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ㆍR&D정책 드라이브… 반도체ㆍTV 등 먹거리 육성
과학경쟁력 세계 4위무역 1조달러 달성 경제대국 부상
`강한 원천기술`로 질적 성장 이뤄야 제2의 IT강국 도약
과학경쟁력 세계 4위무역 1조달러 달성 경제대국 부상
`강한 원천기술`로 질적 성장 이뤄야 제2의 IT강국 도약
■ 과학기술 제2도약 날개 달자
# "그런데 기술 분야에는 별 어려운 문제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마당에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기술 수준과 기술자만으로 그것이 가능한지요? 그렇지 않다면 거기에 대한 어떤 대책이 서 있는가요?"
지금부터 51년 전인 1962년 1월5일 아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두 업무보고를 하던 경제기획원 관료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 날 업무보고의 핵심은 그 해 1월 처음 시행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춧돌이 된 계획이다. 업무보고 후 박 전 대통령은 계획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물은 것이다.
경제기획원 관료들은 뜻밖의 질문에 당황해하다 "기술수급 계획을 차후 보고하겠다"고 답변해 고비를 넘겼다. `기술'은 노동력의 일부 정도로 여겼던 공무원들은 4개월여의 작업 끝에 그해 5월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을 내놨다.
국가 최고통치자의 한 마디 질문이 국가 과학기술 장기 종합계획을 세우는 시작이 된 것이다.
# "우리나라 과학기술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약 3년 후인 1964년말, 박 전 대통령은 또 한 가지 물음을 던졌다. 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원장과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최형섭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이 쓴 글을 읽은 후였다. 최 전 장관은 말했다.
"무엇보다 과학교육을 `아는 교육'에서 `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공업화를 하는데 기술을 아는 사람도 없고, 기술을 어디서 가져와야 된다는 것도 모르고, 기술을 만들어낼 줄도 모르는 지금으로서는 기업과 학계를 연계하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기술을 선정해 도입하고 소화해 적용하도록 해 주는 매개체 말입니다. 또 전 국민이 과학을 이해하고 기술을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하며, 국가원수가 선두에 서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당시는 경제개발 및 기술진흥계획을 세웠지만 인력과 재원 부족으로 이를 구체화할 연구기관이 없는 상태였다. 이 대화는 1년여 후인 1966년, 국내 최초의 종합연구소인 `KIST' 설립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과 미 존슨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한국의 공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종합연구기관의 설립을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초대 소장에는 질문에 답한 최 박사가 임명됐다.
국가지도자의 관심은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입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이후 50년은 과학기술과 함께 한 산업발전ㆍ경제성장의 역사였다.
정부는 KIST가 감사나 사업계획 승인 없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보장했고, 해외에 흩어져 있던 우수 과학자들이 애국심 하나로 고국으로 돌아와 밤새 연구실의 불을 밝혔다. 1967년에는 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과학기술 전담부처인 과학기술처가 설립됐고, 과학기술자들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LCD 등 첨단기술을 부지런히 잉태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6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흔이 미처 지워지지 않은 저개발 농업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2500만명의 인구 중 3분의 2가 농사를 짓고,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80달러였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공업제품은 전무했다. 65년 정부 한해 총 예산이 1000억원이 채 되지 못 했고, 그나마 미국 원조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실업 해소와 외화 확보를 위해 63년부터 광부들이, 66년부터는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견됐다.
그러나 강력한 과학기술정책 드라이브와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은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1971년에는 국내 최초의 대학원 중심 이공계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설립됐다.
중화학공업 육성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출연연들은 외국 선진기술 도입과 개량에 열을 올렸다. 73년에는 R&D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됐다.
