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벤처 성공사례 많지않아 창업초 투자받기 힘들어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산업적 가능성` 첫 증명 자부심
응용분야 무궁무진… 건강수명 증진시키는 기업이 목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산업적 가능성` 첫 증명 자부심
응용분야 무궁무진… 건강수명 증진시키는 기업이 목표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
국내 최초 자가 제대혈 이식 성공, 국내 최초 제대혈 이식 300건 돌파, 국내 최초 뇌성마비 자가 제대혈 이식, 그리고 세계 최초의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출시까지….
메디포스트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쌓아가며 국내 제대혈 시장의 선두에서 바이오 벤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대혈이란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탯줄에서 채취된 혈액. 그 속에는 백혈구ㆍ적혈구ㆍ혈소판 등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관절ㆍ뼈ㆍ근육 등을 재생시키는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생명의 보고'로 일컬어진다. 이런 제대혈을 활용한 산업은 크게 제대혈을 보관하는 제대혈 은행 사업과 제대혈 내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사업으로 나뉜다.
국내에 제대혈을 소개하며 `제대혈 붐'을 일으킨 메디포스트는 현재까지 제대혈 은행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제대혈 내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과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벤처 붐이 일던 2000년, 제대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의사에서 벤처 사업가로 변신해 지금의 메디포스트를 만든 양윤선 대표를 지난 14일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만나 BT(바이오기술)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서낙영 디지털타임스 정경과학부장
- 국내에서 제대혈이라는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근무를 하던 당시 주로 골수이식을 위해 환자들의 조직을 검사하는 일을 했는데 골수 제공자가 부족하다 보니 이식할 수 있는 골수가 항상 부족해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신생아의 탯줄에 들어있는 혈액에 골수와 비슷한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삼성병원에서 제대혈을 보관해주는 은행 업무를 시작했는데 병원 내에서 운영을 하다보니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다.
당시 벤처 붐이 일던 시절이라 병원을 나와 제대혈 은행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라도 제대혈을 보관할 거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당시 제대혈에 포함된 줄기세포가 소아암이나 백혈병 외에 다른 질환에도 쓰일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오고 있어 제대혈 성분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회사를 시작했다."
- 창업 초기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창업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이오 벤처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를 받거나 사람을 모으는 게 힘들었다. 바이오 산업 자체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이 높으면서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특히 줄기세포라는 첨단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과 동시에 긍정과 부정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니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과학계 발표나 언론 보도에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 필요한 만큼 대규모로 투자를 받지는 못했다. 연구 자금은 다행히 국책 과제에 선정 돼 정부 연구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나머지 운영비는 직접 해결하자고 생각했다. 전국 산부인과를 돌며 의사들과 임산부들에게 가족 제대혈 사업을 홍보하고 영업을 뛰며 제대혈 은행 매출을 괘도에 올리기 시작했다.
창립 5년 만에 상장을 하고 나서야 주식 시장에서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금 순환이 되기 시작했고, 국책 연구로 진행한 것들을 상용화해 나가면서 성장 단계를 밟아갔다."
- 현재는 줄기세포 대장주로 성장했다. 바이오 벤처로 성공 비결이 있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구조보다는 미래 가치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주목하고 있고 대기업 참여도 늘고 있다. 분명히 세계적 흐름은 IT혁명 이후 BT 혁명 시대로 넘어 왔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 의약품이다. 의약품 시장 중에서도 과거 화학적 의약품은 신약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난치병들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며 그곳에 미래 성장 산업이 있다.
살아있는 세포, 유전자, 신소재를 이용하는 최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그 해답이다. 그 중 가장 가시화된 것이 줄기세포 치료제다. 국내에는 이미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제품이 3가지가 나왔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줄기세포 의약품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 더 많은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메디포스트의 가치는 최초로 제대혈 안에 있는 줄기세포로 의약품을 끝까지 만들어 봤다는 점이다. 또 미국에서 임상을 국내 업체 중 최초로 승인을 받는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키를 여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제대혈로 출발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라고 자평하는지.
