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ㆍ산업 잇는 생태계 조성 시급
원자력ㆍ셰일가스 등 에너지 이슈 과제
전문성ㆍ리더십 갖춘 수장 선임도 중요
원자력ㆍ셰일가스 등 에너지 이슈 과제
전문성ㆍ리더십 갖춘 수장 선임도 중요
■ 희망코리아 스타트 어게인-IT경제가 일자리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키워드인 `창조경제론'을 펼칠 핵심조직으로 과학기술 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과학기술계는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교육이라는 현안 조직과 한데 묶여 5년간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던 과학기술 분야에 정부 정책의 힘이 강하게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창조경제론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으로 정의된다. 정책화를 주로 맡을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부문과 기획재정부의 미래전략 기능, 지식경제부의 기술정책 및 정보통신, 연구개발 기능 등을 포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산업 잇는 생태계 마련돼야=과학기술이 산업 성장과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이슈들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과학기술과 미래전략을 연계한 그림을 지지하는 의견들이 많다. 또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기초ㆍ원천연구, 지식경제부-응용ㆍ산업화 연구로 나누는 경계가 모호해진 데다 원자력 등 R&D 이슈에서 부처간 연계와 협력 부족이 표면화되면서 두 분야를 한 부처가 담당하는 그림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통해 17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들이고도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하다는 R&D 생산성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과학기술이 경제와 산업성장으로 이어지는 채널을 넓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조직만 합친다고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R&D와 기술사업화, 기술이전, 기업 지원 등을 잇는 새로운 밑그림이 나와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미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기존 제도들을 과감히 수술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과학기술 R&D, 금융, 제도, 인프라 등 가치사슬 전반을 묶는 탄탄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권영관 서강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이공계 박사급 연구인력 70∼80%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 집중돼 있고, 기술이전 및 사업화촉진법 등 법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회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R&D 자금이 과학기술 창출에 대부분 쓰여 공급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기술창출 부문에 비해 열악한 기술금융 부문을 강화해 밀접하게 연계시킴으로써 가치창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과 핵심정책 연계 필요=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어서 과학기술 정책이 국가 핵심정책과 연계되지 못하다 보니 힘을 얻지 못하고, 국가 정책의 합리성도 담보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권재철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모든 국가 정책 입안 시 사전설문, 전문가 조사, 통계ㆍ지표 활용을 통한 미래예측 등 과학적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과부 한 고위공무원은 "국가 정책과 전략에 과학기술을 녹여 넣으면 합리성이 올라가고, 합리적인 전략이 나오면 경제성도 높아진다"며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핵심 방법론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이슈를 과학기술계만 고민하고 정부 전체에 확산되지 못하는 단절된 시스템으로는 21세기에 걸맞은 발전이 힘들다는 것.
◇원자력 등 에너지 이슈 숙제=특히 후쿠시마 사고로 촉발된 원자력발전 안전성 논란과 원전 신규 건설 및 수명연장,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등은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식량, 지구온난화, 국방 역시 과학기술 중심의 전략 마련이 필요한 분야다. 인류에 또 하나의 기회의 공간을 가져다 줄 우주 역시 많은 자금 투입이 필요한 만큼 시기적절한 투자를 하고 과학적 관점에서 한 단계 나아가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 인력 양성 등을 통해 미래형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는 메가톤급 이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셰일가스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국가 미래 에너지 로드맵 및 관련 R&D 전략을 세우고 설득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국가의 전력정책과 원전 정책에 펑크가 났고 정유산업 정책도 파산위기"라며 "21세기 창조경제를 얘기하지만 에너지 정책이 확실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물거품인 만큼 관련 정책을 바로잡고 원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정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관 교수는 "많은 과제가 과학기술전담부처 단독으로 해결할 사안이 결코 아닌 만큼 범정부적 차원에서 면밀하게 고민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숙원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액션플랜들을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급함 버리고 긴 호흡 필요=일부에서는 과학기술이 지나치게 경제나 산업 이슈와 관련돼 해석되고, 성급한 성장전략에만 힘이 쏠리지 않을까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거대부처로 자리잡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약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밑그림을 자칫 잘못 그리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
쪼개져 있던 조직이 인위적으로 통합되면서 설립 초기에 조직간 융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큰 폭의 하드웨어적 개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변화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만큼 과학기술과 미래전략에 대한 전문성과 강한 리더십을 함께 갖춘 인물 선임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또 경제나 산업과 연계할 것은 과감히 국가 차원에서 힘을 실어서 R&D를 추진하고, 과학기술자들을 믿고 맡겨서 장기간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맡겨야 하는 기초연구나 기초과학 분야는 그 특성에 맞게 지원하는 등 과기 분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세밀하게 시스템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미래전략본부장은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차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역대 정부처럼 정권 내에 가시적인 성과로 내놓으려 하면 임팩트가 큰 신산업 창출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계에 약간 혜택을 주는 데 그칠 수 있는 만큼 조급한 성과주의를 버리고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R&D 질적 수준은 아직 매우 부족한 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평가제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의 키워드인 `창조경제론'을 펼칠 핵심조직으로 과학기술 중심의 미래창조과학부를 설치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으면서 과학기술계는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교육이라는 현안 조직과 한데 묶여 5년간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하던 과학기술 분야에 정부 정책의 힘이 강하게 실릴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창조경제론은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 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으로 정의된다. 