82년에는 정부가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R&D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 이후 90년대 들어 정부 부처들이 협력해 대형 R&D 사업인 `G7'을 추진, 차세대 반도체, HDTV, 디스플레이 등 21세기 우리 경제의 먹거리들이 만들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초원천 연구가 크게 강화됐다. 우리 기술로 우주개발 시대를 열기 위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이 시작됐고, 기존 R&D의 틀을 뛰어넘어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역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눈부신 공업화를 가져왔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과학 및 기술경쟁력은 각각 세계 4위와 14위에 올랐고,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2위다. 무역규모는 2011년 1조달러를 돌파해 세계 8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논문 발표와 특허출원 수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63년 43억원에 그쳤던 국가 총 R&D 투자는 50년 후인 올해 약 58조원으로 1만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50여년전, 귀한 밀가루 대신 연구소 설립을 선택한 결단, 경제 뒤에 놓인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은 혜안 덕분이다.
그러나 21세기는 양적 투자를 넘어선 질적 도약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일본이 5년만에 2만달러에서 3만달러 시대로 올라선 것과 대조적이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고 중국의 추월은 무섭다. 자칫 5∼10년 뒤 먹고살 산업이 바닥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잠재 성장률은 1990년대 6% 중반에서 올초 3% 중후반까지 추락했다.
과학기술 생태계 역시 60년대 초반에 비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부처간, 영역간 단절과 분절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과학기술 투자와 기술성과가 사회와 국가시스템 전반으로 녹아들지 못하는 비효율을 낳고 있다. 세계적 IT강국임을 내세우지만 기술무역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시장에서 파괴력 있는 `강한 원천기술'은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며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강조했지만 세밀한 정책 준비 없이는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답을 알면서도 실천에 못 옮기는 현재의 대한민국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 차원의 인재 발굴, 세계 1등 제품과 원천기술 개발, 미래 성장엔진 발굴, R&D 성과가 국가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파고드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제2 과학기술 입국'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열쇠'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그런데 기술 분야에는 별 어려운 문제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우리가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마당에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기술 수준과 기술자만으로 그것이 가능한지요? 그렇지 않다면 거기에 대한 어떤 대책이 서 있는가요?"
지금부터 51년 전인 1962년 1월5일 아침,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연두 업무보고를 하던 경제기획원 관료에게 던진 질문이다. 그 날 업무보고의 핵심은 그 해 1월 처음 시행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춧돌이 된 계획이다. 업무보고 후 박 전 대통령은 계획의 기술적 가능성에 대해 물은 것이다.
경제기획원 관료들은 뜻밖의 질문에 당황해하다 "기술수급 계획을 차후 보고하겠다"고 답변해 고비를 넘겼다. `기술'은 노동력의 일부 정도로 여겼던 공무원들은 4개월여의 작업 끝에 그해 5월 `제1차 기술진흥 5개년 계획'을 내놨다.
국가 최고통치자의 한 마디 질문이 국가 과학기술 장기 종합계획을 세우는 시작이 된 것이다.
# "우리나라 과학기술 어떻게 하면 좋겠소?"
약 3년 후인 1964년말, 박 전 대통령은 또 한 가지 물음을 던졌다. 후에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원장과 과학기술처 장관을 지낸 최형섭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이 쓴 글을 읽은 후였다. 최 전 장관은 말했다.
"무엇보다 과학교육을 `아는 교육'에서 `하는 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공업화를 하는데 기술을 아는 사람도 없고, 기술을 어디서 가져와야 된다는 것도 모르고, 기술을 만들어낼 줄도 모르는 지금으로서는 기업과 학계를 연계하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기술을 선정해 도입하고 소화해 적용하도록 해 주는 매개체 말입니다. 또 전 국민이 과학을 이해하고 기술을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하며, 국가원수가 선두에 서서 이끌어 나가야 합니다."
당시는 경제개발 및 기술진흥계획을 세웠지만 인력과 재원 부족으로 이를 구체화할 연구기관이 없는 상태였다. 이 대화는 1년여 후인 1966년, 국내 최초의 종합연구소인 `KIST' 설립으로 이어졌다. 박 전 대통령과 미 존슨 대통령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한국의 공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종합연구기관의 설립을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초대 소장에는 질문에 답한 최 박사가 임명됐다.