"제대혈의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 중 가장 어리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가 적다. 그 때문에 치료제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배양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골수나 지방보다는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산업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보여줬다.
출시한 약품은 아직 고가다. 배양 숫자를 늘리고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이 고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량 배양기술을 만들었듯이 생산성이 높은 줄기세포를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대혈에 대한 원천 기술력은 세계에서도 정상급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기술 장벽이 높아 한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 최근 노벨상 수상으로 줄기세포에 거는 기대가 커졌지만 황우석 사태에 따른 여파도 남아있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줄기세포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 같은데.
"노벨상을 탄 것은 좋은 신호라고 본다. 보통 노벨상을 탈 정도의 과학적 사실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 인정을 받는데 줄기세포 분야가 5∼6년 만에 상을 탄 것은 생명과학에서 줄기세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우석 사태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을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줄기세포가 많이 알려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아프거나 늙으면 해결 방법을 찾게 되는데, 그때 줄기세포를 인식하게 된 것이 그런 점이다.
너무 긍정적이거나 과도하게 부정적인 것은 우려가 되지만, 줄기세포가 난치병, 노화 등의 해결에 있어 희망을 가질 만한 후보물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만큼,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지켜봐 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 등이 성공의 문턱에 와 있지만 이만큼 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을 것 같다. 어려웠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면.
"줄기세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제도도 마찬가지였다. 효과만 입증하면 바로 시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5∼2006년도에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약이라고 규정하는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살아있는 세포를 화학적 의약품의 기준에 맞추려니 단계별로 실험 기법 등을 거의 창조해야 했다. 처음 허가를 위해 과제를 받으면 도저히 줄기세포로는 풀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절박하게 풀려고 계속해서 시도하니 풀리기 시작했다. 카티스템을 출시하면서 안될 것 같은 과제를 받아도 결국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구진들의 노력이 적절했다는 검증을 받아가는 과정이 기뻤다.
업계에서는 너무 보수적으로 알려질 만큼 정통파로 열심히 했다. 처음이니까 생략 없이 잘 해놔야 한다고 생각했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뿌듯하다. 덕분에 두 번째, 세 번째 제품을 만들 때는 점점 더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카티스템이 국내 시장에 선보였고, 미국 등에서 해외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해외 수출 전망은.
"미국의 경우는 한국의 임상허가와 품목허가가 나도 자국에서 임상을 다시 해야 한다. 호주의 경우는 임상을 따로 안 해도 한국 식약청의 데이터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임상 없이 품목허가를 낼 수 있다. 호주에서 허가가 나면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에서는 호주 레퍼런스로 임상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다.
남미, 중동 쪽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만한 층들이 있기 때문에 해외사업 담당자들이 전세계를 다니고 있다. 북미 쪽에서는 폐 치료제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별도의 미국 법인 메디포스트 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메디포스트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지.
"줄기세포가 속한 분야는 `재생의학'이다. 기존의 의학이 병이 난 곳을 제거하고 나머지를 이용하는 재활의학이었다면, 줄기세포와 같은 재생의학은 다시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재생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망가진 것을 고쳐줄 뿐만 아니라 웰빙, 항노화 등을 통해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도 재생의학으로 가능하다.
