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는 암호라는 용어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밀스런 첩보원의 세계나 전쟁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사용하던 용어가 이제는 어린 초등학생부터 어르신들까지 모두 사용하는 일상 용어가 되어 버렸다. 특히, 해킹에 의해 개인정보유출, 이에 따르는 피싱 공격 등이 잦아지면서 이에 대한 방어책으로 암호가 더욱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암호라는 단어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 일반 사람들의 대화뿐 아니라 언론이나 전문서적의 글에서도 혼란을 주는 일이 적지 않다. 이는 암호분야가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개념과 기술이 생겨났는데 우리말 용어의 정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의 경우에는 사람들이 암호를 언급하면 대부분은 패스워드(password)를 의미한다. 패스워드는 우리가 컴퓨터나 인터넷 웹사이트에 접속하기 위해 늘 사용하며,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에 나오는 "열려라 참깨"가 이에 속할 것이다.좀더 적극적인 의미에서 메시지를 보호하기 위한 암호는 보통 대칭키 암호를 의미한다. 대칭키 암호에서는 똑같은 암호화키와 복호화키를 이용하여 메시지로부터 암호문을 얻거나 암호문에서 메시지를 복구할 수 있다. 이 암호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밀리에 통신을 하려는 두 사람이 미리 만나 같은 키를 나누어 가져야 했으며 이 때문에 주로 군사, 안보를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앞의 두 암호와 달리 3세대 암호라 부를 수 있는 공개키 암호는 두 종류의 키를 가지고 있는데 공개키와 개인키이다. 공개키는 암호화를 위해 사용되며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개를 한다. 개인키는 복호화를 위해 사용되며 비밀리에 보관되어야 한다. 개인키는 공개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공개키가 공개되어도 개인키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 덕분에 미리 비밀키를 약속하여 나누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개되어 있는 공개키를 이용하여 메세지를 암호화하여 보낼 수가 있고 개인키 소유주는 이를 복호화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대칭성은 전자서명ㆍ전자인증ㆍ전자결재 등 현재와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민간 및 상업적 암호의 기반을 만들어냈다.
한편 최근 연구되고 있는 4세대 암호는 이전의 암호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까지의 암호는 비밀키가 없이는 암호문으로부터 원래의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즉, 비밀키로 암호를 풀어야 그 속에 담긴 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세대 암호는 암호문으로 바뀐 상태에서도 연산이나 검색을 할 수 있다. 즉, 암호화된 상태에서 일부 정보가 노출이 되는 암호인데, 다만 노출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은 수학적으로 정확히 규정되고 증명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탐색가능암호에서는 복호화키 이외에 검색키가 있어 이를 가진 사람은 복호화는 하지 못하지만 검색은 가능하다. 대표적인 4세대 암호로는 미국 MIT가 2011년에 선정한 10대 미래기술에 포함된 `완전동형암호'가 있다.
완전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덧셈이나 곱셈 등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암호를 말한다. 이는 의료ㆍ납세ㆍ교육 등에 관한 정보시스템에서 숫자 정보를 보호할 때 매우 유용하다. 한 예로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가입자 각각의 소득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 이 자료는 적법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제어로 보호하는데, 이는 내부자 공모에 의한 유출과 해킹에 의한 외부 침입에 취약하다. 그렇다고 자료를 암호로 바꾸면 필요할 때마다 암호를 풀어야 해 번거롭다. 이때 완전동형암호를 사용하면 복호화 없이 암호문상태로 평균을 구해 이를 비밀키 관리자에게 제출하고 관리자는 한 번만 암호를 풀면 평문의 평균을 구하게 된다. 이 경우 일반 직원들은 암호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다루고 특별한 경우에만 복호화를 이용하게 되므로 2세대나 3세대 암호에 비해 안전성과 효율성이 우수하다.
최근 G메일 등 웹메일이 보편화되고 아이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장으로 데이터가 나 혼자만의 기기를 떠나 인터넷에 저장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의 유출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부관리자의 불법적인 사용이나 해킹의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접근제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암호화된 상태에서 필요한 자료만 노출해 가공할 수 있는 4세대 암호의 도입이 필요하다. 2011년 선정된 필자의 `암호학적난제연구단'은 정수론의 난제들을 푸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IT환경에 필요한 4세대 암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정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창의연구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앞의 두 암호와 달리 3세대 암호라 부를 수 있는 공개키 암호는 두 종류의 키를 가지고 있는데 공개키와 개인키이다. 공개키는 암호화를 위해 사용되며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공개를 한다. 개인키는 복호화를 위해 사용되며 비밀리에 보관되어야 한다. 개인키는 공개키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으나 공개키가 공개되어도 개인키는 노출되지 않는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 덕분에 미리 비밀키를 약속하여 나누지 않더라도 누구나 공개되어 있는 공개키를 이용하여 메세지를 암호화하여 보낼 수가 있고 개인키 소유주는 이를 복호화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비대칭성은 전자서명ㆍ전자인증ㆍ전자결재 등 현재와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같은 민간 및 상업적 암호의 기반을 만들어냈다.
한편 최근 연구되고 있는 4세대 암호는 이전의 암호와는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 지금까지의 암호는 비밀키가 없이는 암호문으로부터 원래의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즉, 비밀키로 암호를 풀어야 그 속에 담긴 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4세대 암호는 암호문으로 바뀐 상태에서도 연산이나 검색을 할 수 있다. 즉, 암호화된 상태에서 일부 정보가 노출이 되는 암호인데, 다만 노출되는 정보의 종류와 양은 수학적으로 정확히 규정되고 증명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탐색가능암호에서는 복호화키 이외에 검색키가 있어 이를 가진 사람은 복호화는 하지 못하지만 검색은 가능하다. 대표적인 4세대 암호로는 미국 MIT가 2011년에 선정한 10대 미래기술에 포함된 `완전동형암호'가 있다.
완전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덧셈이나 곱셈 등의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암호를 말한다. 이는 의료ㆍ납세ㆍ교육 등에 관한 정보시스템에서 숫자 정보를 보호할 때 매우 유용하다. 한 예로 건강보험공단은 보험료를 부과하기 위해 가입자 각각의 소득에 대한 자료를 갖고 있다. 이 자료는 적법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접근제어로 보호하는데, 이는 내부자 공모에 의한 유출과 해킹에 의한 외부 침입에 취약하다. 그렇다고 자료를 암호로 바꾸면 필요할 때마다 암호를 풀어야 해 번거롭다. 이때 완전동형암호를 사용하면 복호화 없이 암호문상태로 평균을 구해 이를 비밀키 관리자에게 제출하고 관리자는 한 번만 암호를 풀면 평문의 평균을 구하게 된다. 이 경우 일반 직원들은 암호화된 상태로 데이터를 다루고 특별한 경우에만 복호화를 이용하게 되므로 2세대나 3세대 암호에 비해 안전성과 효율성이 우수하다.
최근 G메일 등 웹메일이 보편화되고 아이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서비스의 확장으로 데이터가 나 혼자만의 기기를 떠나 인터넷에 저장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의 유출로 인한 피해도 급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부관리자의 불법적인 사용이나 해킹의 위험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접근제어에만 의존하지 말고, 암호화된 상태에서 필요한 자료만 노출해 가공할 수 있는 4세대 암호의 도입이 필요하다. 2011년 선정된 필자의 `암호학적난제연구단'은 정수론의 난제들을 푸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IT환경에 필요한 4세대 암호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천정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창의연구 교수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