국가지도자의 관심은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우리나라가 `과학기술입국'으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이후 50년은 과학기술과 함께 한 산업발전ㆍ경제성장의 역사였다.
정부는 KIST가 감사나 사업계획 승인 없이 자율적으로 연구할 수 있게 보장했고, 해외에 흩어져 있던 우수 과학자들이 애국심 하나로 고국으로 돌아와 밤새 연구실의 불을 밝혔다. 1967년에는 개발도상국 중 최초로 과학기술 전담부처인 과학기술처가 설립됐고, 과학기술자들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LCD 등 첨단기술을 부지런히 잉태해 경제성장을 견인했다.
60년대 초반, 우리나라는 전쟁의 상흔이 미처 지워지지 않은 저개발 농업국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다. 2500만명의 인구 중 3분의 2가 농사를 짓고, 1인당 국민소득은 겨우 80달러였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만한 공업제품은 전무했다. 65년 정부 한해 총 예산이 1000억원이 채 되지 못 했고, 그나마 미국 원조가 3분의 1을 차지했다. 실업 해소와 외화 확보를 위해 63년부터 광부들이, 66년부터는 간호사들이 독일로 파견됐다.
그러나 강력한 과학기술정책 드라이브와 기업의 기술개발 노력은 비약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1971년에는 국내 최초의 대학원 중심 이공계대학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설립됐다.
중화학공업 육성전략이 본격화하면서 출연연들은 외국 선진기술 도입과 개량에 열을 올렸다. 73년에는 R&D의 요람인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됐다.
82년에는 정부가 핵심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R&D 사업이 처음 시작됐다. 이후 90년대 들어 정부 부처들이 협력해 대형 R&D 사업인 `G7'을 추진, 차세대 반도체, HDTV, 디스플레이 등 21세기 우리 경제의 먹거리들이 만들어졌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기초원천 연구가 크게 강화됐다. 우리 기술로 우주개발 시대를 열기 위한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이 시작됐고, 기존 R&D의 틀을 뛰어넘어 기초과학과 비즈니스를 연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역사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눈부신 공업화를 가져왔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 과학 및 기술경쟁력은 각각 세계 4위와 14위에 올랐고,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2위다. 무역규모는 2011년 1조달러를 돌파해 세계 8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섰다. 논문 발표와 특허출원 수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63년 43억원에 그쳤던 국가 총 R&D 투자는 50년 후인 올해 약 58조원으로 1만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
50여년전, 귀한 밀가루 대신 연구소 설립을 선택한 결단, 경제 뒤에 놓인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놓치지 않은 혜안 덕분이다.
그러나 21세기는 양적 투자를 넘어선 질적 도약을 요구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07년 2만달러를 돌파했지만 여전히 그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일본이 5년만에 2만달러에서 3만달러 시대로 올라선 것과 대조적이다. 선진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고 중국의 추월은 무섭다. 자칫 5∼10년 뒤 먹고살 산업이 바닥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경제 기초체력에 해당하는 잠재 성장률은 1990년대 6% 중반에서 올초 3% 중후반까지 추락했다.
과학기술 생태계 역시 60년대 초반에 비해 양적으로는 팽창했지만 부처간, 영역간 단절과 분절현상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과학기술 투자와 기술성과가 사회와 국가시스템 전반으로 녹아들지 못하는 비효율을 낳고 있다. 세계적 IT강국임을 내세우지만 기술무역은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시장에서 파괴력 있는 `강한 원천기술'은 부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우리 과학기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전 분야에 적용해 창조경제를 구현하겠다"며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강조했지만 세밀한 정책 준비 없이는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답을 알면서도 실천에 못 옮기는 현재의 대한민국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답이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 차원의 인재 발굴, 세계 1등 제품과 원천기술 개발, 미래 성장엔진 발굴, R&D 성과가 국가와 산업 전반에 빠르게 파고드는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한 `제2 과학기술 입국'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열쇠'다.
안경애기자 naturean@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