회사에서 화장품을 출시하는데, 화장품에 살아있는 세포를 넣을 수는 없지만 줄기세포를 키울 때 사용한 배양액을 활용한 것이다. 줄기세포들은 배양되면서 여러 성장 인자들을 뿜어낸다. 이 성분을 화장품에 활용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줄기세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의 보관부터 치료제 개발, 웰빙, 항노화 등 모든 분야를 총괄하며 건강수명을 증진시키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 의학자이자 기업인으로서 성공을 거뒀다.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자신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하는 일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산업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일대 일로 환자를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산업적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했을 때 더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이 배운 학문이나 전공에 기반을 두되, 일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하고 깊이있게 생각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남도영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양윤선 대표는…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임상병리학 전문의 자격시험에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후 199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2000년에 바이오 벤처기업 메디포스트를 창업하면서 의사에서 벤처 기업가로 변신했다. 양 대표는 경영은 물론 연구개발 분야를 진두지휘하며 메디포스트를 매출 250억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성공한 여성 CEO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이사,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전공 겸임교수, 고려대 생명과학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학력
1983년 서울 휘경여자고등학교 졸업
1989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학사 졸업
1994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석사 졸업
1999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박사 졸업
◇경력 및 포상
- 1989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병리과 전공의
- 1994년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및 성균관대 의대 조교수
- 2000년 메디포스트 창립
- 2002년 전경련 최우수 벤처기업 선정
- 2004년 보건복지부 유공자 시상 장관상 수상
- 2005년 동탑산업훈장 수상
- 2005년 보건산업진흥 유공자 포상 - 벤처부문 산업상 수상
- 2006년 프론티어경영인상 수상
- 2008년 벤처기업대상 지식경제부장관 표창 수상
- 2009년 AIC 2009 국내 바이오메디컬 분야 대표 혁신사례 선정
- 2011년 벤처창업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 2011년 제 7회 세계 줄기세포 정상회의(World Stem Cell Summit) 초청
국내 최초 자가 제대혈 이식 성공, 국내 최초 제대혈 이식 300건 돌파, 국내 최초 뇌성마비 자가 제대혈 이식, 그리고 세계 최초의 제대혈 유래 줄기세포 치료제 출시까지….
메디포스트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쌓아가며 국내 제대혈 시장의 선두에서 바이오 벤처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대혈이란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탯줄에서 채취된 혈액. 그 속에는 백혈구ㆍ적혈구ㆍ혈소판 등 혈액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관절ㆍ뼈ㆍ근육 등을 재생시키는 `간엽줄기세포'가 풍부하게 들어있어 `생명의 보고'로 일컬어진다. 이런 제대혈을 활용한 산업은 크게 제대혈을 보관하는 제대혈 은행 사업과 제대혈 내에 있는 줄기세포를 활용한 세포치료제 개발 사업으로 나뉜다.
국내에 제대혈을 소개하며 `제대혈 붐'을 일으킨 메디포스트는 현재까지 제대혈 은행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제대혈 내 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량과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벤처 붐이 일던 2000년, 제대혈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의사에서 벤처 사업가로 변신해 지금의 메디포스트를 만든 양윤선 대표를 지난 14일 서초동 본사 사옥에서 만나 BT(바이오기술) 산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서낙영 디지털타임스 정경과학부장
- 국내에서 제대혈이라는 새로운 산업 영역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데.
"삼성서울병원 의사로 근무를 하던 당시 주로 골수이식을 위해 환자들의 조직을 검사하는 일을 했는데 골수 제공자가 부족하다 보니 이식할 수 있는 골수가 항상 부족해 안타까웠다. 그러던 중 해외에서 신생아의 탯줄에 들어있는 혈액에 골수와 비슷한 성분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 삼성병원에서 제대혈을 보관해주는 은행 업무를 시작했는데 병원 내에서 운영을 하다보니 한정된 자원으로 많은 환자에게 도움을 주기가 어려웠다.
당시 벤처 붐이 일던 시절이라 병원을 나와 제대혈 은행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가족들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라도 제대혈을 보관할 거라고 생각했다. 동시에 당시 제대혈에 포함된 줄기세포가 소아암이나 백혈병 외에 다른 질환에도 쓰일 수 있다는 가설이 나오고 있어 제대혈 성분으로 치료제를 만드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회사를 시작했다."
- 창업 초기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 같다.
"창업 초기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바이오 벤처의 성공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러다 보니 투자를 받거나 사람을 모으는 게 힘들었다. 바이오 산업 자체가 굉장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패 가능성이 높으면서 자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특히 줄기세포라는 첨단 분야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확신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과 동시에 긍정과 부정이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다 보니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과학계 발표나 언론 보도에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 필요한 만큼 대규모로 투자를 받지는 못했다. 연구 자금은 다행히 국책 과제에 선정 돼 정부 연구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나머지 운영비는 직접 해결하자고 생각했다. 전국 산부인과를 돌며 의사들과 임산부들에게 가족 제대혈 사업을 홍보하고 영업을 뛰며 제대혈 은행 매출을 괘도에 올리기 시작했다.