정책화를 주로 맡을 미래창조과학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밑그림이 나오지 않았지만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부문과 기획재정부의 미래전략 기능, 지식경제부의 기술정책 및 정보통신, 연구개발 기능 등을 포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산업 잇는 생태계 마련돼야=과학기술이 산업 성장과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이슈들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만큼 과학기술과 미래전략을 연계한 그림을 지지하는 의견들이 많다. 또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기초ㆍ원천연구, 지식경제부-응용ㆍ산업화 연구로 나누는 경계가 모호해진 데다 원자력 등 R&D 이슈에서 부처간 연계와 협력 부족이 표면화되면서 두 분야를 한 부처가 담당하는 그림도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통해 17조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들이고도 눈에 띄는 성과가 부족하다는 R&D 생산성 고민을 해결할 수 있고, 과학기술이 경제와 산업성장으로 이어지는 채널을 넓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조직만 합친다고 길이 열리는 것은 아니다. R&D와 기술사업화, 기술이전, 기업 지원 등을 잇는 새로운 밑그림이 나와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이미 있지만 작동하지 않는 기존 제도들을 과감히 수술해 제대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과학기술 R&D, 금융, 제도, 인프라 등 가치사슬 전반을 묶는 탄탄한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권영관 서강대 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이공계 박사급 연구인력 70∼80%가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에 집중돼 있고, 기술이전 및 사업화촉진법 등 법제도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개발된 기술이 사회와 경제적 가치 창출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R&D 자금이 과학기술 창출에 대부분 쓰여 공급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기술창출 부문에 비해 열악한 기술금융 부문을 강화해 밀접하게 연계시킴으로써 가치창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과 핵심정책 연계 필요=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에서 비껴나 있어서 과학기술 정책이 국가 핵심정책과 연계되지 못하다 보니 힘을 얻지 못하고, 국가 정책의 합리성도 담보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권재철 프론티어연구성과지원센터 사무국장은 "모든 국가 정책 입안 시 사전설문, 전문가 조사, 통계ㆍ지표 활용을 통한 미래예측 등 과학적 과정을 거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과부 한 고위공무원은 "국가 정책과 전략에 과학기술을 녹여 넣으면 합리성이 올라가고, 합리적인 전략이 나오면 경제성도 높아진다"며 "그런 면에서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핵심 방법론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기술 이슈를 과학기술계만 고민하고 정부 전체에 확산되지 못하는 단절된 시스템으로는 21세기에 걸맞은 발전이 힘들다는 것.
◇원자력 등 에너지 이슈 숙제=특히 후쿠시마 사고로 촉발된 원자력발전 안전성 논란과 원전 신규 건설 및 수명연장, 사용후핵연료 처리방안 등은 대통령이 직접 관심을 갖고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식량, 지구온난화, 국방 역시 과학기술 중심의 전략 마련이 필요한 분야다. 인류에 또 하나의 기회의 공간을 가져다 줄 우주 역시 많은 자금 투입이 필요한 만큼 시기적절한 투자를 하고 과학적 관점에서 한 단계 나아가 엔지니어링 산업 육성, 인력 양성 등을 통해 미래형 신산업으로 육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너지는 메가톤급 이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셰일가스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보고 국가 미래 에너지 로드맵 및 관련 R&D 전략을 세우고 설득이 필요한 부분은 적극적인 설명과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과)는 "국가의 전력정책과 원전 정책에 펑크가 났고 정유산업 정책도 파산위기"라며 "21세기 창조경제를 얘기하지만 에너지 정책이 확실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물거품인 만큼 관련 정책을 바로잡고 원전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정유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영관 교수는 "많은 과제가 과학기술전담부처 단독으로 해결할 사안이 결코 아닌 만큼 범정부적 차원에서 면밀하게 고민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숙원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액션플랜들을 만들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급함 버리고 긴 호흡 필요=일부에서는 과학기술이 지나치게 경제나 산업 이슈와 관련돼 해석되고, 성급한 성장전략에만 힘이 쏠리지 않을까 우려를 내놓기도 한다. 거대부처로 자리잡을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 분야에 약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밑그림을 자칫 잘못 그리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는 것.
쪼개져 있던 조직이 인위적으로 통합되면서 설립 초기에 조직간 융화 과정에서 많은 부작용과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문가들은 큰 폭의 하드웨어적 개편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적 변화도 필수적으로 따라야 하는 만큼 과학기술과 미래전략에 대한 전문성과 강한 리더십을 함께 갖춘 인물 선임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또 경제나 산업과 연계할 것은 과감히 국가 차원에서 힘을 실어서 R&D를 추진하고, 과학기술자들을 믿고 맡겨서 장기간 자유롭게 연구하도록 맡겨야 하는 기초연구나 기초과학 분야는 그 특성에 맞게 지원하는 등 과기 분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세밀하게 시스템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손병호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미래전략본부장은 "우리 경제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전망돼 차기 정부에서도 과학기술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역대 정부처럼 정권 내에 가시적인 성과로 내놓으려 하면 임팩트가 큰 신산업 창출보다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계에 약간 혜택을 주는 데 그칠 수 있는 만큼 조급한 성과주의를 버리고 긴 호흡을 갖고 꾸준히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R&D 질적 수준은 아직 매우 부족한 만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과 평가제도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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