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 등장에 따라 출판사들 위기감도 느껴 소비자는 좋은 것 선택 공급자도 시장 따라야… 출판사도 시대 흐름 맞춰 전자책에 적극 대응해야
지난 7월 10일, 미국 뉴욕남부지구 연방법원은 미국 법무부가 애플과 맥밀란 등 주요 출판사를 상대로 제기한 전자책 판매 담합관련 소송에서 미국 법무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애플이 출판사들과 함께 전자책 판매와 관련하여 아마존의 총판(wholesale) 모델 대신에 대리점(agency) 모델을 도입한 데에 담합이 있었다는 것이다.
총판 모델에서는 아마존 등 유통사가 전자책의 판매가격을 결정하지만, 대리점 모델에서는 출판사가 가격을 정하고 애플 등 유통사는 그 가격대로 판매하고 판매된 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게 된다.
출판사들은 애플과의 계약 후에 아마존에도 압력을 넣어 대리점 모델을 받아들이게 하였다.
출판사들은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와 합의하였지만 애플은 거부하였고 이 판결에도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미국 법무부의 고소장을 보면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낮은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전자책을 선호하게 돼서 현재의 인쇄책 비즈니스모델이 위협받고, 특히 아마존이 디지털 출판업에 뛰어들어 출판사를 대신해 저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잇게 될 것을 우려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가 전자책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대리점 모델로 바꾸고자 했고, 마침 아이패드의 출시를 앞두고 킬러콘텐츠가 필요했던 애플과 죽이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2010년 1월, 저작자들에게 전자책 출판에 대해 70%의 높은 저작권료를 제안하는 등 저작자와 직접 계약함으로써 출판사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위협하기도 했다.
겉보기에 가격결정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은 인터넷 확산의 효과로서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논의되었던 탈매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에서 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창작자 또는 제작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이 약해진다는 것인데, 이미 여러 부문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음반기획사들이 제작한 음원을 CD로 출판하던 음반사의 대부분이 온라인 음악시장이 활성화되자 사라졌고, 비디오나 DVD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제작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인쇄책 출판은 음반 출판보다는 제작적 요소가 많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전자책의 경우에도 텍스트를 오디오와 비디오 그리고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결합한 차세대 전자책(enhanced ebooks)은 몰라도, 이미 출판된 인쇄책을 포맷만 바꿔 전자책으로 내는 것으론 제작자의 지위를 가지기 어렵다.
전자책 시장을 보는 출판사들의 시각이 어지러이 흩어지는 이유이다.
이번에 좌절된 미국 출판사들의 주도권 회복 노력은 이런 구조적 변화를 지연시켜 보려는 안간힘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도서정가제가 전자책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서 미국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교보 등 일부 유통사가 이를 피해 전자책에 대여 모델을 도입하여 출판사들과 불편한 관계가 불거지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일부 드러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것은 아마존이 인쇄책 온라인 유통에서 차지하는 주도권을 발판으로 전자책 판매 자체에서는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서도 성능좋은 전자책 리더와 풍부한 전자책 콘텐츠를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한 때 주춤했던 아마존의 공세가 재개되겠지만, 전자책 시장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주저하는 출판사를 설득하고 보수적인 독서습관을 가진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는 좋은 것을 선택할 것이고, 공급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쇄책에 비해 아주 많은 장점이 있고, 그 단점도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
결국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출판사의 선택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오랜 마부 생활로 말을 잘 다루게 된 이가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에도 마차를 고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게 할 수는 없다.
길을 잘 아는 그가 훌륭한 자동차 기사가 되어 고객의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애플이 출판사들과 함께 전자책 판매와 관련하여 아마존의 총판(wholesale) 모델 대신에 대리점(agency) 모델을 도입한 데에 담합이 있었다는 것이다.
총판 모델에서는 아마존 등 유통사가 전자책의 판매가격을 결정하지만, 대리점 모델에서는 출판사가 가격을 정하고 애플 등 유통사는 그 가격대로 판매하고 판매된 금액의 일정비율을 수수료로 받게 된다.
출판사들은 애플과의 계약 후에 아마존에도 압력을 넣어 대리점 모델을 받아들이게 하였다.
출판사들은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모두 혐의를 인정하고 미국 법무부와 합의하였지만 애플은 거부하였고 이 판결에도 불복하여 항소하였다.
미국 법무부의 고소장을 보면 출판사들은 아마존의 낮은 가격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전자책을 선호하게 돼서 현재의 인쇄책 비즈니스모델이 위협받고, 특히 아마존이 디지털 출판업에 뛰어들어 출판사를 대신해 저작자와 소비자를 직접 잇게 될 것을 우려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출판사가 전자책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대리점 모델로 바꾸고자 했고, 마침 아이패드의 출시를 앞두고 킬러콘텐츠가 필요했던 애플과 죽이 맞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마존은 2010년 1월, 저작자들에게 전자책 출판에 대해 70%의 높은 저작권료를 제안하는 등 저작자와 직접 계약함으로써 출판사들의 전통적인 역할을 위협하기도 했다.
겉보기에 가격결정권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사건은 인터넷 확산의 효과로서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논의되었던 탈매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에서 출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인터넷 환경에서 창작자 또는 제작자와 소비자를 매개하는 연결고리의 역할이 약해진다는 것인데, 이미 여러 부문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음반기획사들이 제작한 음원을 CD로 출판하던 음반사의 대부분이 온라인 음악시장이 활성화되자 사라졌고, 비디오나 DVD 출판사도 마찬가지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출판사가 제작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인쇄책 출판은 음반 출판보다는 제작적 요소가 많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전자책의 경우에도 텍스트를 오디오와 비디오 그리고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결합한 차세대 전자책(enhanced ebooks)은 몰라도, 이미 출판된 인쇄책을 포맷만 바꿔 전자책으로 내는 것으론 제작자의 지위를 가지기 어렵다.
전자책 시장을 보는 출판사들의 시각이 어지러이 흩어지는 이유이다.
이번에 좌절된 미국 출판사들의 주도권 회복 노력은 이런 구조적 변화를 지연시켜 보려는 안간힘으로 이해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도서정가제가 전자책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서 미국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지만, 교보 등 일부 유통사가 이를 피해 전자책에 대여 모델을 도입하여 출판사들과 불편한 관계가 불거지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일부 드러나고 있다.
전자책 시장이 미국에서 빠르게 성장한 것은 아마존이 인쇄책 온라인 유통에서 차지하는 주도권을 발판으로 전자책 판매 자체에서는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서도 성능좋은 전자책 리더와 풍부한 전자책 콘텐츠를 싸게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로 한 때 주춤했던 아마존의 공세가 재개되겠지만, 전자책 시장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여전히 주저하는 출판사를 설득하고 보수적인 독서습관을 가진 독자를 사로잡기 위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는 좋은 것을 선택할 것이고, 공급자는 소비자의 선택을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다.
전자책은 일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인쇄책에 비해 아주 많은 장점이 있고, 그 단점도 빠르게 극복되고 있다.
결국 시간문제다.
그렇다면 출판사의 선택도 시간문제라는 얘기다.
오랜 마부 생활로 말을 잘 다루게 된 이가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에도 마차를 고집할 수는 있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자동차 대신 마차를 타게 할 수는 없다.
길을 잘 아는 그가 훌륭한 자동차 기사가 되어 고객의 사랑을 받기를 기대한다.
임원선 국립중앙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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