창립 5년 만에 상장을 하고 나서야 주식 시장에서 투자를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자금 순환이 되기 시작했고, 국책 연구로 진행한 것들을 상용화해 나가면서 성장 단계를 밟아갔다."
- 현재는 줄기세포 대장주로 성장했다. 바이오 벤처로 성공 비결이 있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회사의 시가총액은 당장의 매출이나 이익구조보다는 미래 가치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주목하고 있고 대기업 참여도 늘고 있다. 분명히 세계적 흐름은 IT혁명 이후 BT 혁명 시대로 넘어 왔고,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시장이 의약품이다. 의약품 시장 중에서도 과거 화학적 의약품은 신약이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난치병들은 새로운 첨단 기술을 필요로 하며 그곳에 미래 성장 산업이 있다.
살아있는 세포, 유전자, 신소재를 이용하는 최첨단 바이오 의약품이 그 해답이다. 그 중 가장 가시화된 것이 줄기세포 치료제다. 국내에는 이미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 제품이 3가지가 나왔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줄기세포 의약품은 아직 미지의 영역이 더 많은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메디포스트의 가치는 최초로 제대혈 안에 있는 줄기세포로 의약품을 끝까지 만들어 봤다는 점이다. 또 미국에서 임상을 국내 업체 중 최초로 승인을 받는 등 미래 성장 산업의 키를 여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제대혈로 출발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세포치료제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분야의 기술력은 어느 정도라고 자평하는지.
"제대혈의 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 중 가장 어리다는 장점이 있지만 수가 적다. 그 때문에 치료제로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수준 높은 배양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골수나 지방보다는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디포스트는 제대혈을 이용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이 산업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보여줬다.
출시한 약품은 아직 고가다. 배양 숫자를 늘리고 기능을 유지시키는 것이 고비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량 배양기술을 만들었듯이 생산성이 높은 줄기세포를 만들어 가격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제대혈에 대한 원천 기술력은 세계에서도 정상급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자랑이다. 기술 장벽이 높아 한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 최근 노벨상 수상으로 줄기세포에 거는 기대가 커졌지만 황우석 사태에 따른 여파도 남아있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줄기세포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줘야 할 것 같은데.
"노벨상을 탄 것은 좋은 신호라고 본다. 보통 노벨상을 탈 정도의 과학적 사실은 오랜 시간이 걸려야 인정을 받는데 줄기세포 분야가 5∼6년 만에 상을 탄 것은 생명과학에서 줄기세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황우석 사태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을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줄기세포가 많이 알려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아프거나 늙으면 해결 방법을 찾게 되는데, 그때 줄기세포를 인식하게 된 것이 그런 점이다.
너무 긍정적이거나 과도하게 부정적인 것은 우려가 되지만, 줄기세포가 난치병, 노화 등의 해결에 있어 희망을 가질 만한 후보물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직 초창기이기 때문에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많은 연구가 필요한 만큼,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지켜봐 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 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 등이 성공의 문턱에 와 있지만 이만큼 오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있었을 것 같다. 어려웠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면.
"줄기세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제도도 마찬가지였다. 효과만 입증하면 바로 시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5∼2006년도에 줄기세포를 배양하면 약이라고 규정하는 관련 제도가 만들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살아있는 세포를 화학적 의약품의 기준에 맞추려니 단계별로 실험 기법 등을 거의 창조해야 했다. 처음 허가를 위해 과제를 받으면 도저히 줄기세포로는 풀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절박하게 풀려고 계속해서 시도하니 풀리기 시작했다. 카티스템을 출시하면서 안될 것 같은 과제를 받아도 결국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연구진들의 노력이 적절했다는 검증을 받아가는 과정이 기뻤다.
