던 사례는 극히 드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마디로 정보를 유출한 기업은 사실상 `기업 영위'를 포기해야 하는 수준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고객정보를 대량 유출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 3사는 지난 2월16일 기준으로 총 312만5000건이나 되는 고객 신용카드를 해지해 줄 수 밖에 없었다. 아예 신용카드 회사와 모든 거래관계를 끊어버리고 떠난 `탈회'는 113만건에 이른다. 불신에 휩싸인 소비자들이 신규 신용카드 발급을 받을 리 만무할 터. 업계는 해지와 신규발급 축소로 최대 1000만장 이상의 신용카드 규모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카드3사의 영업손실은 1000억원대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는 "고객 정보를 스마트하게 활용해 기업의 새 먹거리를 창출하는 일도, 그 정보를 허술하게 관리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도 결국 기업에게 달렸다"면서 "더이상 고객정보를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의 최대 기회이자 리스크로 인식하고 보호를 위한 충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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