업계에서는 너무 보수적으로 알려질 만큼 정통파로 열심히 했다. 처음이니까 생략 없이 잘 해놔야 한다고 생각했고,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모두 해결했기 때문에 뿌듯하다. 덕분에 두 번째, 세 번째 제품을 만들 때는 점점 더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카티스템이 국내 시장에 선보였고, 미국 등에서 해외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해외 수출 전망은.
"미국의 경우는 한국의 임상허가와 품목허가가 나도 자국에서 임상을 다시 해야 한다. 호주의 경우는 임상을 따로 안 해도 한국 식약청의 데이터를 인정해 주기 때문에 임상 없이 품목허가를 낼 수 있다. 호주에서 허가가 나면 캐나다, 뉴질랜드, 싱가포르에서는 호주 레퍼런스로 임상 없이 수출을 할 수 있다.
남미, 중동 쪽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만한 층들이 있기 때문에 해외사업 담당자들이 전세계를 다니고 있다. 북미 쪽에서는 폐 치료제가 관심을 많이 받고 있어 별도의 미국 법인 메디포스트 아메리카를 설립했고 점차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메디포스트의 미래 비전은 무엇인지.
"줄기세포가 속한 분야는 `재생의학'이다. 기존의 의학이 병이 난 곳을 제거하고 나머지를 이용하는 재활의학이었다면, 줄기세포와 같은 재생의학은 다시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재생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광범위하다. 망가진 것을 고쳐줄 뿐만 아니라 웰빙, 항노화 등을 통해 건강 수명을 늘리는 것도 재생의학으로 가능하다.
회사에서 화장품을 출시하는데, 화장품에 살아있는 세포를 넣을 수는 없지만 줄기세포를 키울 때 사용한 배양액을 활용한 것이다. 줄기세포들은 배양되면서 여러 성장 인자들을 뿜어낸다. 이 성분을 화장품에 활용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줄기세포를 응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하다. 메디포스트는 줄기세포의 보관부터 치료제 개발, 웰빙, 항노화 등 모든 분야를 총괄하며 건강수명을 증진시키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다."
- 의학자이자 기업인으로서 성공을 거뒀다. 후학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자신의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하는 일의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산업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서 일대 일로 환자를 만나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산업적으로 제품 개발에 성공했을 때 더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자신이 배운 학문이나 전공에 기반을 두되, 일을 하는 의미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하고 깊이있게 생각을 키워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리=남도영기자 namdo0@
사진=김민수기자 ultrartist@
■ 양윤선 대표는…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서울대 의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임상병리학 전문의 자격시험에도 수석으로 합격했다. 이후 1994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교수로 활동하다가 2000년에 바이오 벤처기업 메디포스트를 창업하면서 의사에서 벤처 기업가로 변신했다. 양 대표는 경영은 물론 연구개발 분야를 진두지휘하며 메디포스트를 매출 250억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동시에 성공한 여성 CEO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한국바이오협회 이사, 한국줄기세포학회 이사,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기술경영학전공 겸임교수, 고려대 생명과학과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학력
1983년 서울 휘경여자고등학교 졸업
1989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학사 졸업
1994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석사 졸업
1999년 서울대학교 의학과 박사 졸업
◇경력 및 포상
- 1989년 서울대학교병원 임상병리과 전공의
- 1994년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및 성균관대 의대 조교수
- 2000년 메디포스트 창립
- 2002년 전경련 최우수 벤처기업 선정
- 2004년 보건복지부 유공자 시상 장관상 수상
- 2005년 동탑산업훈장 수상
- 2005년 보건산업진흥 유공자 포상 - 벤처부문 산업상 수상
- 2006년 프론티어경영인상 수상
- 2008년 벤처기업대상 지식경제부장관 표창 수상
- 2009년 AIC 2009 국내 바이오메디컬 분야 대표 혁신사례 선정
- 2011년 벤처창업대전 국무총리상 수상
- 2011년 제 7회 세계 줄기세포 정상회의(World Stem Cell Summit)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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